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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규암면의 한 빈집 |
박정현 부여군수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빈집세'를 주장한 것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으려는 것이 아니다. 빈집 소유자의 자발적 정비와 철거를 유도하고,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는 정부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박 군수는 "빈집세라는 이슈를 통해 정부가 비현실적인 절차와 비용 부담을 풀 수 있는 단추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촌 지역의 빈집은 거의 쓰러져 갈 정도로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포크레인으로 한 번만 내려치면 해체가 가능할 정도로 구조가 단순하지만, 해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건축사의 해체계획서를 첨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빈집이나 창고를 철거하려면 건축사 도장 비용으로 최소 5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빈집을 그대로 방치했을 때 부과되는 재산세가 정비할 때보다 더 낮아, 소유주 입장에서는 철거 대신 방치를 선택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의 현실성 없는 세금 부과와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빈집 정비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박정현 군수는 "빈집세는 결코 세금을 더 걷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소유주가 빈집을 관리·활용하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박 군수는 이어 과도한 규제와 형평성이 결여된 빈집 재산세는 모순이라며, 빈집세가 전국적으로 이슈화 된 만큼 기본적인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여군이 실시한 빈집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내 빈집은 총 544호로 나타났다. 양화면이 62호(11.4%), 옥산면·남면이 각 114호(10.5%), 부여읍이 56호(10.3%)를 차지하며, 16개 읍·면 중 3∼4개 면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고른 분포를 보였다.
부여군은 빈집 철거비용으로 한 동당 3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금액으로는 생활 폐기물과 건축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빈집 관리체계를 마련해 소유자의 자발적인 정비와 활용을 도모할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정현 군수가 전국 최초로 빈집세를 제안하며 사회적 이슈를 촉발한 만큼, 이제 제도 도입 전 과정의 모순을 하나씩 시정해 나가면 해법이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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