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3돌 한글날] 급식체와 야민정음, 언어폭력에 멍든 한글날

  • 사회/교육
  • 교육/시험

[573돌 한글날] 급식체와 야민정음, 언어폭력에 멍든 한글날

10대가 사용하는 급식체, 뜻과 무관한 야민정음 확산
사이버폭력 급증, 단체 채팅방서 언어폭력 빈번해져
2030세대는 물론, 대기업까지도 마케팅으로 활용 문제

  • 승인 2019-10-09 08:44
  • 신문게재 2019-10-09 4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GettyImages-jv1192864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6세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최근 자녀 방에서 편지 한 장을 읽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읽어본 편지는 서툰 맞춤법으로 쓴 욕 편지였다. 6~7세 아이가 알고 있는 나쁜 단어가 모두 쓰인 것만 같은 편지에 학부모는 심장이 쿵 내려 앉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아니 그 이상의 메시지 톡이 와요.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너무 궁금해서 살짝 봤더니, 의미 없는 말들만 나열돼 있더라고요. 난생처음 본 단어들만 가득해서 솔직히 놀랐어요"라고 전했다.

10월 9일 573돌 한글날을 맞이한 가운데 10대 사이에서 '언어폭력'이 급증하고 있어 올바른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10대 언어인 이른바 '급식체', 뜻과 무관하게 비슷한 모양의 글자로 바꿔 표현하는 '야민정음'이 빠르게 확산 되면서 세대 간의 소통이 단절되고, 결국 언어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 9월 수원 노래방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집단 폭행 사건과 사이버폭력으로 신고된 단체 채팅방에서의 행태를 살펴보면 한글이 파괴되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잡뒤' 잡히면 뒤진다, 'P방' 피씨방, '크리' 최악의 상황, '띵작' 명작, '머박' 대박 등 같은 한글이지만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말들로 10대는 소통하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 전문가는 "한글 교육이 완성되지 않은 나이부터 단어를 과감하게 줄여 쓰는 급식체나 비슷한 단어로 대체해 부르는 야민정음은 위험한 행태"라며 "변질된 한글을 쓰는 것은 결국 학생들의 독해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이 다양하고 빠르게 파괴되는 만큼 사이버상의 언어폭력은 더 빠르게 급증하는 추세다.

대전교육청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정보공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사이버폭력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총 104건이 발생했고, 2017년 124건, 2016년 95건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사이버폭력이라는 광범위한 영역 가운데서도 유독 언어와 관련된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사이버폭력에는 언어폭력이 포함돼 있다. 최근 언어폭력으로 인해 징계나 학폭위가 열린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편지나 쪽지로 언어폭력이 가해졌다면 최근에는 단체 채팅방이나 SNS를 통해서 무분별하게 언어폭력이 발생한다"며 "단체 채팅방은 개인 사생활 영역으로 쉽게 단속하거나 예방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올바른 언어 사용과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글파괴와 야민정음은 단순히 10대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언어유희를 빙자해 20~30대는 물론이고 대기업 마케팅에서도 한글 파괴가 빈번하게 발생해 기성세대부터 올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틀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칠곡 왜관철교, 주민들 쉼터 역할
  2.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3. 대천해수욕장, 126명 안전요원 총출동
  4.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5.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1.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2. 부산 동구, 북항 해양레저에 시민 1000명 모였다
  3. "서산 한우 관광 메카 만든다", 서산 운산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조성 본격 시동
  4. [교육부 하반기 업무계획] 국가인재위원회 신설… 거점국립대 3곳 성장엔진·AI 분야 패키지 지원
  5.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헤드라인 뉴스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르포] 대청호 녹조 시작점 추소리 가보니…걷어내도 짙은 초록빛

5일 오전 11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수역. 수면은 평소 물빛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초록색으로 변해 있었다. 녹조가 뒤덮은 물 위로 오리들이 유유히 지나갔고 물가에는 각종 부유물이 떠다녔다. 수변 주변으로는 수많은 파리가 날아들었다. 플라스틱 컵으로 수면의 물을 떠보니 연한 초록빛을 띠었다. 물을 다시 쏟아낸 뒤에도 컵 안쪽에는 녹색 흔적이 남았다. 추소리 수역은 매년 여름이면 녹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날도 작업자들이 녹조방제선에 올라 수면을 뒤덮은 녹조를 걷어내고 있었다. 방제 작업은 하루 두..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우린 비급여만'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대전 65곳 충남 31곳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단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고 비급여 진료만 하는 이른바 '건보 청구 0원 의료기관'이 대전과 충남에서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급여 진료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의료기관은 대전 서구와 충남 천안에 집중되어 있고, 성형외과보다 일반의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건강보험 미청구 의료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대전 의원급 의료기관 65곳과 충남 31곳이 연중 건강보험을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믿고 입주했는데…입주민 "교육청 중재 나서라"

학교 신설 대체 이전을 전제로 추진된 한화포레나 유성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 기부채납 공사가 중단되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 개교를 믿고 입주를 결정한 입주민들은 5일 대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 재개와 개교 일정 정상화를 촉구하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했다. 한화포레나 유성 입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공사 중단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통학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교육청과 시행사는 더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학교를 정상적으로 개교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