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미친 물가에 장보기가 두려운 요즘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미친 물가에 장보기가 두려운 요즘

  • 승인 2024-06-12 10:18
  • 수정 2024-06-12 16:00
  • 신문게재 2024-06-13 18면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1404053541
사진=게티이미제 제공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 코로나 때도 이렇게까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나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현실에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면서 앞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미 높은 농산물 가격에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인상되면서 언제 또 치솟을지 모르는 물가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외식비 부담도 커졌다. 원재료인 식품 물가가 뛰니 외식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혼자서 밥 한 끼 먹기도 쉽지 않다. 언론 보도를 보면 올해 1분기 외식 물가상승률은 3.8%를 기록했다. 햄버거가 6.4%, 김밥이 6.0%, 떡볶이와 치킨도 5% 이상 올랐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 설탕(20.1%), 소금(20.0%), 초콜릿(11.7%), 아이스크림(10.9%), 당면(10.1%) 등의 가격 상승률이 10~20%대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고금리에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고되고 있어 서민들은 늘어나는 가계부담에 안 그래도 휜 허리가 아예 꺾일 지경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로자가 받는 월급 수준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임금 상승세를 뛰어넘는 물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근로자 실질임금은 2022년에는 -0.2%, 2023년에는 -1.1%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올해 1분기도 마찬가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 총액은 421만6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3000원(1.3%)이 늘어났지만 소비자 물가지수는 3.0%나 오르면서 실질임금은 오히려 1.7%(6만4000원) 줄어든 371만1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실질 소득이 줄면서 식비라도 아껴보려는 '도시락족', '집밥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외식 감소 분위기는 실제 통계로도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외식업 경기 흐름을 예상하는 경기전망지수는 85.76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9.22포인트 급락하면서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짠테크 열풍도 거세다. 하루 종일 한 푼도 쓰지 않는 '무(無)지출 챌린지'부터 하루에 만 원 이하를 소비하는 '만원의 행복', 지출에 무감각해질 수 있는 신용카드보단 현금을 사용해 소비를 절약하자는 '현금 챌린지'도 등장했다.

또 가까운 거리는 도보를 이용하고 앱테크, 회사 구내식당 이용, 중고 거래 시장 활용, 헬스장 대신 야외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를 쓰는 등 다양한 방법의 절약 팁을 공유하는 글들이 온라인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한때 거액의 명품도 한 번에 지르는 '플렉스(FLEX) 문화'와, 삶은 한 번뿐이니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욜로(YOLO) 문화'가 젊은 층의 대표적인 문화였다면 이제는 소비 대신 절약을 서로 독려하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특히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살림꾼들 사이에서는 '냉장고 파먹기'가 인기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 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해 식비를 아끼는 '냉파'는 코로나가 유행할 당시 외출과 장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는 냉장고 속 식재료와 냉파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각종 레시피와 함께 슬기로운 냉파생활, 냉파 꿀팁, 냉파 콘테스트 등의 글들이 넘쳐난다.

'냉파'는 식비도 줄이고, 냉장고 정리나 청소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열심히 파먹고 나서 텅 빈 냉장고를 다시 채우려면 장을 봐야 하는데…. 미친 물가에 장보기가 두려운 요즘이다.

현옥란 뉴스디지털부 부장

현옥란-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호국보훈의 달] 나라를 지킨 참전영웅들…어린이 위로공연에 '눈물'
  2.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3.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4.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5.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1.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2.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3.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4.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5.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