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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밥만 먹으면 낫는다. 밥을 잘 먹어야 감기도 뚝 떨어진다." 엄마에겐 밥이 보약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밥이 살아갈 동력인 셈이다. 감기에 걸려도, 몸살이 나서 하룻밤 끙끙 앓으면서도 다음날 새벽 어김없이 일어나 밥을 지었다. 학교 가는 자식들 도시락을 몇 개나 싸야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저 식구들 먹일 밥 생각밖에 없는 양반이었다. '밥심'으로 산다는 옛 어른들 말이 있잖은가. 우리에게 밥은 어떤 존재일까.
나는 밥이 좋다. 밥이 정말 맛있다. 금방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발 가득 푼 뽀얀 밥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밥이 맛있는 백반집을 자꾸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각하면 삶은 참 단순하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무르익은 석류가 때가 되면 입을 쩍 벌리 듯 우주의 이치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졸리면 잘 수 있고 배가 고프면 먹을 음식이 앞에 있으면 바랄 게 뭐가 있을까. 밥 한끼 먹을 수 있다는 게 눈물겹도록 고맙다. 농부의 딸인지라 세상 물정을 밥 한끼에 견주는 버릇이 있다. 피자 한 판 값이면 쌀이 얼만큼이지? 립스틱 하나면? 원피스 한 벌이면? 밥을 긍정하자. 가난한 시인의 마음처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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