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일 파업 3일차인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치료가 불가해 이용객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정바름 기자) |
지난 25일부터 파업 3일 차에 접어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였다. 진료 접수대에 가자 직원이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진료만 가능하고 치료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병원 내 직원 89명 중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75명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체 치료사 45명과 간호사 일부가 업무 중단한 상태다. 현재 병원은 8명의 입원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밖에 없어 외래 환자 치료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접수대에는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이 쓴 이용객들을 향한 편지가 빼곡히 붙어있었다. 파업으로 인해 치료가 중단된 것에 죄송한 마음, 열악한 처우 개선에 대한 절박함을 담은 내용이었다.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파업이 수일째 이어지자 기댈 곳 없는 중증 장애 아동과 부모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병원 운영 재정부담과 직원 처우·임금 문제를 두고 풀리지 않는 노사 갈등에 정부의 관심과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하루 평균 병원 이용객은 80명, 대전 지역만 놓고 봐도 2000명의 발달·뇌병변 장애아동이 병원을 오간다. 전국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대전에만 있어 세종, 충남 등 먼 타지에서 오는 환자들도 상당하다. 이마저도 대기인원이 많아 외래환자가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선 두세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이용객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갑작스럽게 병원 총파업으로 치료가 중단되면서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자녀가 통원치료를 받는다는 한 병원 이용객은 "지금이 학교 방학 기간이라 병원 수요가 가장 많을 때"라며 "중증 장애아는 여기 말고는 갈 곳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다른 병원은 가기에는 대기가 많아 들어 갈 수조차 없다"라고 토로했다.
![]() |
파업에 돌입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노조원들이 쓴 편지가 병원 진료접수대에 빼곡히 붙어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
쟁점은 정근수당 신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10년 근속 시 기본급의 50%에 해당하는 정근수당 지급안을 주장하고 있으나, 대전시는 정근수당에 대해 기본급의 20% 넘는 지급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인건비 및 운영비는 국비 지원 없이 대전시의 시비만 투입되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병원 운영을 위해 80억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오래 근무할수록 해마다 직원 임금은 오르고, 정근 수당은 연차가 쌓일수록 정율에 의해 수당 금액이 오른다"라며 "현재도 35억의 적자가 났는데, 지방비만 투입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갈수록 예산 부담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단 스텝 바이 스텝으로 20%부터 시작해서 해마다 늘려 가보자는 것이 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양쪽의 입장 차가 좁히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대전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일부 국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재정 투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은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대전시가 방관하듯 있으면 안 되고 정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라며 "복지부도 관심을 갖고 치료중단 사태 해결 방안,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병원 운영에 대해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