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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천 현암교 인근에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는 가시박이가 군락을 이루며 번식, 이름모를 야생화와 우리꽃들이 사라져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김상구 기자 ttiger39@ |
지름 30㎝는 족히 넘을 것처럼 보이는 큰 가시박 잎사귀가 봉숭아 등 주변의 토종 식물들을 휘덮고 있었다.
큰 잎사귀에 가린 주변 식물들은 햇빛을 받지 못해 광합성 작용을 못 한 듯 푸름을 잃고 누렇게 변해가는 것이 목격됐다.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100여m 떨어진 곳에도 요란한 모습을 한 가시박의 점령지가 눈에 띄었다.
가시박에 하늘이 가린 주변 식물은 마치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처량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똑같은 사정에 있는 가시박 군락지는 본보 취재진이 확인한 곳만 해도 7~10곳가량에 달한다.
대전천변 보문고등학교 뒤편~현암교 500m 구간에 우후죽순 생긴 군락지는 1곳 당 수십 개의 가시박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고 불리는 가시박이 대전천변을 점령하면서 생태계 교란 우려를 높이고 있어 제거작업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학계 등에서 대전천의 분포된 가시박을 비공식적으로 조사한 바 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전천의 광범위한 군락 사실도 최근 처음 확인됐다.
보문고등학교 하균(50) 교사는 “보문고 학생들로 구성된 ‘아드바야 대전천두레’라는 동호회가 하천 정화활동을 벌이던 중 10월 중순께 가시박이 널리 분포된 것을 발견했다”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가시박의 강한 번식력을 감안하면 대전천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제거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시박은 하루에 30cm 이상 자라는 강한 번식력과 큰 잎사귀 때문에 토종 식물과 주변 식물 생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백해무익한 외래 식물이다.
일단 자리 잡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주변을 휘덮기 때문에 토종식물 등 하천변 생태계를 위협하기 일쑤다.
가시박에 포위된 식물들은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위험성은 식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질긴 줄기와 열매에 달린 수많은 가시가 위험 요인.
실제 기자가 가시를 손으로 건드렸을 때 살갗을 예리하게 파고들었으며 열매의 가시는 청바지도 쉽게 뚫고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부주의하면 행락객의 안전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 박사는 “가시박은 씨앗이 크고 발아율이 좋아 번식력이 강하기 때문에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컨트롤(제거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외래종 번식을 막도록 물웅덩이 등 토종 식물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하천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1년생 초본으로 학명은 박과로 분류되며 학명은 ‘Sicyos angulatus L’이다. 6~9월에 꽃이 피고 잎은 어긋나기(互生)잎차례이며 잎자루는 길이 3-12㎝로 연모가 밀생하며 줄기는 4~8m, 열매는 자루가 없고 3-10개가 뭉쳐난다. 강력한 번식력으로 식물 생태계를 파괴해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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