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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모바굴나즈 결혼사진 |
내가 태어나고 자란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결혼이 단순한 개인의 결심이 아닌, 가문과 공동체의 결합이라는 의미를 지닌 큰 의례였다. 신랑과 신부의 결혼 여부는 지역 어르신과 친척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결정되었고, 결혼식은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였다. 이는 유대와 책임감을 강화했지만, 동시에 개인의 선택권은 종종 희생되곤 했다.
▲디지털 시대, 만남의 방식이 바뀌다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국에서 큰 전환을 겪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삶의 방식이 중시되고, 비혼 인구 증가, 혼인 연령 상승 등의 변화가 이를 보여준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만남과 결혼의 과정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앱을 통한 취향 기반의 만남이 보편화되면서, 결혼은 더 이상 '사회적 당연함'이 아닌 '자기 결정의 한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 키르기스스탄에서도 중매인의 역할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본인이 직접 상대를 선택하고 결혼 시기 또한 스스로 결정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결혼은 이제 관계의 완성이 아닌 시작이며, 서로를 알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부담, 현실 속 결혼의 무게
결혼문화의 변화는 경제적인 현실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전통 혼례에 따라 대규모 예식과 피로연을 치르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른 양가의 부담도 상당하다. 하지만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는 초대 인원을 줄이거나, 예식 규모를 조정하는 등 현실적인 절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스몰 웨딩이나 셀프 웨딩, 혼인 신고만 하는 '노웨딩족'이 증가하고 있으며,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결혼의 형식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태도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평등한 결혼생활을 향한 변화
전통적으로 결혼 이후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의 책임이 집중되었던 문화는 양국 모두에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한국과 키르기스스탄 모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사 분담과 공동 육아, 맞벌이를 기본으로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과거의 역할 구분이 무너지고, 동등한 파트너십으로서의 결혼이 이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나를 세우다
두 나라 모두 여전히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조부모 세대의 기대와 공동체의 전통을 따르려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한국 또한 전통적인 가족 중심 가치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두 문화를 모두 경험하며, 나는 그 경계에서 나의 정체성을 세워가고 있다.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양쪽 문화를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느낀다. 결혼은 이제 단순한 제도가 아닌,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카스모바굴나즈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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