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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시인 ‘고통 없는 꽃길 어디에’ 전문
파킨슨 투병 중에도 병고 극복 의지와 오롯한 시심으로 김선호 6시집 <함께 기도해요> 를 발간한 김선호 한밭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김선호 교수는 “80세, 산수의 문턱에서 만난 희귀 질환 ‘파킨슨’으로 인해 힘겹게 투병하고 있다”며 “신체의 여러 분위 근육을 무력화시키는 이 질환은 확실한 치료법이 없다는 게 현실적 정설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축을 하지 않으면 혼자 걸음을 걷기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김 교수는 “서서히 무력화되는 근육으로 인해, 대부분의 환자가 절망의 늪에 빠지지만 저는 제 내면과 신앙심, 그리고 가족과 친지들의 사랑으로 문학 창작에 열중하며 병고를 극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제가 투병 중 쓴 작품들로 2025년에 6시집 <함께 기도해요>를 발간하고, 지난해 발간한 <섬뫼 울림은> 2쇄를 하드커버 시선집으로 발간해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께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위 시는 저의 신체적 상황과 내면적 지향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작 성격을 띠고 있다”며 “파시스트처럼 독한 질환이 ‘파킨슨’이라는 이름으로 제 목줄을 흔들어대지만 ‘삶의 주인은 하늘’이라는 신앙심, 남아 있는 삶은 ‘자투리’에 불과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지만, 살아 있는 오늘을 ‘꽃길’이라 여기며 ‘고통 없는 꽃길이 어디 있으랴’자긍하는 자세를 오롯이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리헌석 <한국예술뉴스> 발행인은 “때로는 다리 근육이 풀려 넘어지지 않으려 허둥지둥 뛰기도 하고, 차에서 내리다가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지면서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힘이 있어 행복하다는 김선호 시인을 만난다”며 “매주 문우들과 함께 합평회를 하면서,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그의 말에 문우들은 속울음으로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도를 생활화하는 가톨릭 신자로 ‘함께 기도해요’에서 ‘아름다운 하루를 허락해주시는 만고의 사랑님(하느님)에게 늘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기적이 아니면, 아직도 완치할 수 없는 질병 파킨슨과 투병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감사기도를 드린다.
김 교수는 “사랑님(하느님)의 아들딸답게 하늘나라로 갈 때 고결하게, 향기롭게, 따사롭게 살면서 함께 기도하기를 소망한다”며 “이와 같은 자세로 일관할 때,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소풍을 온 것처럼, 짧아도 오롯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파킨슨 잡놈과의 동행’에서 ‘나 좋다 찾아든 친구/뭘 탓하랴’라고 수용하면서도 ‘부딪치고 넘어지는 망신살’ 때문에 얄미운 친구라 투정하기도 한다. 신체가 ‘버걱대는 것마저/더 고장 내놓는 심술보’이면서 ‘지(저, 자기)하고만 있으라는 고집불통’이라고 도외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투병 중에도 강한 의지력과 신앙심으로 온갖 잡념을 극복하고 시 창작에 나선 김 교수의 시심과 신앙심은 희수(77세)를 맞아 건강하게 빚은 3연시조 ‘천하의 해운대가 부르니’에서부터 산수(80세) 이후에 빚은 작품까지 망라된 주옥같은 시들을 이번 시집 <함께 기도해요>에서 소개했다.
한편 김 교수는 1947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추사 김정희 선생의 후손이다. 공주 유구초, 서산중, 충남상고,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건국대 대학원 국문과(문학박사)를 졸업했다. 제7기 ROTC로 육군 중위 예편했다. 국립 한밭대학교 교수와 학장을 역임했다. 수필집 <낙타와 바늘구멍>,<내 사랑의 이유>,<망신살이 무지갯살>,<사랑의 눈으로 보면>,<속상해 하지 마시게>, 시집 <말하자면 당신은>,<바람 타는 물새 한 마리>,<섬뫼 울림은>,<함께 기도해요> 를 발간했다. 충남대문학회장을 역임했다. <시사문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고,<문학세계>에 수필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제7회 풀잎문학상 대상, 제4회 북한강 문학상, 제55회 문학사랑 인터넷문학상, 2005년 대전시 문화상 문학부문, 자랑스런 한국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을 빛낸 문인> 공저, ‘하늘비 산방’, ‘봄의 손짓’을 발표했다. 중도문학회 회장, 외솔회 회장, 월간 시사문단 고문과 대전지부장으로 활동중이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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