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선택과 오유지족(吾唯知足)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선택과 오유지족(吾唯知足)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10-1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그 자체도 선택이요, 강요받는 경우도 순응과 대응 및 반발의 선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택 의지의 정도, 폭, 자유 등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의식이 있는 한 반드시 선택이 존재한다.

누구나 동등한 선택의 권한을 갖는다. 일상생활은 그 선택 하려는 의지의 강도가 약하다. 습관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식탁에 가는데 굳이 길을 묻지 않는다. 천천히 갈 것인지, 빨리 갈 것인지 따지지 않는다. 음식 조절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매일 먹는 끼니 결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가부를 물을 필요가 없다. 차려진 밥상 앞에 절로 가 숟가락을 든다. 때로는 어느 것을 먹을 것인가 고민한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탈피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미세한 맛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그를 미식가라 부른다. 일상생활을 벗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욕망의 크기에 비례하지만, 그 크기만큼 선택의지가 불타오른다.

무제한 권한은 없다. 선택의 폭은 사회적 규범을 포함한 시대상황이나 환경, 정치이념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집단,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그를 지켜 내거나 확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모든 생명체는 누군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개체의 위상에 따라 선택 범주가 크게 좌우된다. 그런 까닭으로 일생동안 영역 확장에 열정을 받치는 것이다.

제약 요건 중 다른 하나는 개인의 활동범주이다. 심신 활동 영역이 되겠다. 선택은 활동영역의 지배를 받는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 흔히 견문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견문이 넓을수록 선택 폭이 커지고 바른 선택이 가능해 진다. 물론, 알고 있다고 모두 선택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비례하지 않지만 지식이나 정보 획득의 크기에 따라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정신세계가 넓어지면 넓어지는 만큼 삶이 풍요로워 진다.

스스로 선을 긋는 경우도 있다. 골치 아프다며 생각 자체를 멀리하는 사람이 있다. 기계치라며 기계를 멀리하기도 한다. 문명의 변화나 진보를 멀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그것도 선택의 폭을 줄이는 일이다.

필자는 삼십대 초반, 지인의 안내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취업했다. 관계 인력도 많지 않고, 정보도 부족했다. 비로소 개인용 컴퓨터관련 본격적 교육이 시작되던 무렵이다. 정보산업 초기여서, 미래 산업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기억된다. 관리직으로 입사했지만, 호기심에 불타 컴퓨터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6개월 만에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장안의 화제가 되었었다. 정보기기 생면부지의 미술 전공자가 어떻게 6개월 만에 프로그램을 만드느냐고 경이로워 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개인용 컴퓨터의 응용소프트웨어 대부분이 개발도구를 활용하지만, 당시엔 어셈블러, 베이직, 코볼, 포트란, 씨 등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였다. 언어의 기능과 적용, 프로그램 설계와 코딩이 쉬운 것은 아니다. 능력이 탁월하다는 말도 결코 아니다. 필자가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이 있었다면, 장인 정신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집중력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고 본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정보개발 업체를 창업하게 된다. 업무용 응용 소프트웨어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웅지를 갖는다. 처음의 포부와 달리 이십여 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사업에 실패한 것이다. 사업한 나날 전부가 낭비는 아니었다고 자위해 보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길다면 긴 세월을 허송한 것이 되고 만다.

선택의 잘못이었다는 생각이다. 돌이켜 보니 행복은 결코 영역 확대에 있지 않다. 그 크기에 비례하지도 않는다. 단지 스스로 선택했을 때 얻어지는 순간의 만족감, 행복감이 있을 뿐이다. 운명론이나 결정론을 신봉하는 사람의 자유의지 부정과도 다르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사이먼(Herbert Alexander Simon, 1916 ~ 2001, 1978 노벨경제학상 수상)은 선택 앞에서 행복하지 않은 사람과 행복한 사람을 극대화자(maximizer)와 만족자(satisficer)로 구분한다. 극대화자는 끊임없이 최고의 선택을 원한다. 따라서 늘 불안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 결정을 후회한다. 만족자는 자신의 위치와 위상에 걸맞는 선택을 한다. 선택의 순간,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극대화자가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는 생각이다. 극대화자에게 그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이 영역확대 욕망만으로 가득 차 있다. 영역은 책임 속에 있는데 말이다. 책임감 없이 영역이 넓어지지 않는다. 그 책임감을 즐길 때에도 행복하다. 자신의 영역조차 전혀 책임지지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진다고 한다. 참 별일이다.

자신도 사회도 행복은 만족의 크기에 비례한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은 스스로 족한 줄을 아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조화롭게 가자는 말이다. 선택은 행복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통합 무산 충남대 ‘다음 수’ 찾기 고심
  2.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마침표… 어게인 여·야 합의로 찍어야
  3.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4. 국민의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임명… 대전 서구을은 추가 논의
  5. 충청권 성적 촬영물 협박·강요 증가…대전 최다
  1. 제24회 이동훈미술상 신현국 작가 본상 영예
  2. 이제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시대... 우려 목소리 여전
  3. 대전 중학교 배정 달라진다…다자녀 첫째도 ‘선배정’
  4. 대전사랑메세나·대전시 새마을회, 나눔과 봉사 실천 위한 협약식
  5. [현장에서 만난 사람]정주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헤드라인 뉴스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이젠 공소청·중수청 시대… 업무공백 우려 속 출범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2일 새롭게 문을 연다. 지역에서는 대전고등검찰청이 대전광역공소청으로, 대전지방검찰청이 대전지방공소청으로 변경돼 이날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정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검찰청은 1948년 설립 이후 78년 만에 폐지되며 업무는 10월 2일부터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따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원화됐다. 쉽게 말하면 검찰에서 수사 기능은 떼어내고 공소, 그러니까 재판 관련 업무만 남긴 '공소청'이 새로 출범한 것. 이와함께 기존의 경찰과 검찰, 공수처가 아닌 '중수청'이..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광역연합 '돈·권한' 싣는다… 특별법 제정 첫발

충청권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견인할 충청광역연합의 권한과 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된다. 현재 시·도에서 넘겨받은 사무를 수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가 권한과 재원을 확보해 충청권 공동사업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1일 대전시와 충청광역연합 등에 따르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전·세종·충남·충북과 충청광역연합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날 4개 시·도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충북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 축소…세종 상승 전환, 충남 하락세 유지

대전과 충북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오름폭은 축소됐다. 세종은 상승 전환했으며, 충남은 낙폭을 줄였다. 전세가격은 충청권 4개 시·도 모두 상승세를 나타냈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전 집값은 전주보다 0.01% 상승했다. 7월 중순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전주(0.03%)보다 상승폭은 0.02%포인트 줄었다. 충북은 0.04% 올라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전주(0.07%)보다 오름폭이 0.03%포인트 축소됐다. 충남은 -0.03%를 기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행사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안전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무궁화호

  •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대전시는 수소트램 원점 재검토하라’

  •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 금빛으로 빛난 대전의 영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