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권정생 선생이 보여주는 자연과 세상의 이치 '밀짚잠자리'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권정생 선생이 보여주는 자연과 세상의 이치 '밀짚잠자리'

권정생 지음│최석운 그림│엄혜숙 해설│길벗어린이

  • 승인 2019-09-05 18:44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밀짚잠자리
 길벗어린이 제공
밀짚잠자리

권정생 지음│최석운 그림│엄혜숙 해설│길벗어린이



노랑 아기 밀짚잠자리가 냇가 버드나무 가지에서 바깥세상 구경을 나섰다. 물속 애벌레 시절엔 보지 못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에 기분이 좋다.

날기에 아직 힘에 부쳐 방천둑 잔디밭에 앉았던 밀짚잠자리는 방아깨비를 만난다. 어디서, 왜 왔는지 묻는 방아깨비의 질문에, 밀짚잠자리는 아주아주 먼데서 왔다며 하나님 나라에 갈 거라고 말한다. 정확히 어딘지 모르지만 가보고 싶은 곳. 고추밭에서 만난 무당벌레는 하나님 나라가 저어기 미루나무 꼭대기라고 알려준다. 커다란 황소가 누워 있는 시골집,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골목길 등 밀짚잠자리의 세상 구경은 계속된다. 먹이를 물고 지나가던 개미들에게선 부지런해야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배운다.



권정생 선생의 작품 속 주인공 밀짚잠자리는 세상에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과 닮았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지혜를 배우고 지식을 익힌다. 밀짚잠자리가 가고 싶어하는 하나님의 나라처럼,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힘을 내기도 한다.

살다보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생긴다. 그런 필연도 작품 속에 있다. 배가 고파진 밀짚잠자리는 하루살이를 먹는다. 하루살이들은 "도깨비가 우릴 잡아먹는다"며 무섭다고 달아난다. 밀짚잠자리는 깜짝 놀란다. 내가 왜 도깨비가 되었나 가슴이 찡하게 아파온다.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인데 다른 사람에게 원망의 말을 듣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 날에는 이제 상대에게 미움 받게 된 것 같아 눈물이 펑펑 나기도 한다.

작품은 시냇물 속에 달님을 비춰 밀짚잠자리의 아픈 마음을 달래준다. 세상에는 아주 예쁜 것, 미운 것, 무서운 것이 있으니 기쁘고 즐겁고 무섭고 슬프기도 한 것이라고. 밀짚잠자리는 한참을 생각하다 잠이 든다. 탄생과 죽음, 때론 두렵고 슬프지만 행복도 가득한 자연과 세상의 이치.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무렵에는 삶을 배워가는 아이들의 고단한 마음을 알아주는 달님같은 어른이 많아지기를, 세상이 그렇게 환해지기를 바라게 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시가 총액 1위 알테오젠' 생산기지 어디로?… 대전시 촉각
  2. '행정수도 개헌' 이재명 정부 제1국정과제에 포함
  3. "국내 최초·최대 친환경 수산단지 만든다"… 충남도, 당진시 발전 약속
  4. 이 대통령, 세종시 '복숭아 농가' 방문...청년 농업 미래 조망
  5.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는데"…고 이재석 경사 대전대 동문·교수 추모 행렬
  1. [대입+]] 2026 수시 충청권 의대 지원자 46% 감소… 역대 최저치
  2. 박재형 세종충남대병원장 취임 "더 큰 도약"
  3. 일본 찾은 김진동 세종상의회장… 한-일 경제계 협력의지 다져
  4. 대전 학교폭력 4년 연속 늘어… 2025년 1차 실태조사 결과 발표
  5. 밝은누리안과병원 이성준 원장, 유럽 백내장굴절수술학회서 임상 연구 발표

헤드라인 뉴스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제4인뱅 인가 무산에 충청 지방은행 설립 '꿈' 뭉개져

충청권의 오랜 숙원인 지방은행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소호은행(KSB)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지 못하면서 충청권 기반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대를 품었던 지역민들의 박탈감을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고 소소뱅크,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제4인터넷은행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한국소호은행(KSB)은 대전시와 협약을 맺고 대전에 본사를 두고, 지역 특화 사업 발굴 및 정책자금 연계를 통해 지역 금융 정착을 도울 계획이었지만, 결국 정부 인가를 받지 못..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새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RISE 재구조화, AI 인공지능 활용 등 교육 분야 주요 국정과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문별 대가로 선정된 교수에 대한 정년 제한을 풀고, 최고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학생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교육부는 6대 국정과제를 위한 25개 실천과제(공동주관 1개 국정과제, 3개 실천과제 포함)를 최종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우선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실현해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에 나선다. 학생 1인당 교육비를..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해수부 부산 이전…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 대안은

이재명 새 정부가 오는 12월 30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청사 개청식을 예고하면서, 정부세종청사 공백 해소를 위한 동반 플랜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수년 간 인구 정체와 지역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세종시에 전환점을 가져오고, 정부부처 업무 효율화와 국가 정책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를 위한 후속 대책이 중요해졌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에 따른 산술적 대응은 당장 성평등가족부(280여 명)와 법무부(787명)의 세종시 이전으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 셈법으로 빠져 나가는 공직자를 비슷한 규모로 채워주는 방법이다. 지난 2월 민주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軍문화축제 하루 앞으로

  •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청춘은 바로 지금’…경로당 프로그램 발표대회 성료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