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자전거 헬멧 착용의무화의 딜레마

  • 경제/과학
  • 지역경제

[오늘과 내일]자전거 헬멧 착용의무화의 딜레마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장

  • 승인 2018-07-15 11:09
  • 수정 2018-07-15 11:38
  • 신문게재 2018-07-16 23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이재영1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도시기반연구실장
올해 9월부터 자전거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여야 한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 것이다. 재론이나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헬멧착용 의무화 시행에 앞서 몇 가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을 시행해야 하는 지자체에서는 세부 정책 분야별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방법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는 꽤나 해묵은 논쟁이다. 세계적으로 호주, 캐나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의무화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전거분담률이 높은 네덜란드, 덴마크 역시 헬멧착용은 자유다. 이들 국가에서 자전거이용자들의 헬멧착용률은 약 10~20% 수준이다. 단, 어린이는 예외다.

의무화가 꼭 필요하다는 측의 주장은 이렇다. "자전거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상해 부위는 대부분 머리다. 머리를 보호하면 자전거사고 사망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맞고 또한 사실이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자전거사고 사망자 수는 265명이었다. 이중, 머리 상해로 인한 사망이 59%를 차지하였다. 자동차운전자의 경우가 25%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결국, 헬멧을 착용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만한 수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자전거 이용자에게 헬멧을 강제하는 당위성이 될 수 있을까?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자전거교통사고 피해자에게만 의무를 부과한다는 문제가 있다. 자전거사고 사망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은 자동차가 가해자이다. 교통사고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제2 당사자의 비율이 자전거사고의 경우에 제1 당사자보다 3배나 높다. 다시 말해, 자전거이용자는 자동차에 의해 당하는 것이다. 잘못은 자동차 혹은 인프라 때문인데, 왜 피해자가 불편을 안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둘째, 헬멧착용 의무화의 효과성이다. 1990년부터 의무화한 호주는 의무화 이후 적게는 22%에서 많게는 60%까지 자전거 이용률이 낮아졌다. 또한, 헬멧을 착용하여도 사망을 방지할 확률은 29%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즉, 자전거 이용률과 강력한 마이너스 상관성이 있으며 효과도 보장하지 못한다면 편익보다 비용이 크게 되는 것이다.

셋째, 형평성 문제이다. 머리 상해로 인한 사망은 자동차사고도 마찬가지다. 머리만 보면 25%이지만 헬멧으로 보호할 수 있는 얼굴까지 포함하면 42%가 두부 손상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보행자사고도 40%가 머리 손상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운전자, 보행자에게도 헬멧을 씌워야 하지 하는가?

이러한 딜레마와 자전거 이용률과의 상관성으로 법을 집행하여야 하는 지자체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다행히,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 결정은 지자체의 몫이다. 법은 지키되 방향은 지자체가 정하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치사율이 높고 운전이 미숙한 어린이나 빠른 주행을 선호하는 이용자그룹, 자전거전용도로, 상충 위험이 높은 구간 등은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자전거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자전거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 인프라와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자전거사고는 자동차 중심의 패러다임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자전거 헬멧 의무화가 교통정책 전반의 패러다임을 재검토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
  2. 충남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착공 지연… 교육부 공모사업 난항
  3.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4. [편집국에서]금산 물놀이 사고현장에서
  5. '수업 전 기도' 평가 반영 충남 사립대에 인권위 "종교 자유 침해"
  1. 충남교육청 학교복합시설 '부여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건립 속도
  2. 32사단, 불발화학탄 대응 통합훈련 실시
  3.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정치적 다원주의와 지방자치
  4. "소리 대신 마음을 적다, 글씨로 세상과 잇다"
  5.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창립 20년,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사업화 중심지 자리매김

헤드라인 뉴스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대전 보행자 교통사고 매년 1200건… 보행자 안전대책 시급

대전에서 도로를 횡단하던 50대가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행자 안전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도를 걷고 차도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차량에 충돌하는 사고가 대전에서 매년 1200여 건씩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 사망자 20명 가운데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26일 중도일보가 한국도로교통공단을 통해 확인한 대전의 보행자 교통사고는 2023년 1335건에서 2024년 1220건으로 다소 줄었다. 이에 따른 보행자 사망자 수도 26명에서 20명으로 감소했으며 부상자 역시 1365명에서 1259명으로 줄었다. 그..

헌정사 첫 與野 충청대표 시대…지역현안 탄력받나
헌정사 첫 與野 충청대표 시대…지역현안 탄력받나

국민의힘 새 당 대표로 충청 재선 장동혁 의원(보령서천)이 26일 선출되면서 행정수도특별법과 대전충남특별법 연내 통과 등 충청 현안 탄력이 기대된다. 장 의원의 전당대회 승리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진보와 보수를 여야 당대표 충청 시대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장 신임 대표는 국회 도서관에서 속개된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22만301표를 얻어 21만 7935표를 얻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2366표 차로 신승했다. 이로써 장 대표는 앞으로 2년간 국민의힘 당권을 쥐게 됐다. 충청권으로선 현안 관철의 호기를 맞은..

세종 `골대 사망사고` 검찰 송치… 후속조치 어디까지?
세종 '골대 사망사고' 검찰 송치… 후속조치 어디까지?

<속보>=지난 3월 세종시 풋살장 골대 전복으로 인한 초등생 사망 사고와 관련, 시청 소속 공무원 2명이 형사 입건 돼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일보 3월 14·15·24일 연속 보도> 26일 세종시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세종시 고운동 소재 근린공원 공공 풋살장에서 초등학생 A 군(11)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세종시 시설관리사업소 팀장, 책임자 등 모두 2명이 지난 5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았으며, 같은 달 대전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됐다. 현재 검찰의 수사 보완 요청에 따라 경찰이 추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유회당…고즈넉한 풍경

  •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다문화 사회 미래전략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

  • 학사모 하늘 높이…충남대 학위수여식 학사모 하늘 높이…충남대 학위수여식

  •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 코로나19 환자 증가세…재확산 조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