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마다 자라는 잔디에 노인들 한숨만… "우리도 대전시민"

  • 정치/행정
  • 대전

열흘마다 자라는 잔디에 노인들 한숨만… "우리도 대전시민"

중구 유등천변 생활체육 골프장 이용 노인들 불편 호소
여름철 빠른 잔디 생장 속도… 연중 가장 관리 필요한 시기
대전시 조성 골프장 3곳과 대조… 노인들 "이건 차별이다"

  • 승인 2019-08-21 17:55
  • 신문게재 2019-08-22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KakaoTalk_20190820_163847721
20일 대전 중구 유등천 그라운드골프장 한 관계자가 잔디에 있던 풀을 뽑아 들고 있다. 임효인 기자
KakaoTalk_20190820_163837868
그라운드골프장 회원이 구입한 잔디깎는 기계. 노인들은 이 기계를 이용해 직접 잔디를 깎고 있다.
KakaoTalk_20190820_163854472
중구파크골프장 사무실 내 월중 행사 계획표. 여름철엔 잔디가 무성하게 자라 일주일 간격으로 잔디를 깎아야 한다는 게 이용자의 설명이다.
"우리도 같은 대전시민인데 갑천에 있는 골프장은 대전시가 잘 관리해 주고 우리는 사비 들여서 직접 풀 깎고 있는데 너무한 거 아닙니까."

20일 오전 11시 30분께 대전 중구 유천1동 유등천변에 조성된 그라운드 골프장에서 만난 한 노인이 자라난 잡초를 뽑으며 말했다. 30℃를 웃도는 날씨에 이용 회원들은 이른 새벽 운동을 하고 모두 귀가한 상태였다. 하천관리사업소에서 나온 용역업체 직원이 홀로 천변 일대 풀을 깎고 있었지만 골프장 잔디는 건드리지 않았다. 그라운드골프장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최근 잔디 상태에 불만이 많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잔디 때문에 공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일몰 때가 되면 몇몇 회원들이 나와 직접 손으로 잡초를 뽑기도 한다. 지난 6일과 7일에 이틀간 중구 직원들이 나와 제초작업을 했지만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운동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르렀다.

유등천 하류에 있는 파크골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잔디깎이를 이용해 직접 잔디를 깎는다는 이춘재 중구파크골프협회 사무장은 "회원들이 운동하는 데 불편함이 있지만 내가 직접 깎는 걸 다 알고 있어서 직접 표현은 하지 않는다"며 "대전시가 관리해 주는 갑천변 골프장은 주기적으로 하천관리사업소가 잔디를 깎아 주는데 우리는 상황이 그렇지 않다. 같은 대전시민인데…"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대전 중구 유등천변에 조성된 생활체육 골프장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대전시에 대한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같은 생활체육을 즐기는 지역 노인들이 관리 주체에 따라 시설 이용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이유다. <중도일보 7월 5일자 5면 보도>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체육시설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생활체육 설치·운영은 기초지자체의 역할이다. 조성을 희망하는 기초지자체가 국토관리청에 점용 허가를 얻은 뒤 시설을 조성하고 이후 관리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전에서 운영 중인 파크골프장(4곳)과 그라운드골프장(2곳), 우드볼경기장(3곳) 중 파크골프장 2곳(3개 구장)과 그라운드골프장 1곳은 대전시가 지난 2010~2013년 사이 점용허가를 받고 조성한 뒤 현재까지 관리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즉 자치구 단위에서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논리로 일부 자치구의 열악한 시설 관리를 외면하는 가운데 광역지자체인 대전시가 특정 자치구 업무를 대신 해 주고 있는 셈이다. 시는 매년 8000여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골프장 관리를 하고 있다.

당초 중구는 2014~2016년 유등천 파크·그라운드·우드 골프장을 조성했지만 이후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관리에 소홀했다. 그 사이 이용 노인들은 사비를 들여 잔디깎이 기계를 구입해 시설을 관리했다. 그러던 중 대전시가 관리 중인 타 지역 골프장을 보고 현재는 시의 일괄적인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중구는 현재 내년 예산 편성을 통해 늦게나마 골프장 관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골프장 이용 노인들은 대전시의 행정이 차별적이라며 모든 골프장을 대전시가 관리하거나 자치구가 각각 관리하는 형평을 원하는 상태다.

한선희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관리주체 일원화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생활체육시설은 구청장 업무지만 대전시가 관리하는 국가하천에 조성되는 시설인 만큼 특수성을 감안해 앞으로는 대전시가 일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기존 자치구 설치 골프장 관리 주체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세계백화점 앞 6중 추돌사고…1명 숨지고 2명 중상 등
  2.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3. 대전문화방송과 한화그룹 한빛대상 시상식
  4.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5. 전교생 6명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초대의 날 행사
  1. 사나래복지센터, 이웃들과 따뜻한 정 나누기 위한 사랑의 김장나눔
  2. [인터뷰]장석영 대한언론인회 회장
  3.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4.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5.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