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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장 |
민망한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대전시가 2017년 자동차 1만 대당 110건의 교통사고율을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를 통틀어 최하위순위다. 꽤 놀랐지만 더 당황케 했던 사실은 다른 데 있다. 대전의 교통사고율이 최근 3년간 연평균 6.2%씩 증가한 것이다. 동기간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은 정반대방향으로 연평균 3.4%씩 감소하고 있다. 통계가 잘 못된 것이 아니라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전시의 교통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과 함께 무력감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게 마련. 그중에서도 도로율이 높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운전하기에 좋다는 대전시의 특성을 드는 사람이 많다. 맞는 얘기다. 그 외에도 고령화나 시민의식, 정책의 오류나 부재에서도 원인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전만 특히 고령화 수준이 높다거나 시민의식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충청도가 양반이라 반응이 좀 느려서 그렇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필자는 높은 교통사고율의 근본적 원인으로 자동차타기 좋은 도시를 지적하고 싶다. 자동차타기 좋은 도시를 달리 말하면 걷거나 자전거타기에는 나쁜 도시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차대사람 그러니까 자동차와 보행자가 충돌해서 일어나는 사고율은 20.3% 수준인데 그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체의 50%를 넘는다. 전국 평균 38.6%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교통사고라도 확률상 대전의 보행자에게 특히 더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결과는 자동차 쪽으로 기울어진 정책 즉, 자동차에는 후하고 대중교통이용자, 보행자, 자전거이용자에게는 박한 교통정책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그동안 부지불식간에 자동차 중심의 교통여건을 앞장서서 조성해왔고 심지어 교통전문가들이 권고하기도 했다.
예컨대, 완화차로는 교통전문가들이 도로의 소통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주 지적하고 사용하는 방법이다. 속도가 높은 도로에서 필요한 대책인데 도시내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적용되어 왔다. 명백하게 보행자에게 불리한 대책이다. 보도면적을 침해하고 보도를 기형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시 내 도로의 자동차 제한속도도 너무 높다. 차량 속도가 높을수록 사망률은 급격히 높아진다. 차량 속도가 30㎞/h일 때, 보행자의 사망률은 20% 미만이지만 속도가 2배 즉, 60㎞가 되면 사망률은 4배 이상 증가한 85%가 된다. 대전시도 최근 제한속도를 60㎞/h까지 낮추었지만, 교통사고율이 우리의 1/4 수준인 유럽의 도시들은 거의 예외 없이 50㎞/h 미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차로에서도 보행자는 자동차에게 밀린다. 우리나라 교차로는 빨간불에도 상시적으로 우회전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우회전이 행여 불편할까 싶어 교통섬을 만들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회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도류화라고 한다. 유럽연합내 국가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허용하지 않는 운영방식이다.
횡단보도 신호도 차량 중심이다. 보도를 걷다가 횡단보도를 만나게 되는데, 직진 차량이 정지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때도 보행신호는 조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우회전 차량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다.
이 외에도 보행자에게 불리한 환경은 너무 많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보행이나 대중교통중심정책을 목표로 삼지 않은 정부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은 바뀌지 않았고 교통사고율은 여전히 높다.
이 번 통계는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대폭적이고 실질적인 정책변화 없이는 교통안전정책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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