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0월 27일 열린 제74회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원자력연은 방사성폐기물 관리실태 특별점검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으로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시설 보강'을 약속했다.
방사성폐기물 관련 시설의 안전설비 확충을 목표로 모든 배수구 등 관리구역 설비 개선을 통해 방사성폐기물 무단방출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대책으로 수립된 이후 실제 실천으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지난해 9월 연구원 내 자연증방시설 내 건물 내부에서 배수구를 통해 세슘137 등 방사성물질이 누출된 게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하 KINS)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의 원인은 방사선관리구역 내에서 발생한 오염수가 PVC 배관을 타고 외부 맨홀로 배출된 것으로, 시설 부품 중 하나인 필터 교체 때마다 오염수가 50L가량씩 유출돼 바닥배수 탱크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일대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원자력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수십년간 이 같은 문제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이뤄지고 있었던 데다 몇 년 전 수립한 재발방지대책이 제대로 실행했다면 미리 조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경자 핵재처리실험저지 30㎞연대 집행위원장은 "원자력연이 약속한 대책이 시행됐다면 이번 일은 없었을 텐데 원자력연은 물론 원안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종이로만 끝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6년여간 반복된 일을 멈추게 하기 위해선 연구원의 실험을 모두 멈추고 안전이 확인된 시설에서만 연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난 3일 원자력연에서 열린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력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30년간 2년 주기로 13회 필터 교체를 감안하면 더 빨리 문제를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원들은 이날 원자력연뿐만 아니라 규제 기관인 원안위와 KINS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2년 주기로 원자력연 시설을 점검하는 KINS 역시 이 같은 문제를 모르고 지나쳤으며 도면과 실제 시설이 다르다는 것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INS와 원자력연 담당자는 모두 오래 전 지어진 시설이라 파악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당시 시설이 분산돼서 조직별로 조사하고 취합했던 것 같은데 현재 왜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는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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