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기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1886년(明治19年) 2월, 지금의 쓰쿠바대학(筑波大學)인 도쿄사범학교(東京師範學校)가 치바현 초시 방면으로 장도소풍(長途小風)을 다녀온 것이 시초라 전해집니다. 약 열흘 남짓 이어진 이 일정은 전 구간을 도보(徒步)로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지요. 당시 일본은 경제 발전(發展)과 재력(財力) 축적, 군사력 강화(軍事力 强化)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체력을 길러내는 행군(行軍) 훈련의 의미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군사적 훈련에 그치지 않고, 생물(生物)·광물(鑛物) 표본을 채집(採集)하고, 지형(地形)을 학습하며, 사적(史蹟)을 탐방(探訪)하는 등 학술연구(學術硏究)의 성격도 함께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한 '수학여행(修學旅行)'이라는 용어 역시 이때 도쿄사범학교가 처음 사용한 조어(造語)라고 전해집니다.
오늘날 수학여행의 목적지는 학년별·지역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초등학교는 주로 6학년 때 비교적 가까운 관광지를 찾고, 중학교는 3학년 무렵 역사와 자연 학습을 겸해 교토(京都)나 나라(奈良), 후지산(富士山)과 야마나시현(山梨縣) 등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 준비로 가장 바쁜 2학년에 떠나는 경우가 많으며, 일상과는 다른 환경에서 시야를 넓히고 견문을 넓히는 데 목적을 둡니다. 최근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향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인도, 핀란드, 네팔, 태국 등이 인기 있는 여행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을밤 차 한 잔 곁에 앉아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아마 그 시절의 웃음과 설렘이 다시금 마음속에 따뜻하게 스며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스다아야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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