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고동환 시각예술 작가

  • 승인 2024-04-17 17:15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0417_102741645
고동환 시각예술 작가.
많은 예술가에게 매해 10월부터는 골치 아픈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 골치 아프고 귀찮은 일은 매년 숙제처럼 다가온다. 하고 싶지 않지만, 모두가 홀린 듯이 하고 있고 만약에 하지 않고 있으면 어딘가 불안하다. 그것은 바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서류 작업 및 포트폴리오 제작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예술가들이 특정 공간에 머물며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지자체 혹은 국가 기관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레지던시 (Artist residency) 혹은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Artist in-residence) 라고 한다.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들은 약 1년 동안 작업실과 작업비 혹은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창작 활동을 이어 갈 수 있으며 다양한 작가들과의 교감과 공유를 통해 새로운 작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거나 작업실이 고민인 신진 작가들에게는 이처럼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 또한, 어느 정도 작업을 지속해 왔으나 새로운 돌파구 혹은 홍보 채널이 필요하거나 국가 기관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싶은 중진 작가들 또한 이 프로그램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본격적으로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만든 창동 레지던시를 시작으로 고양 레지던시,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인천아트플랫폼, 경기창작센터, 서울 금천예술공장,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등 다양한 레지던시들이 생기면서 지금은 크고 작은 프로그램이 약 100개 이상이 운영 되고 있다.

매년 10월이면 고양과 창동 레지던시를 시작으로 모든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다음년도 입주작가들을 모집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작가들은 지원 서류와 인터뷰를 위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다. 많은 작가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들은 경쟁률이 200대 1 이상이다. 그 한 명에 들기 위해 내가 일 년 동안 얼마나 작업을 열심히 했으며 또한 내년에는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어필 하기 위해 지원서를 작성하고 단 몇 장의 사진만으로 나의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짧지만, 임팩트 있는 10장 내외의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그러나 문제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마다 서류의 양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만약 10군대를 지원한다면 10가지의 다른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처음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신진 작가들은 아주 많은 시간, 아마도 몇 달을 지원서 작성에만 시간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신진 작가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경험이 훨씬 많고 작업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작가들이 선정될 확률이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레지던시에 통달한 작가들은 각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이미 다수의 기관에서 훌륭히 프로그램을 수료한 이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기관에서 레지던시를 모두 마치고 지도 아래로 래지던시를 내려오는 작가들도 있고 부산에서 시작해서 커리어를 쌓아서 서울에 위치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올라가는 작가들도 있다. 이들은 1년씩 레지던시를 찾아 여정을 떠난다.



약 10년 전만 해도 모든 예술가들이 매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레지던시 입주작가라는 이름이 하나의 타이틀이 되기 시작하면서 대다수의 작가들이 (대체적으로 20대에서 40대 중반의 작가들을 이야기한다.) 레지던시에 입주하지 못하면 뒤쳐지고 누군가 나의 작업을 뽑아주지 않았다는 실패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점차 하나의 서열화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특정 몇개의 레지던시에 입주하지 못하면 성공한 작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서울, 경기도 그리고 광역시가 주관하는 레지던시에 입주 하지 못하면 다른 프로그램 참가한 작가들과의 만남에서 주눅이 들 때가 있다.

다른 나라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우리나라와 같이 지원이 많지는 않다. 단지 새로운 장소에서 다양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제공 말고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양한 지원으로 인해서 작가들의 작업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말 대한민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난 베네핏이 존재하면 그것을 받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레지던시라는 베네핏을 얻기 위해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매년 경쟁의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하게 한다.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는 문화재단 및 기관 그리고 지원하는 작가들도 이제는 레지던시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 매년 많은 예술가들이 무작정 이번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기 전에 말이다.



고동환 시각예술 작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