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 이글스의 상승세에 힘입어 대전 시민들의 야구 사랑이 더욱 뜨겁다. 야구장을 찾는 즐거움과 승리의 기쁨이 일상에 활력을 주는 가운데, 필자의 고향인 일본 나고야에서도 같은 열정이 존재한다. 나고야 시민들은 '주니치 드래건스(中日ドラゴンズ)'를 열렬히 응원한다.
흥미롭게도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주니치 드래건스는 일본판 한화 이글스"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 이는 오랜 기간 성적 부진을 겪었던 두 팀의 이미지가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고야와 대전, 두 도시 야구팀 모두 깊은 팬심과 역사 속 특별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1996년, 전설의 투수 선동열 선수가 KBO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NPB)의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했다. 이어 1998년에는 '야생마' 이종범 선수도 같은 팀에 합류했다.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필자의 가족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키워나갔다.
"1999년 드래건스가 센트럴 리그에서 우승했을 때, 그 중심에 선동열과 이종범이 있었다."
필자의 친정아버지는 지금도 그해를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1999년은 주니치 드래건스가 11년 만에 센트럴 리그 우승을 차지한 해였다. 당시 선동열은 마무리 투수로 맹활약하며 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고, 이종범은 빠른 발과 공격력으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류 이전, 야구가 만든 한국에 대한 인식
필자가 한국에 시집을 온 해는 1997년. 당시에는 가족 모두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결혼을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이어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하는 선동열과 이종범의 존재가 가족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선동열, 이종범이 너무 잘하니까 기분이 좋아." 아버지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시며 한국에 대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이처럼 필자의 가족에게는 '겨울연가' 이전에 이미 '야구 한류'가 있었다.
▲나고야는 야구로 기억되는 도시
한국에서 가끔 "어느 도시에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나고야요, 선동열과 이종범이 있었던 팀의 도시예요."라고 대답한다. 도쿄와 오사카만큼은 아니지만, 야구 팬이라면 나고야라는 도시 이름에 곧장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야구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 사람과 도시, 나라를 이어주는 특별한 힘을 지닌다. 필자는 지금도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면서, 고향 나고야에서의 추억과 연결된 정서적 유대를 느낀다.
까사이유끼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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