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여년 전 중국 산동성에 남은 신라인 흔적을 찾다

  • 사람들
  • 뉴스

1300여년 전 중국 산동성에 남은 신라인 흔적을 찾다

중도일보 오피니언면에 ‘오늘과 내일’ 칼럼 연재하고 있는 산사대 한국학연구소장 김덕균 교수, 중국 제남에서 1300여년 전 신라인 흔적 발견

  • 승인 2024-09-10 17:5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김덕균
산사대 한국학연구소장 김덕균 교수
효당사(곽거사당)
효당사(곽거 사당)
중도일보 오피니언면에 '오늘과 내일'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중국 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장 김덕균 교수가 중국 산동성에 남은 신라인 흔적을 찾아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덕균 교수는 중국 제남에서 1300여년 전 신라인 흔적 발견 고대 신라인들의 활동 무대가 중국 산동성 해안지역에서 내륙 깊숙한 곳까지 이어졌음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곽거를 칭송하는 비석군
곽거를 칭송하는 비석군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후원하고 중국 산동사범대학 한국학연구소(소장 김덕균 교수)가 주관하는 이 연구사업은 장보고 유적 등 이미 잘 알려진 산동성 해안가 중심에서 내륙 깊숙한 곳까지 신라인들의 활동무대가 확장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작업으로, 최근에는 산동성 수도 제남시 주변에서 그 흔적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44444
사당 벽면에 있는 신라인 흔적(산동성 석각박물관 자료 참조(
제남시 장청현 효리(孝里)란 시골마을에 효당산(孝堂山)이라는 해발 57m의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 그 정상부위에 동한시대 중국의 대표적인 효자 곽거(郭巨)의 사당이 있고, 사당 벽면에서 신라인들이 남긴 흔적을 찾은 것이다. 한반도 서해안에서 바닷길로 산동성 연안에 도착한 신라인들이 황하를 따라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가는 길목이었던 제남시에 자신들의 이름을 신라에서 왔다는 기록과 함께 해당 연도를 사당 벽면에 날카로운 도구로 새겨놓은 것이다.



noname01
신라사인(신)과 이름, 해당연도가 새겨진 새김글.
이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김덕균 교수는 "현재까지 확인된 신라인의 흔적은 주로 7세기 전후 이곳에 와서 기록을 남겼는데, 그들의 이름은 강심만(江深滿), 김장공(金章公), 김현심(金縣心), 김원기(金元機), 김인신(金人信), 김양길(金良吉), 석거구(昔居丘), 김갈패(金葛貝) 등 8명”이라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이름은 남기지 않았지만 신라인의 흔적임을 알 수 있는 표기도 있고, 백제와의 전쟁에 출전하는 당나라 사람의 이름도 새겨져 있어서 이 곳이 당시 중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내륙의 거점이었음을 확인해 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그 의미를 부여했다.

noname01444444444
공사중인 효당사 입구
김 교수는 "이곳 사당 벽면에 새겨진 신라인들의 이름은 그간 이미 알려진 당나라를 오간 수많은 사신들과 승려 명단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들로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며 “앞으로 좀 더 많은 자료 발굴과 연구를 통해 신라인들의 활발했던 대외 활동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곳 효당산은 24효에 나오는 중국의 대표적인 효자 곽거의 사당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효를 중시했던 신라인들에게는 더 의미 있게 여겨지던 공간이었고, 그들이 신라로 돌아가 어머니 봉양을 위해 아이를 땅에 묻으려고 했다는 곽거의 '위모매아(爲母埋兒)' 효행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것이 신라 경주의 '손순매아(孫順埋兒)' 효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효문화 전문가로서의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noname01444444444444
임시 통로로 사용하는 황하부교
한편 답사에 함께 참여한 산사대 한국어과 한샤오 교수는 "제남시 동쪽에 있는 대불두(大佛頭)라는 산 중턱에는 중국에서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진 신라 승려 김교각(金喬覺)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서 신기했는데, 최근 다시 가보니 주변 불상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옮겨져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을 관리자에게 들었다"며 "당나라시대 신라인들이 제남시 일원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noname012
산사대 한국어과 주임교수이자 지역학연구소장으로 있는 쫑지에 교수는 "제남시와 그 주변에 신라인들의 흔적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더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쫑지에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지역학을 연구하는데 한국학을 적극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파견된 김덕균 교수님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동성내 남아 있는 7세기 이후 신라인들의 흔적을 찾아 자료화하는 작업이 본 연구의 핵심 과제이지만 선행연구가 부족한 상태라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주변 학자들의 관심도 많아서 부담도 되지만 보람을 갖고 좋은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마침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이번 사업을 지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며 “한중연과 산사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신다면 중국내 한국학 연구가 더 활성화되고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연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시, 읍면동 행복키움지원단 활동보고회 개최
  2. 천안법원, 편도 2차로 보행자 충격해 사망케 한 20대 남성 금고형
  3. ㈜거산케미칼, 천안지역 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 후원
  4. 천안시의회 도심하천특별위원회, 활동경과보고서 최종 채택하며 활동 마무리
  5. ㈜지비스타일,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내의 2000벌 기탁
  1. SGI서울보증 천안지점, 천안시에 사회복지시설 지원금 300만원 전달
  2. 천안의료원, 보건복지부 운영평가서 전반적 개선
  3. 재주식품, 천안지역 취약계층 위해 후원 물품 전달
  4. 한기대 온평원, '스텝 서비스 모니터링단' 해단식
  5. 백석대 서건우 교수·정다솔 학생, 충남 장애인 체육 표창 동시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대전·충남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긍정 발언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가운데 공론화 등 과제 해결이 우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사실상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충청권의 광역 협력 구조를 '5극 3특 체제' 구상과 연계하며 행정통합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돼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충청 여야, 내년 지방선거 앞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격전지인 충청을 잡으려는 여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미래 어젠다 발굴과 대시민 여론전 등 내년 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마다 승자를 결정지었던 '금강벨트'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에게 내년 6월 3일 치르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만에 치르는 첫 전국 단위 선거로서,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때문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안정..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2026년 R&D 예산 확정… 과기연구노조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 마중물 되길"

윤석열 정부가 무자비하게 삭감했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026년 드디어 정상화된다. 예산 삭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연구 현장은 회복된 예산이 연구개발 생태계 복원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회는 이달 2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정부 총 R&D 예산은 2025년 29조 6000억 원보다 19.9%, 5조 9000억 원 늘어난 35조 5000억 원이다. 정부 총지출 대비 4.9%가량을 차지하는 액수다. 윤석열 정부의 R&D 삭감 파동으로 2024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