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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
그로부터 약 5년 반이 흘렀고, 이제 그 성과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할 시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토록 원하던 인공지능 석박사 학위자들이 여러 인공지능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급인재들이 대한민국에 잘 정착하고 있을까?
다양한 조사 결과를 보면 결과는 암담하다. 한국의 AI 인재 순유출입수는 인구 1만 명당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5'에서도 우리나라는 이스라엘, 인도, 헝가리, 터키에 이어 다섯 번째로 AI 인재 유출이 많은 국가로 나타났다.
국내 대학 졸업자가 평생 쓰는 공교육비가 약 2억 1483만원이고, 이들이 해외로 거처를 옮길 경우 세수 손실은 1인당 약 3억 4067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 현실은 한국 납세자가 미국과 중국 같은 AI 강국의 인재 확보를 위해 돈을 대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81.9%가 AI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 양성된 우수한 AI 전문가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해외로 이주하면서, 정작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할 인재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양적 부족을 넘어 고급 인재들이 국내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현재 AI 인재 이동 패턴을 보면 명확한 계층화가 드러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연구에 따르면 국내 S급 인재는 미국·캐나다 등 해외 빅테크 기업으로, A급 인재는 국내 대형 IT 기업(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제조업 분야는 대기업조차 AI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메타(Meta)는 최근 경쟁사 최고급 인재 영입에 1명당 최대 연봉 1400억 원을 제시하는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OpenAI의 한국인 정형원 박사도 유사한 조건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다룰 핵심 개발자는 수백 명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앞으로 인공지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러한 글로벌 인재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엇인가? 우리 지역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전국적으로 우수한 연구환경을 갖춘 대학, 연구소 등이 포진돼 있어, 연구자들이 성장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배출된 AI 분야 인재가 한국이라는 환경 속에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주 큰 숙제이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인재 양성이 아니라 인재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이제 단기 성과주의를 넘어서는 장기적 비전, 창의성을 존중하는 연구 환경,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자금 지원 등이 절실하다. 대덕연구단지 같은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우리가 정작 그곳에서 자란 인재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국가적 자원 낭비가 될 것이다.
5년 반 전 세운 원대한 계획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려면, 이제는 '키우는 것'에서 '머물게 하는 것'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AI 인재들이 떠나지 않고 머물 이유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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