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새로운 학기를 맞아 교실은 언제나처럼 활기가 넘쳤다. 서로의 말을 들어달라며 선생님 자리로 몰려오고, 사소한 일에도 웃고 다투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분주한 나날이었다.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함께 만들어가는 한 해'를 꿈꾸며 아이들과 학급 규칙을 정하고,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배우며 봄을 보냈다.
그러던 6월, 그 무렵 베트남에서 전학 온 수안(가명)이 우리 반의 새 식구가 되었다. 아이들은 생김새와 말투가 낯선 친구를 신기해하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나에게 자주 묻곤 했다. 나 역시 다문화 학생을 처음 맡게 되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수안이는 베트남에서 자라 한국인 아버지의 직장 발령으로 입국한 아이였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해는 했지만 말하기와 쓰기가 서툴렀다. 알림장을 쓰거나 글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나는 '이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개학과 함께 '일곱 빛깔 무지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름 그대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한 작은 실천이었다.
① 배려와 존중의 마음 키우기-다름을 인정하는 학급 분위기 조성
② 의사소통 능력 향상하기-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
③ 따뜻한 감성 기르기-미술과 음악을 통한 정서 교육
④함께의 기쁨 느끼기-놀이체육으로 협동심과 공동체 의식 키우기
⑤ 기초학력 다지기- 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한 학습 자신감 회복
⑥자존감 키우기-; '칭찬과 격려의 날' 운영
⑦가정 연계 지도 강화하기-알림장과 SNS로 학부모와의 소통 강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은 수안이를 '특별한 친구'가 아닌 '함께 어울리는 친구'로 바라보게 되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언어가 조금 서툴러도 마음으로 통할 수 있음을 배웠다. 수안이도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 발표나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웃음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수안이 부모님과 긴밀히 소통하며 학교와 가정이 함께 노력한 덕분에, 수안이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10년이 지난 요즘의 교실에는 더 많은 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있다. 인터넷 기반 SNS 등 을 통해 전 세계가 연결된 시대라 이제 '다름'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은 바로 '존중의 마음'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우리 사회는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더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문득, 그때의 2학년 3반 아이들을 떠올린다.
세월이 흘러 그 아이들은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시절의 해맑은 웃음이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를, 그리고 그 미소 속에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이 함께 자라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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