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학교생태전환교육리포트] 교육청 자체 예산 건립 첫 사례… 설계와 전시체험 고민 동시에

  • 사회/교육

[대전학교생태전환교육리포트] 교육청 자체 예산 건립 첫 사례… 설계와 전시체험 고민 동시에

3. 전국서 찾는 충북교육청 환경교육센터 '와우'

  • 승인 2024-06-23 17:16
  • 신문게재 2024-06-24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14
충북교육청 환경교육센터 와우 전경. 임효인 기자
충북교육청 환경교육센터 와우(이하 와우센터)는 전국 최초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설립된 환경교육센터다. 우암산의 옛 이름인 와우산과 감탄사 '와우'(WOW)에서 이름을 착안했다. 2022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정식 개관 후 도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약하고 있다.

와우센터 전체엔 공간 구성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배어 있다. 건물 설계와 전시·교육공간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지면서 버려지는 공간 없이 알뜰하게 사용 중이다. 건물 자체가 가진 친환경적 요소도 돋보인다. 각종 전시공간에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생물 종(種)을 비롯해 환경과 관련한 폭넓은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학교 생태전환교육에 활용하고 있는 와우센터는 전국 시도교육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학교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대전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은 다소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다. 충북교육청 와우센터의 사례는 교육청의 적극적인 의지로 자체 예산을 투입해 센터를 짓고 교육에 활용한 선진 사례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육의 역할에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01
김현숙 충북교육청 환경교육센터 교육연구사가 탄소시계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충북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건립한 와우센터 가 보니=5월 24일 오전 청주 상당구 수동에 위치한 충북교육청 환경교육센터 와우. 건물에 들어서자 정면에 설치된 디지털 시계가 '5년 59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구 온도 상승 한계점 1.5도를 유지하기 위해 배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을 알려주는 탄소시계다. 지금처럼 탄소를 배출했을 때 앞으로 5년 59일 이후면 지구의 온도가 1.5도 올라가고 그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현실을 보여주는 시각적 장치는 탄소시계뿐만이 아니다. 바로 뒤편에 설치된 작은 욕조 '와우샘'은 건물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데, 욕조 바닥 타일 색이 지구의 온도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1850년부터 현재까지의 지구평균기온을 한눈에 보여주며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높아진 지구의 온도를 빨간색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02
와우센터 내 설치된 와우샘.
2022년 3월 22일 물의 날을 맞아 정식 개관한 와우센터는 총 3층 규모로 이뤄져 있다. 1층에 마련된 자연을 만나는 생태관에는 충북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통해 지역의 역사·지리적 특징을 알 수 있는 전시물을 비롯해 지역과 연관성이 큰 생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미선나무는 국내 서식지 5곳 중 3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며 이중 3곳이 괴산에 소재한다. 청주에 위치한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소가 복원 중인 황새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었다.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다양한 주제별 전시관이 펼쳐졌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탄소배출량, 빛공해, 물 순환, 쓰레기섬, 음식물쓰레기, 제로웨이스트 마트, 인류세 등 전시공간마다 각 체험을 통해 내용을 익히고 체험할 수 있었다. 와우센터를 방문한 학생들의 다짐을 적는 약속나무엔 저마다 적은 낸 실천 의지가 걸려 있었다.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07
약속나무.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08
3층에 자리한 초록교실에선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교사로부터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각자 평소 삶을 돌아봤다. 같은 층에 나란히 자리한 초록교실 3개와 초록공작실은 학생과 교사, 지역민을 위한 연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11
3층 초록교실에서 환경수업을 듣고 있는 도내 학생들.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12
초록공작실.
▲전국서 찾는 와우센터… 핵심 가치 곳곳에 반영=와우센터는 체계적인 학교 환경교육 과정 지원과 학생 체험활동을 운영하기 위해 설립됐다. 총사업비 129억 6000만 원을 투입해 부지면적 7545㎡, 연면적 3186㎡ 규모로 건립돼 환경교육 연구와 교원 연수, 학부모 교육, 지역 협력을 통한 학교교육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과거 충북교육청 진로교육원 테니스장이었던 부지는 2017년 타당성 검토와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센터 설립이 추진됐으며 2022년 1월 시범운영 후 3월 정식 개관했다. 현재 센터장과 교육전문직 1명, 파견교사 2명, 운영관리인력 9명 총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도내 학생 등 1만 1654명이 와우센터를 방문했다.

와우센터는 도내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전국 시도교육청이나 지자체 환경교육 담당자가 찾는 곳이기도 하다. 생태전환교육이 날로 중요해지면서 와우센터의 우수사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특히 환경교육센터 건립을 계획 중인 담당자는 필수로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김현숙 교육연구사는 "전국 각지에서 온 것 같다"며 "센터를 짓는다 그러면 한 번씩은 와서 어떻게 만들었고 운영하고 있는지 보고 간다"고 전했다.

와우센터는 '실천하는 환경시민을 키우는 환경교육센터'를 비전으로 생명, 순환, 상생, 참여, 협력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1층 공간 한쪽에 마련된 환경 동화는 광목천에 인쇄돼 전시 중이었다. 이 천은 연말이면 에코백으로 만들어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와 학생에게 나눠 준다.

김현숙 교육연구사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계속 순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부분"이라며 "센터 구조 자체도 사람이 쑥 들어와서 위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처음에 순환이라는 개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축과 전시체험 구상 동시에… 세심한 공간 활용 눈길=와우센터가 타 시도교육청의 교육시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설계단계부터 고려한 전시체험 공간이다. 건물을 어떻게 지을지 고민하면서 동시에 전시체험 공간 활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이다. 충북교육청은 2018년 5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전시체험 TF를 구성·운영했다. 2017년 10월 지방교육재정투자심사와 중앙투자심사가 통과한 이후였다. 와우센터가 효율적으로 쓰이기 위해 '속'을 채우기 위한 고민이 이뤄졌다. 2019년엔 본예산으로 전시체험과 환경연출 추가 예산이 편성됐다.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05
지구의 온도 변화를 나타내는 전시체험물.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09
인류세에 대해 설명해 놓은 전시물.
전시 공간에 마련된 전시품 하나하나는 모두 TF를 거쳐 나왔다. 2층 빛공해 전시 코너는 클라이밍을 통해 버튼을 누르면 불이 꺼지는 식으로 고안돼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인기가 많다. 학생이 퀴즈 정답을 맞추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 점점 깨끗해지는 구성도 앞선 TF에서 도출됐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체험과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물들이다.

김현숙 교육연구사는 "교육과정과 연계해야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 대학 교수님들이 함께 논의를 했다"며 "어떤 환경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은 다음에 어떻게 센터를 지을지 순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40623_103221400
와우센터 입구에 붙어 있는 녹색건축인증 현판.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10
새들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붙여 놓은 스티커.
건물 곳곳에서 환경을 생각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와우센터는 녹색건축인증을 받은 건물로 설계 단계부터 환경을 고려했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건축 외장재로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건물 밖 주차장을 활용해 지열발전을 하고 있다. 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40%가량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건물 밖 바닥 건축자재로 빗물을 담아둘 수 있는 자재를 사용했다. 와우산자락에 자리한 센터는 야생조류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세로 5㎝, 가로 10㎝ 간격의 점 스티커를 유리창 전면에 부착했다. 새 모양 스티커는 충돌을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보다 촘촘한 장치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건물 유휴공간에는 텃밭을 운영하고 야외 공간 벽면에는 녹색 식물을 벽면 가득 기르는 녹색커튼도 만드는 중이었다. 건물 1층 와우카페에선 평소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공유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김현숙 교육연구사는 "와우센터를 넘어 학교 선생님들이 각 학교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적용하게 하는 효과도 크다"며 "센터에 와서 이런 게 있다는 것을 보고 학교 여건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자원 활용 지속 고민·발굴=와우센터는 지역사회 자원과 네트워크를 맺는 등 환경교육의 영역을 지역사회 전반으로 뻗치고 있다. 센터의 입지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속리산국립공원, 월악산국립공원과 MOU를 맺고 일대 학교 학생들에게 숲교육을 제공한다. 학교로 찾아가는 환경체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민간단체와 용역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식이다. 올해부턴 청주동물원, 대청호미술관과도 MOU를 맺고 교사 연수 등을 진행한다. 청주=임효인 기자

KakaoTalk_20240623_103221400_13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3.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4.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5.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1.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2.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4.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5.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