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긍정의 상상력으로 읽어야 할 우리의 효문화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긍정의 상상력으로 읽어야 할 우리의 효문화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 승인 2023-09-10 08:55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202307220100165180006453133
김덕균 단장
어린 시절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들으며 한창 긴장하며 빠져들곤 했다. 몇 번을 들어도 한 장면 한 장면, 마치 새로운 이야기처럼 들었다. 나무꾼이 감춰뒀던 옷을 찾아 입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선녀의 모습을 그리며 남은 가족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했다. 이후로 산속 작은 연못을 보게 되면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절로 그려졌다. 이야기를 접하며 나무꾼이 성폭행범이란 생각도, 선녀가 자기 자식을 버리고 도망간 패륜모란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효행설화 '심청전'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딸에게만 의지하는 눈먼 아버지에게서 잠시 짜증이 났고, 심술궂은 뺑덕어멈의 얌체짓을 바라보며 미운 생각이 들긴 했어도, 감동적인 심청의 효심을 넘지는 못했다. 묵묵히 부친 위해 애쓰는 심청의 아름다운 마음과 행동이 작품 전체를 감싸 안았다. 공양미 삼 백석으로 심청이를 안내한 스님이나 인신을 제물로 바친 뱃사람들의 행동 등이 인신매매범들이나 하는 엽기적 행동이라 상상도 안 했다. 오로지 시종일관 순수한 심청의 효심만을 생각했고, 왕비로 환생한 심청이 안타까이 아비를 찾는 가운데, 어렵게 찾아온 아비가 눈을 떴다는 극적 반전 만이 생각을 지배했다.



옛날이야기 속 내용 자체에서 긍정, 희망, 상상의 나래를 펼칠 뿐, 이를 사회적, 법률적 관점에서 꼬치꼬치 캐물으며 문제 삼지 않았다. 또 그것이 아이들 동심의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고, 오히려 동화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선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선녀와 나무꾼'의 영향으로 성폭력이 난무하고, '심청전' 때문에 인신매매가 성행한다는 것은 애당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동화나 전통 설화 속 이야기는 당대 문화와 가치로 해석해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합리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면 당연히 엽기적 행위들에 해당한다. 이는 동양만의 문제가 아닌 동서양 모두가 마찬가지다. 과학적, 합리적 관점에서 이솝우화를 대한다면 당연히 아이들에게 이솝우화는 금서가 되어야 한다. 의인화한 동물들을 이해할 땐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은 동심을 일깨우는 교육의 한 방법이다. 설화도 마찬가지다. 당대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방법으로 설화를 대해야 할 이유이다.



효행설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대개가 고마운 존재로 나온다. 산속에서 3년상을 치르는데 호랑이가 나타나 효자를 보호했다는 이야기나, 병든 부모 위해 꿩과 사슴을 잡아다 주었다는 이야기, 밤길 가는 효자의 길을 안내했다는 이야기 등등. 대전지역 은진송씨 가문의 초창기 인물, 쌍청당 송유가 강보에 싸여 대전으로 내려올 때의 일이다.

이른 나이에 남편을 여읜 유씨가 어린 아들 송유를 데리고 개성에서 시댁 대전으로 내려오는 데에는 주로 밤길을 이용했다. 청상이 된 유 씨 입장에서 이런저런 낮에 부딪힐 수 있는 일들보다는 밤이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밤마다 길을 재촉하는 가운데, 별안간 호랑이가 나타나 길을 안내했다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호랑이는 호시탐탐 생명체를 노리는 맹수이다. 그런데도 효행설화에 등장한 호랑이는 효자의 효성에 감동한 조력자가 많다. 아마도 한국인의 긍정 심리학에 기인한 설화적 기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차피 호랑이가 잡아먹지 않았다면, 죽은 목숨 살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거기다 주변에 앉아서 바라만 보고 해치지 않았다면, 호랑이는 사람을 보호한 영물이 된다. 3년상을 치르는데 호랑이가 해치지 않고 주변만 어슬렁어슬렁 배회했다면, 효자를 보호한 고마운 존재가 된다.

이렇게 긍정의 상상력으로 해석하고 이해한 우리 전통의 효문화를 삭막한 현대사회의 극단적 범죄심리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동심을 일깨웠던 효행동화 속 전승설화가 범죄심리를 조장한다고 문제 삼는 것은 동심의 세계를 오히려 해치는 일이다. 어려움도 오히려 긍정의 상상력으로 극복했던 선인들의 지혜가 아쉽다. 동화는 동화, 설화는 설화로서 당시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를 긍정의 상상력으로 이해할 이유이다.

/김덕균 한국효문화진흥원 효문화연구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경찰청, 청내 159대 주차타워 완공 후 운영시작
  2. 용역노동자 시절보다 월급 줄어드나… ADD 시설관리노동자들 무슨 일
  3.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고칠 시스템이 없다
  4.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시작… 첫날 5명 서류 접수
  5. 대전·충남 통합 추진에 지역대 지원 정책 방향도 오리무중
  1. 강수량 적고 가장 건조한 1월 …"산불과 가뭄위험 증가"
  2. 초미세먼지에 갇힌 대전 도심
  3. 단속 무시한 건축 폐기물 무단 투기
  4. "대전충남 등 전국 행정통합法 형평성 맞출것"
  5. 전문대 지역 AI 교육 거점된다… 3월 공모에 대전권 전문대학 촉각

헤드라인 뉴스


"150만 공동체 유지는 어쩌나"…통합 따른 `대전 정체성` 우려 터져나올까

"150만 공동체 유지는 어쩌나"…통합 따른 '대전 정체성' 우려 터져나올까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대전시민들 사이에서 이른바 '해체론'이 고개를 들고있어 확산여부가 주목된다. 광역시 지위를 갖고 있던 대전시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5개의 기초자치단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수면 아래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5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6일 오전 10시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타운홀미팅'을 연다. 이 자리에서 시는 행정통합 관련 법안 등의 주요 내용과 쟁점을 비교해 설명할 계획이다. 이후 이장우 대전시장과 이창기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이 시민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역대 최대 순이익`…날아오른 4대 금융그룹
'역대 최대 순이익'…날아오른 4대 금융그룹

국내 4대 금융그룹(신한·KB·하나·우리)이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대출 증가와 비이자 수익 확대로 KB금융은 5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순이익 '4조 클럽'을 달성했다. KB금융은 5일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5조 843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KB금융은 비이자 수익의 확대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가 그룹 실적을 견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KB금융은 "환율, 금리 변동성 확대 등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도 핵심..

한화 이글스, FA 손아섭과 1년 1억 원 계약 체결
한화 이글스, FA 손아섭과 1년 1억 원 계약 체결

한화 이글스가 5일 FA 손아섭과 계약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 기간 1년, 연봉 1억 원으로 결정됐다. 손아섭은 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저를 선택해주셔서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캠프에 조금 늦게 합류하지만 몸은 잘 만들어 뒀다. 2026시즌에도 한화이글스가 다시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손아섭은 6일 일본 고치에서 진행 중인 퓨처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취약계층을 위한 설맞이 사랑의 온정 나눔

  •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국민의힘 대전시당, ‘졸속통합, 차별통합 중단하라’

  • 초미세먼지에 갇힌 대전 도심 초미세먼지에 갇힌 대전 도심

  • 단속 무시한 건축 폐기물 무단 투기 단속 무시한 건축 폐기물 무단 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