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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화학 보수공사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이삼십 분 눈 붙이지만 그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
신문쪼가리 석면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 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한 여름, 마당 가 샘에서 땅 속 깊이 차가운 물 뿜어 올려 어린 열무 씻어 소쿠리에 담아 밥상으로 가져온다. 양푼에 보리밥 두어 주걱 담고 고추장 한 숟갈 떠 넣는다. 그리고 열무 한 소쿠리 투하. 썩썩 비벼 이 숟갈 저 숟갈 정신없이 파고 판다. 쨍쨍 매미 소리에 마루 밑 누렁이가 늘어지게 하품할 새, 올챙이 배 마루에 깔고 어느새 꿈나라로 직행. 나른한 여름날 오후의 꿀잠만큼 달콤한 게 있을까. 항우장사가 떼매가도 눈꺼풀은 떠지지 않는다. 쾌적한 에어컨 바람 속의 안락한 오수에 비길까만 공사현장 그늘 밑도 지상천국이더라. 사장님, 사모님의 귀족 낮잠이 따로 있더냐. 비단 금침 저리 가라, 석면 쪼가리 이리 편안한 줄 모를 인간들아! 살점 뜯기고 지문 닳아 없어진 구두장이들에게 구두 한 켤레당 떨어지는 수당은 단돈 6500원. 주야간 맞교대로 쏟아지는 졸음에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공돌이 공순이. 당신들의 노예들에게 꿀잠을 허하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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