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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 소설가 |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일본 식민통치 36년과 그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오늘의 양당 구조가 한국 민주주의의 발목을 오랫동안 잡아왔다.
해방 후 1947년 제헌의회가 들어서면서 반민특위가 구성되어 식민 통치에 적극 가담한 친일 인사를 벌주려고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관용적 태도와 6.25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나면서 이 일이 흐지부지되었다. 친일 인사들은 전쟁 후 이승만 정권에서 기사회생해 오늘날 국민의힘 세력을 이뤘다. 반민특위를 구성하고 활동했던 김구를 비롯한 민족주의 진영은 더불어민주당 계열로 힘을 모아왔다. 사실 민족주의 진영이 몇 번 승리한 대선을 제외하면 거의 반세기 이상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뒷받침한 국민의힘 정당 계열의 친일 인사들이 나라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친일하면 자손 대대로 잘 살고, 독립운동하면 자손이 망한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말이 아니다.
어쩌면 이번 내란 특검은 단지 윤석열이라는 내란수괴를 처벌하자고 구성된 것은 아닐 것이다. 뿌리는 못 속인다고 한 세기 이상을 권력에 빌붙어 호의호식하고, 지금은 극우세력, 사이비종교 세력까지 침투하여 혼탕이 된 국민의힘을 해산하고, 한국식 민주주의의 새 기틀을 마련하라는 시대적 사명이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민주주의 위기라고 칭할 만큼 패권주의적 사고를 가진 지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여기에 기후재난과 국지적 전쟁까지 겹치면서 전 지구적 위기가 언제라도 닥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상호번영의 민주주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의 작은 나라이지만 옛적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예언한 대로 동방의 등불같은 나라이기도 하다. 비폭력 촛불시위로 내란을 극복한 K-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지금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가 극렬하게 나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어떻게 나라를 안정시켰는지 그들은 궁금해 한다. 현재까지 흙수저에서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른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보면 이런 K-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든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서 있는 현시점은 반세기가 넘도록 이루지 못한 일제 청산이라는 반민특위를 완성하고, 그 너머 K-민주주의를 통해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의 등불이 되고자 하는 지점인지도 모른다. 나는 시대정신이 그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감회를 받고 있다.
광주 망월동에 묻혀있는 5.18 희생자들과 일제시대 때 이 땅에서 또는 중국을 떠돌며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독립운동에 매진한 선열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있는 것이다. 독재자와 같은 권위 의식과 총칼로 국민을 위협하는 그런 친일 수구 정당이 두 번 다시 권력을 잡도록 이제는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주된 지지층은 40, 50, 60대 초반이다. 이들은 5.18 군사 계엄령을 경험했거나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는 민주화 투쟁에 나섰고, 그 민주화 이념을 이어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점점 보수화될 수도 있는 나이임에도 진보적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런 동지적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정신을 공유한 지지층이 있을 때 K-민주주의를 하루라도 빨리 완성해야 한다. 정청래 당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란 세력과 손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들의 손목을 부여잡고 역사의 뒤안길로 잘 퇴진시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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