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원칙을 지키는 것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박광기의 행복찾기] 원칙을 지키는 것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3-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가 살면서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살면서 흔히 접하는 것들 중 하나가 '원칙'(原則)입니다. 원칙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름대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 지켜야할 원칙이 꽤 많습니다. 길을 다닐 때는 교통법규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고, 요즘과 같이 주거형태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으로 변하면서 저녁시간에는 청소기를 돌리지 않아야 하고 층간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 이웃과 더불어 살기 위한 원칙을 지키는 등 이런 저런 지켜야 할 원칙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칙을 지키며 산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도덕, 법령, 제도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을 지켜야만 하고, 또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이지 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한 자기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등 지켜야 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은 '일관되게' 지켜야 할 것들입니다. 그런데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결정을 해야 할 경우, '일관되게' 지켜야 할 기준에 대해서는 아마도 원칙을 지키는 각자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게 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지켜야할 법령이나 규정, 제도 등은 그 법령이나 규정, 제도가 개정되기 전까지 지켜야 하는 것으로 '일관된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서 개인의 판단이 크게 작용할 여지가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법령, 규정, 제도로 정해진 원칙이 제시되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원칙을 운영하고 실행함에 있어서는 개인의 판단기준이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가령 어떤 법령이나 규정 또는 제도가 만들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원칙이 완벽하지 않다고 하거나 원칙을 위반했을 때 처해지는 처벌이나 제재가 없거나 크지 않다면 이 원칙을 지켜야 하는 기준이 다소 모호해 질 수도 있고, 또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원칙을 지켜야 하는 기준 또는 정도는 다분히 이 원칙을 지켜야 하는 각 개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개인의 판단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이 경우 문제는 합의된 법령이나 규정, 제도에 따른 원칙을 개인적 차원에서 지키고 지키지 않는 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개인적 판단에 의해서, 그리고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처벌이나 제재가 약소하거나 없다고 해서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단순히 개인이 원칙을 지키지 않음에서 끝나고 않고, 그 원칙을 지키는 다른 사람들과 혹시 그 원칙을 지킴으로써 상대적인 손해를 당하는 사람과의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정해 놓은 일정기간 동안 어떤 행위를 해야만 하는데, 그 기간이 지나가서 행위를 하지 못했거나 포기함으로써 자신에게 발생하는 이익을 얻지 못한 사람과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간 준수의 원칙을 깨고 다른 예외를 통해 이익을 얻게 된다면 분명히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이고 동시에 원칙을 세우고 지켜야 하는 책임이나 의무가 필요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행위를 하거나 어떤 주장이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일정한 원칙을 만들었다면, 그 원칙은 가급적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지켜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을 세울 때는 예외적인 사안도 함께 고려하여 가급적 예외적인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원칙을 만들었다면, 그 원칙은 전반적인 상황이 변화되어 세워진 원칙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나 보완이 필요할 때까지는 되도록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렇게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원칙에 따른 행위나 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합리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원칙이 만들어지고 그 원칙에 따라서 자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동하고 판단하고 결정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또는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서 항상 원칙에 대한 예외적인 사항을 자신에게만 적용하기를 원하고 그 예외를 적용하기를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융통성과 자율성을 전제로 원칙적용의 유연성을 무시하고 경직된 원칙의 적용을 강제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원칙에 따른 행동이나 판단이나 결정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원칙적용의 유연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연성이 예외를 위한 전제나 구실로 작용한다면, 그 유연성은 결국에는 원칙의 기준을 깨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스스로 세우는 원칙도 그렇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지켜야할 도덕적 원칙이나 법령, 규정, 제도 등과 같은 원칙은 대부분 어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원칙은 개별적인 이해관계보다는 전체를 위한 것이거나 대부분의 공통된 행동이나 판단 또는 결정을 위한 기본적 전제를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그것이 사익이나 개별적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그 원칙에 의해서 피해나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이고, 원칙에 대한 예외를 강조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물론 원칙에 대해서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도 올바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원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과정에서 빈번히 또는 자주 예외적인 사안이 발생한다고 하면, 그 원칙의 적정성이 변화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원칙의 적용이나 이행에 있어서 나타난 예외적인 사안이 전체의 이익이나 원칙적용의 근본적인 이유와 근거에 위배될 사안이라고 한다면, 원칙의 기준을 과감히 바꾸는 의지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떤 원칙을 세움에 있어서 예외적인 것을 포함하여 나타날 수 있는 각종의 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 다음 만들어진 원칙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그 원칙을 지키고 따라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다시 꽃샘추위가 몰려왔습니다. 갑자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원칙을 바로 세우고 그 원칙을 지키는 사회인지 의문과 함께 내 스스로가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빕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4.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5.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