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식장산(食莊山)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 칼럼] 식장산(食莊山)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 승인 2025-02-05 16:47
  • 신문게재 2025-02-06 1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2024120401000313300011891
백남우 회장.
식장산(食藏山)은 대전광역시 동구와 충청북도 옥천군에 걸쳐 있는 표고 598m의 산으로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산은 주민들에 의해 식경산, 법장산, 대성산 등 다른 이름으로도 불려진다. 동구 삼정동에서 옥천군 군북면 자모리로 넘어가는 자모실고개(장고개)가 있다. 탄현(炭峴)이라고도 하는 이곳은 삼국시대의 백제가 군량을 저장하고 신라의 침공을 방어하던 요충지였다고 하여 식장산이라 불렀다 한다. 이 산에는 대전 유일의 고찰인 고산사(高山寺)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회덕현 불우조)에 "고산사는 식장산에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산에서 기도를 하면 소원이 잘 이루어진다고 하여 대성동의 뒷산인 식장산을 대성산이라고도 한다. 또한 고산사 대웅전 수리 때 상량문에 법장산 법장사(法藏山 法藏寺)라는 기록이 발견되어 이산을 법장산이라 불리었음을 알 수 있다.

식장산의 험난한 지형은 자연의 요새지로 삼국시대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 때 대전 전투의 격전지로 현재도 국방상의 요지이다. 삼정동 경부선철도 변에 있는 김재현 기관사 순직비가 있어 이를 대변한다. 백제의 충신 성충(成忠)은 옥중 상서에서 "앞으로 병화(兵禍)가 있을 것이니 만일 적병이 오거든 육로는 탄현을 넘지 못하게 하고 수로는 기벌포(伎伐浦)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하였다. 결국 신라는 이 탄현을 넘고 백제는 패망하였다. 탄현으로 추정되는 장고개 주변 국사봉과 꾀꼬리봉 등 식장산 능선 줄기를 따라 여러 산성과 보루가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일대는 삼국시대부터 백제와 신라의 길목으로 교통의 요지가 되었고 현재도 경부선철도와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경부선철도를 부설할 때 작업이 어려운 구간이었고 고속도로와 고속철도의 터널이 집중되어 있는 험난한 곳이다.



학창 시절 기억에 동구 대성동에 있는 식장산의 고산사는 소풍 장소로 유명했었다. 흙먼지 펄펄 날리던 비포장 대전-금산 간 국도를 따라 가오동 변전소를 지나면 대성동 삼거리가 나온다. 대성리 공동묘지를 지나 한산한 산길을 힘겹게 오르면 '고산사' 가는 길이 아니라 '고생사' 가는 길이라는 푸념이 절로 나왔다. 고산사는 대웅전, 목조석가모니불좌상, 아미타불화 등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재가 있는 고찰이다. 인근에 전하는 '은어송 전설'은 고산사 스님 범흥과 나무꾼 은어송과의 이야기가 담긴 전설이다. 고산사 근처에는 이사동 오두산 격전지의 주인공 이규홍 의병장의 마지막 항일 항전지인 장군바위도 있다.

세천유원지 인근 산을 지역민들은 수도산이라 불렀다. 이곳의 수원지는 1934년 만들어진 대전 최초의 상수원으로 대청호의 물을 수돗물로 쓰기 전까지 대전 시민의 식수원이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1996년 생태 보전림으로 지정되었다. 해방 후 땔감이 부족해 유일하게 숲이 보존된 수도산은 나무꾼들이 넘쳐 났다. 식장산은 새해 첫날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식장산하 가활만인지지(食臧山下 可活萬人之地)」라는 옛말도 전한다. 식장산 아래에 만인이 편안하게 살 곳이라는 것이다. 식장산은 대전의 상징이자 대전을 수호해 준 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해온 산이다. 우리 조상들은 산을 경외시했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에 든다고 했고, 산은 날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성황당이 있는 재(고개)를 넘는다고 했다. 지금은 폐허처럼 남아 있는 인근 증약터널의 입구에는 '악신경분'(嶽神驚奔)이라는 문구가 쓰인 액석이 있다. 그때 놀라서 떠났던 식장산의 산신령이 다시 돌아와 우리의 염원을 이루게 해줄 정령이 깃든 산으로 식장산을 우리는 아끼고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2.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3.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4.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5.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