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위험 앞에서 어린이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매년 200명 안팎의 어린이가 안전사고로 희생된다.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도 부실하다. 시설 관리주체나 종사자에게 대응 의무를 부과하는 법 하나 만드는 과정조차 순탄치 않았다. 4년 전 발의됐으나 수정과 보완을 거쳐 간신히 처리됐다. 체육교습시설 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태호·유찬이법도 20대 국회 막바지에 이 법과 나란히 턱걸이했다.
올 11월 시행 전 손질하리라 믿지만 해인이법 적용 대상을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학원 등 12곳에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 안전사고 중 교통사고가 40%를 웃돌지만 물놀이사고, 추락사고, 질식 및 중독사고, 화재 등 고위험 요인은 어디에나 상존한다. 대규모 점포 등의 시설 외에도 어린이 왕래가 잦은 시설이 많다. 시행령과 조례 등 하위법령에 포괄적으로 추가할 부분이다.
물론 법의 규제 울타리 안에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사고 사례 중심의 체험교육을 곁들여 안전을 일상화·습관화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응급조치 의무와 과태료 부과 못지않게 안전교육정책을 강화하라는 뜻이다. 어린이 안전 주관부처나 지자체가 관련 정책 추진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해인이법뿐이 아니라 민식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숨진 아이들 이름을 딴 법이 다시는 필요 없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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