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대학캠퍼스의 혁신적 활용, 카멜레유니(Chamele-Uni)를 꿈꾸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대학캠퍼스의 혁신적 활용, 카멜레유니(Chamele-Uni)를 꿈꾸며

송복섭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

  • 승인 2019-04-15 10:35
  • 수정 2019-04-29 10:43
  • 신문게재 2019-04-16 22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2019012801002382700105851
송복섭 교수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는 매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향을 종합해 '올해의 키워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다.

작년 가을 출판된 '트렌드 코리아 2019' 키워드 중 큰 반향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어가 ‘카멜레존’(chamele-zone)이다. 주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색깔을 바꾸는 파충류 동물 카멜레온(chameleon)과 공간을 뜻하는 영어단어 zone을 합성한 신조어다. 공간이 특정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상황을 달리해 다양한 쓰임새로 변모함을 뜻한다.



주말에만 이용되는 결혼식장이 주중에는 전시장으로 활용되거나 아침과 점심에는 브런치카페로 영업하다가 저녁과 밤에는 주점으로 변하는 가게가 그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도 얼마 전부터 휴대폰 대리점 한켠에 카페가 차려지더니 한적한 약국에서 커피를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는 '공간의 재탄생(Rebirth of Place)'으로 정의하면서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잠은 침실에서 자야하고 일은 사무실에서만 해야 하며 공부는 도서관에서만 가능한가를 자문해보면 다른 대답이 어렵지 않게 찾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실 긴 소파에서 대형화면의 TV를 보다가 잠들 수도 있고 재택근무는 일상화된 개념이며 대학생들이 공부를 위해 카페를 찾는 일은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도시계획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공간을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녹지지역 등 용도별로 나눠 관리하던 원칙이 무너지고 있으며 복합용도개발이 새로운 대안으로 정착하고 있다. 공간을 철저히 구분할 경우 편리보다는 불필요한 자동차 이동을 촉발하면서 공해와 시간 낭비 등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생활리듬과 맞지 않다. 앞으로의 도시생활은 불필요한 이동은 최소화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은 최대로 가능한 인간의 욕망을 점점 더 많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대학캠퍼스는 주로 미국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도시 주변부에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흡사 공원과도 같은 캠퍼스에 건물들이 흩뿌려지듯 배치돼 있지만, 학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긴 통학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반면, 유럽의 대학들은 도시 중심에 건물 단위로 캠퍼스가 꾸려진다. 학생들은 이로운 위치여건을 바탕으로 도시가 주는 각종 문화생활을 보행거리 범위에서 누리며, 점심은 인근 식당가에서 해결하고 저녁에는 토론과 여흥을 가까운 술집에서 즐긴다. 대학생들은 도시에 활력을 만드는 아주 매력적인 주체이자 큰 소비자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시 ‘4생활권’에 만들어지는 대학시설 용지는 대학별 닫힌 캠퍼스가 아닌 상업 및 문화시설과 융화돼 도시에 활력을 만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구조로 개발했으면 좋겠다. 대학의 기능이 더 이상 상아탑이 아닌 산학협력과 벤처창업의 모멘텀을 만들어가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도 혁신주체이자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교용지를 민간에 숙고 없이 분양하는 일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내 소유의 땅을 사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울타리를 두르는 일이지 않은가?

세종시에는 이런 대학캠퍼스를 상상해 본다. 대학시설 용지를 개별대학에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공개념을 적용한 연합 캠퍼스타운으로 개발한다. 참여 희망대학은 건축비와 토지 사용료를 부담하면서 경쟁력을 갖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전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일부 연구시설을 제외하고는 강의실 등 모든 대학시설을 가로변 상업용지에 배치해 학생들은 편리한 도시생활을 즐기고 시민은 자유로이 대학시설을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이용한다.

대학기숙사도 주거지역에 섞이도록 배치한다. 대학생들은 세종시의 활력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 이런 모델은 새로운 대학캠퍼스의 혁신적 실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학시설이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카멜레유니(Chamele-Uni)를 꿈꾼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 세종시 지방선거 눈앞...'민주당 후보' 경쟁 가열
  2. 제23대 대전농협 박재명 본부장, 국립대전현충원 참배 행사 진행
  3. 을지재단 암병원 활성화 모색…시무식 갖고 "사회적 책임" 강조
  4. 대전 대덕구의회, 2026년 사자성어 ‘공생번영’ 선정
  5. 김윤덕 국토부 장관 "1월 미국 출장 후 추가 공급 대책 진행"
  1. 대전수학문화관 겨울방학 하루 3회씩 자유 관람 운영… 체험캠프도
  2.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부모교육
  3. "네일로 빚은 내일, 나눔으로 완성하다"
  4. 충남교육청, 2026 충남 온돌봄 운영 길라잡이 발간
  5. [날씨]주말에 평년기온 회복…3일 낮최고 2~6도안팎

헤드라인 뉴스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인구 감소 현실의 벽… 세종 국공립 어린이집 취소 '파장'

아동 인구 감소로 보육시설 운영난 가중과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세종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이 취소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정원 수용률이 지역 최하위 수준인 산울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내 2027년 개원 예정이었으나, 시가 지난 6월 주민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개원 최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종시는 "인근 지역 보육수요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산울동 주민들은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원안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는 이달 보육정책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현장] 응급실 시계에 새해는 없다네…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뿐

"응급실 시계에 새해가 어디 있겠습니까. 중증환자 골든타임만 있을 뿐이죠." 묵은해를 넘기고 새해맞이의 경계에선 2025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대전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는 충남대병원 응급실. 8살 아이의 기도에 호흡 유지를 위한 삽관 처치가 분주하게 이뤄졌다. 몸을 바르르 떠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처치에 분주히 움직이는 류현식 응급의학 전문의가 커튼 너머 보이고 소아전담 전문의가 아이의 상태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여러 간호사가 협력해 필요한..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할아버지는 무죄에요" 대전 골령골에 울린 외침…학암 이관술 고유제 열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가 6·25전쟁 발발 직후 불법적인 처형으로 목숨을 잃은 학암 이관술(1902-1950) 선생이 1946년 선고받은 무기징역형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의 외손녀 손옥희(65)씨와 학암이관술기념사업회는 2025년 12월 31일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터에서 고유제를 열고 선고문을 읊은 뒤 고인의 혼과 넋을 달랬다. 이날 고유제에서 외손녀 손옥희 씨는 "과거의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역사를 근간으로 하는 단체와 개개인의 노력 덕분에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이관술은 무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새해 몸만들기 관심 급증

  •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병오년 이색 도전…선양 맨몸마라톤 이색 참가자

  •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맨몸으로 2026년 첫 날을 힘차게 ‘출발’

  •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 ‘붉은 말의 기운 받아 2026년도 힘차게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