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21세기 감수성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21세기 감수성

정용도 미술비평가

  • 승인 2019-04-15 15:55
  • 신문게재 2019-04-16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정용도
정용도 미술비평가
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는 삶의 속도에 관한 것이다. 기술환경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 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통신기술이 정보의 질적 성격들을 업그레이드시켜 왔고, 당장은 자율자동차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인간이 기계적으로 판단해 왔던 상황들을 기술적인 알고리즘으로 대치하고 있다. 혁명적인 기술들로 인해 앞으로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더욱 많은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리적인 삶을 에너지나 정신의 하위개념으로 바라보던 관점들이 감각적 이성과 촉각적인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에 의해 새로운 방향성을 획득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학문적으로나 과학적으로 그동안 미지의 세계로 생각돼 왔던 인간의 감각적 차원들을 설명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과 사물인터넷은 그동안 적절하게 설명하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유와 성찰의 대상에서 제외돼 왔던 인간의 감각이 추구하는 삶의 본질들에 새로운 방향성과 잠재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감각적 접근들이 물질적인 판단에 기초한 개념화가 아니라 인공적인 기술들에 근거한 현실들을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상황 역시 촉각적인 감수성에서 그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가 역사적 굴레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커졌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의 독일 문화이론가 발터 벤야민은 독일 제3제국의 히틀러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시기의 통치 방식을 "정치의 예술화"라고 정의했다. 말하자면 국민에게 근거 없는 우월감을 심어줘 자신들 이외의 민족이나 국가들을 순화시킬 타자들로 보는 것이다. 이런 낭만적인 감수성에서 나오는 우월감은 자신 이외의 사람들을 순화시켜야 할 물질처럼 대상화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검열이 탄생한다. 그리고 검열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어 개인의 정신을 파괴하는 단초가 된다. 정보의 폐쇄성에 기반을 둔 이런 문화적 파괴 방법은 권력을 탐하는 집단이나 개인들의 중요한 전략으로 활용되어왔다.

문화의 역사적 필연성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초래되는 문화적 파괴의 과정이 지속되면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인간의 정신은 마비되고 혼돈에 빠진다. 이런 전략은 정보가 제한되어 있을 때 더욱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가 개방된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 감성은 기술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삶의 자유를 꿈꿀 수 있다. 가상적인 감각의 영역이 이성적 현실만큼이나 중요해진 시대에 우리 스스로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말하자면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런 소통과 참여의 과정 속에 21세기 감수성이 자라나고 있다. 21세기 감수성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통성과 개방성을 그 특징으로 가지며, 그들의 시공간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해준다. 정용도 미술비평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수영구,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시 50만원 지원
  2. 경북도, 올 한해 도로. 철도 일 잘했다
  3. 천안신방도서관, 2026년에도 '한뼘미술관' 운영
  4.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2025년 평생학습 사업 평가 협의회 개최
  5. 세종충남대병원,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 '우수'
  1. 2026년 어진동 '데이터센터' 운명은...비대위 '철회' 촉구
  2. 종촌복지관의 특별한 나눔, '웃기는 경매' 눈길
  3. [중도일보와 함께하는 2026 정시가이드] '건양대' K-국방부터 AI까지… 미래를 준비하는 선택
  4. 유철, 강민구, 서정규 과장... 대전시 국장 승진
  5. ㈜상록골프앤리조트, '가족친화인증' 획득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