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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앞서 소개해드린 모든 영화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거장과 배우의 만남으로 단순한 오락과 지식 차원에서 기대감을 높여주는 그런 영화가 아닌 근간에 제작된 영화중 최고의 명화임을 증명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영화이다.
<정복자 펠레><최선의 의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수상에 빛나는 거장 빌 어거스트 감독과 <포스 엔젤> <미션><칼라스 포에버> <데미지> 등 수많은 영화에서 명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여주었고 <행운의 반전>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 그리고 <나우 유 씨 미 : 마술 사기단> <부메랑> <투모로우>에 출연했던 프랑스 국민여배우 멜라니 로랑과 전설의 감독 존 휴스턴의 손자로서 <벤허(신작)> <오만과 편견> <롱기스트 라이드> <러브 인 베를린> <아메리칸 허슬>에서 열연했던 잭 휴스턴 등이 호흡을 맞쳐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는 또 매혹적인 문체와 인생에 대한 섬세하고 철학적 고찰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으며, 독일에서만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3년 연속 독일 아마존 TOP10에 오르는 등 전 세계 30개국에서 출간 되어 1000만부 이상 판매된 유럽 문학의 현대 고전이라고 불리우고 있는 원작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문학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화제를 모은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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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는 2013년도에 제작하여 이듬해인 2014년에 발표되었다. 원작의 영화화가 결정되면서 빌 어거스트 감독은 제레미 아이언스 만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의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역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제레미 아이언스 역시 단 이틀 만에 수락했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실제 스페인에서 일어났던 내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먼저 간단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오랜 시간 고전문헌학을 강의 하며 새로울 게 없는 일상을 살아온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우연히 위험에 처한 낯선 여인을 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비에 젖은 붉은 코트와 오래된 책 한 권, 15분 후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 티켓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그레고리우스’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끌림으로 의문의 여인과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잭 휴스턴)를 찾아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책을 따라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인생의 외로움과 사랑의 순간들에 대한 환상적인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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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제6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공개된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미 공인된 문학적 가치 외에도 우연히 마주치게 된 한권의 책과 한 장의 열차 티켓을 발견한 뒤 운명적인 끌림으로 리스본으로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 그레고리우스와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같은 감정이입으로 영상을 통한 문학세계로 마법 같은 여정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고풍스럽고 우아한 스위스 베른과 매력적인 포르투갈 리스본의 해안 도로의 전경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실제로 이 영화는 스위스와 포르투칼이 합작하여 만든 영화이다.
여행을 꿈꾸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유럽. 특히 요즘에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관객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 가운데,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들의 이름이 영화제목에 삽입되어 많은 관객들로부터 크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와 웨스 앤더슨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캐스팅이 더해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새로운 장소에서의 낯섦과 설렘이 공존하며 매력이 배가되어 관객들에게 더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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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넘치는 파리’, ‘오늘과 내일이 공존하는 로마’, ‘꿈이 실현되는 부다페스트’에 이어 ‘유럽의 숨은 보석,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리스본’이 펼쳐지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통해 비록 영상이지만 우리 모두 환상적인 유럽 여행으로 안내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포르투갈 리스본은 세계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도시로서 우리는 영화 속에서도 리스본의 다양한 풍광을 만날 수가 있다.
제레미 아이언스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난생처음 일탈을 감행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하게 되는 고전문헌학 교사로 분했는데, 그는 “원작 소설의 팬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빌 어거스트 감독의 러브콜에 즉각적인 출연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바가 있다.
이처럼 이 영화는 감정적인 폭발이나 극적인 장치 없이도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 권의 책, 한 장의 열차 티켓으로 시작된 마법 같은 여행을 영상을 통해 가슴 설레는 여정을 만들어주는 영화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설명하면서 꼭 설명드리고 싶은 또 한 사람의 배우가 있다. 그는 앞서 소개한 베스트 연기자들에게 가려져 한두 장면으로 특별출연에 머물렀지만 영화의 핵심적인 비밀 포인트를 밝혀주는 바돌로메 신부역으로 등장한 “크리스토퍼 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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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들에게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마법의 지팡이를 가지고 길다란 흰 수염을 휘날리며 나타났던 호빗 역을 맡았던 노장배우이다. 실제로 95세의 나이로 2016년에 타계한 이 배우는 키가 196cm인 장신으로서 영국이 자랑하는 전설적인 배우인데 <크림슨 리버> <요한계시록의 천사들> <호빗: 다섯 군대 전투> <나가사키에서 온 여자> 등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던 배우이다.
이처럼 화려한 출연진들이 있어 영화는 더욱 생기가 넘쳐난다. 특히 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는 주옥 같은 명대사들이 리스본의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광과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힐링 무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그레고리우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아마데우'의 저서에서는 '단지 꿈 같은 바람일까? 지금 내 모습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하길 원한다면',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여행을 떠나고 나서야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도 시작된다' 등 문장에 내포된 의미를 되새겨볼 때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명대사들이 너무도 많다.
이 화사한 봄날에 가족들 끼리 모여 함께 이런 명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곧 행복이 아닐까 싶어 적극 추천해본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참 좋은 명화이다.
도완석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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