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베르나르 뷔페와 올리비에 메시앙, 뮤즈로 완성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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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하추동] 베르나르 뷔페와 올리비에 메시앙, 뮤즈로 완성되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 승인 2019-08-13 23:14
  • 수정 2019-08-14 12:16
  • 신문게재 2019-08-14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오지희 음악평론가
오지희(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예술가에게 뮤즈(Muse)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자 예술을 완성하도록 이끄는 영감의 원천이다. 뮤즈가 없는 예술가는 상상하기 어렵다.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 1928~99)와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92). 이 두 예술가에게는 공통적으로 긴 시간 인생을 함께 한 뮤즈가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뷔페와 메시앙의 인생 여정에는 미술과 음악이라는 표현매체는 달라도 상당 부분 공통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이들은 20세기 동시대 최고의 프랑스 예술가로 전쟁의 참상을 겪었고 신앙심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갔으며 두 번째 결혼을 통해 진정한 뮤즈를 만났다. 뷔페의 부인 아나벨 쉬와브와 메시앙의 부인 이본느 로리오, 이 두 여인은 남편이 창조하는 예술작품의 동등한 동반자이자 뮤즈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뷔페와 메시앙은 자신의 예술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도움을 준 뮤즈와 함께 했기에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다.

서울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면에 걸린 쭈삣쭈삣 못생긴 광대가 풍기는 기괴한 인상은 마술에 홀린 듯 뷔페의 그림으로 이끈다. 전시회는 아나벨의 시선으로 남편 베르나르의 일생을 따라간다. 청소년기에 이미 탁월한 재능을 인정받은 베르나르 뷔페는 특유의 색채감과 검고 굵은 선을 이용해 자화상, 정물화, 풍경화, 건축화, 광대, 죽음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렸다. 그 중에서도 부인 아나벨 뷔페를 묘사한 그림은 압도적이다. 검정 레이스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강렬한 미를 내뿜는 아나벨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킬 만큼 눈부시게 아름답다. 첫 눈에 반한 사랑으로 베르나르가 죽을 때 까지 함께 한 아나벨은 그림 속에서 살아있었다.

베르나르 뷔페는 말했다. "당신은 내 열정적인 사랑을 일깨웠다. 당신이 아니라면 절대 몰랐을…." 남편의 전시에 글을 쓰고 그 예술의 숨결을 가장 잘 아는 아나벨은 베르나르 그림 속에서 영원한 뮤즈로 남아있다. 다소 차갑고 절제된 분위기를 풍기는 뷔페의 수많은 그림 속에서도 부인 아나벨에 대해서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하다.

한편 메시앙은 드뷔시 이후 프랑스 음악의 독창적인 음색을 재발견한 프랑스 최고의 현대음악 작곡가이다. 일례로 그의 작품 '천국의 색채'에서 메시앙은 천국에 색채가 있다는 아이디어로 소리가 곧 색깔로 표현되는 놀라운 시도를 했다. 메시앙의 작품은 독창적이고 정확한 연주가 어렵다. 리듬이 극도로 정밀하게 짜여 있는데다가 화성은 복잡하고 이국적이다. 어떻게 소리가 색깔로 변할 수 있을까. 상상이 곧 소리로 들리는 메시앙 음악의 신비롭고 독창적인 음색은 반드시 구현할 수 있는 매개자가 필요했다. 차원이 다른 메시앙 음악을 정확하게 해석해 세상에 알린 연주자가 바로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로 활동했던 부인 이본느 로리오였다.



메시앙의 제자였던 로리오는 기품있고 우아한 프랑스 여성이자 25세에 파리 음악원 교수로 임명됐을 정도로 탁월한 피아니스트였다. 극도로 정교하고 생경한 작품을 메시앙이 작곡하면 그것을 완벽하게 피아노로 재현했다. 로리오가 있었기에 메시앙은 자신이 상상했던 음악세계를 귀로 들리는 음향으로 전달 할 수 있었다. 메시앙은 로리오를 "독특하고 숭고한, 뛰어난 피아니스트다. 그녀의 존재는 작곡가가 곡을 쓰는 방식을 변형시키고 작곡가의 생각과 삶의 방식까지 변하게 한다"고 말했다. 로리오 덕분에 메시앙은 까다롭기 그지없는 새로운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나벨 뷔페와 이본느 로리오는 20세기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화가와 현대음악 거장이 예술의 외연을 넓히는 일에 끝없이 도전하게끔 이끌었다. 뮤즈가 없었다면 아마도 뷔페와 메시앙이 보여주는 예술세계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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