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조용한 일본, 시끄러운 중국, 요란한 한국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조용한 일본, 시끄러운 중국, 요란한 한국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 승인 2024-07-29 08:55
  • 신문게재 2024-07-29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asdd
김덕균 소장
장시간 여행을 하다보면 개개인의 습성도 드러나지만 국가별 특징도 드러난다. 현장 가까이에서 나라마다의 특징을 몸으로 체험한 여행가이드나 운전기사들의 경험담이 재밌다. 일본인들은 워낙 조용해서 어딜 가든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빈차로 다니는 듯한 느낌이고, 중국인들은 왁자지껄 너무 시끄러워서 누가 인솔자인지 헷갈릴 정도이고, 한국인들은 중국 사람들보다는 조용하지만 일본 사람보다는 시끄럽고, 어딜 가나 먹고 마시면서 요란한 것이 특징이라 말한다.

오랜 동안의 습관의 집적에 따른 발현이라도 경험에 근거한 주관적 판단이니 일반화의 오류를 안고 있지만, 그 원인을 언어와 역사문화의 특징에서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먼저 말 많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중국인들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뜻글자이고, 글자의 특성상 깊고 다양한 의미를 한 글자에 모두 담고 있다.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몇 글자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조선의 수많은 사신들이 중국말을 못해도 중국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한자를 사용한 필담 덕분이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말이 많고 그것도 큰소리로 말하는 게 특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자는 그 자체로 의미가 통하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같은 글자라도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쓰는 하오(好)는 3성으로 발음하면 '훌륭한'이란 형용사이지만, 4성으로 읽으면 '좋아하다'는 동사가 된다. 또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 따라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마(ma)란 발음이라도 1성으로 읽으면 엄마의 마, 2성으로 읽으면 모시 삼베의 마(麻), 3성으로 읽으면 말 마(馬), 4성으로 읽으면 메뚜기나 왕개미의 마가 된다. 한(han)이란 발음도 2성으로 읽으면 대한민국의 한(韓)이고, 4성으로 읽으면 중국을 상징하는 한나라의 한(漢)이다. 성조를 지키지 않으면 한국과 한국어를 중국과 중국어로 오해할 수도 있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큰 소리로 정확하게 성조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중국인들에게 김덕균(金德均)이란 이름을 소개할 때면, 황금(黃金)의 김(金), 도덕(道德)의 덕(德), 평균(平均)의 균(均)이라 말한다. 인명과 같은 고유명사는 물론 특별한 개념어를 말할 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말해야 정확히 전달된다. 각기 다른 높낮이의 4가지 성조를 지켜야 뜻이 분명해 지다보니 말이 많아지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중국어를 한글로 번역하면 1.5배, 고대 한문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일본인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 존중 예절까지 철저하다. 역사 속 사무라이 문화전통과 관계가 있을 것도 같다. 한국과 중국이 문인중심의 사대부문화라면, 일본은 오랫동안 무인중심의 사회로 내려왔다. 한국과 중국문화는 과거시험제도로 신분상승의 기회가 열려 있었지만, 과거제도가 없었던 일본사회에서는 신분상승의 기회가 닫혀 있었다. 신분상승이 가능한 사회에서는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소개하는가에 따라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폐쇄적 신분사회에서 그것도 무인들이 사회의 중심세력이라면 혹 한마디 잘못으로 단칼에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다. 자칫 괜한 얘기, 괜한 행동으로 화근을 자초하기보다는 말조심, 행동조심으로 스스로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 목숨 부지를 위해서라도 섣부른 말과 행동은 금물이다. 이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 존중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보호를 위한 보신책이라 할 수 있으니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해서든 표현해서 드러내려는 한국인이나 중국인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오랜 세월 다른 모습에서 나온 나라마다의 생활습관을 갖고 옳고 그르고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오히려 상대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희망적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덕균 중국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4.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5.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1.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2. 공공사업 낙찰 규모 계룡건설산업 연말에 1위 탈환할까
  3.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4. 노사발전재단 충청중장년내일센터, '대전 기업 밋업데이' 개최
  5. 대청호 가을녹조도 하향추세…조류경보 '관심'으로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