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인연 깊은 옛구정리터널… 이제는 주민들 삶터로

6.25와 인연 깊은 옛구정리터널… 이제는 주민들 삶터로

  • 승인 2016-07-01 14:2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1950 미카의 흔적을 찾아서]1. 구정리터널

1년에 단 30일, 호국정신을 되새겨보는 소중한 한 달이 지나갔다. 증기기관차3-129와 딘 소장, 그리고 김재현 기관사를 통해 우리는 6.25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껴봤기에 지난 한달이 우리에게 소중함을 깨달았다. 6월과 증기기관차 미카를 보내며 66년 전 미카가 달렸을 대전의 터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옛 구정리터널로 가는 길. 옛 철길은 모두 텃밭으로 바뀌었다. 동그라미 부분이 터널 입구다.
▲옛 구정리터널로 가는 길. 옛 철길은 모두 텃밭으로 바뀌었다. 동그라미 부분이 터널 입구다.

66년을 거슬러 올라가니 상처와 시간이 고스란히

김재현 기관사 순직비를 촬영했던 6월의 어느 날, 판암차량기지에서 나와 차로 2분 정도 달렸을까. 옛구정리터널 인근에 도착했다. ‘옛구정리터널’이라 부르는 이유는 현재는 신 터널을 통해 열차들이 운행되고 있고 옛 터널은 사용되지 않은지 오래기 때문이다.

▲10m는 채 되지 않을 터널 내부. 까만 어둠을 품고 있다.
▲10m는 채 되지 않을 터널 내부. 까만 어둠을 품고 있다.

옛구정리터널을 찾아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도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터널로 가는 길을 찾아봤다. 멀리 신 터널이 보이고 왼편으로는 온통 초록의 밭이었다. 얼핏 검은 구멍이 보이는 듯 했지만 도대체 어디에 길이 있는 건지 미로 찾기와 별반 다름없었다. 결국 땡볕 아래서 잡초를 뽑는 어르신의 도움을 구해야했다. 사실 두어번 길을 잘못 들어 막다른 길에서 다다랐고, 우거진 수풀 앞에서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과거로 거슬러 가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예고 없는 방문에 오래된 터널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르신의 안내에 따라 아랫길로 내려가 작은 개울을 건너니 터널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1950년으로 시간여행을 가는 듯한 설렘이 공존했다. 좌우로 펼쳐진 밭. 무얼 심었는지 아직은 모르겠는 작물들이 6월의 태양 아래서 자라고 있었다. 무심코 걷다보니 우리가 걷는 이 길이 오래전 철길임을 깨달았다. 잡초가 무성하게 길을 덮었지만 곧게 난 길은 저 멀리 터널과 이어졌다. “와, 여기에 터널이… 66년 전으로 걸어왔네.”

▲터널 안에서 바라본 세상.
▲터널 안에서 바라본 세상.

상행선 역사적 가치 충분, 하행선은 주민의 품으로

곧은길을 따라 멈춰 선 길. 아치형 모양의 터널이 공허하게 뚫려 있고 나를 집어 삼킬 듯이 옛구정리터널은 까만 어둠으로 가득했다. 다가갈수록 차가운 공기들이 밀려온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주 먼 시간으로 순간이동 시켜줄 것만 같은 뭔가 차원이 다른 세상.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터널 안으로 들어가 봤다. 순간이동은 없었지만 1950년 6.25의 흔적들이 곳곳에 즐비했다. 도대체 몇 발의 총탄이 날아와 박힌 것일까. 부서진 돌벽의 상처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옛구정리터널은 두 곳.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나뉘는데, 상행선은 정돈이 제법 잘 되어 있었다. 물론 인근 농부들의 쉼터가 되었지만 전쟁의 참상도, 오래된 기차 터널의 역사도 간직하고 있었다.

▲ 하행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민의 텃밭이자 곡식 저장고로 변한 구정리터널.
▲ 하행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민의 텃밭이자 곡식 저장고로 변한 구정리터널.

텃밭을 가로질러 하행선 터널로 향했다. 하행선의 경우 상행선과는 반대로 터널 입구 앞까지 텃밭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터널 내부는 주민들의 천연 냉동고로 전락해 있었다. 마늘부터 각종 작물들이 널려있었고 간간히 쉴 수 있도록 나무 의자도 놓여 있었다. 기차가 달렸을 법한 흔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쉽지는 않았다. 역사적 이슈를 찾으러 온 것도 아니었으니… 다만 사라지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터널은 아주 오래 그곳에 있었다. 전쟁의 폭격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비록 신 터널에 자리를 내주고 그 명성은 잃었지만 사람도 세상도 이 길을 통해 많은 것이 변해왔음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래도 여전히 구정리라는 이름은 남아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구정리라는 이름은 남아 있었다.

옛구정리터널은 6.25와도 인연이 있고 대전과 충북, 멀리는 부산까지도 잇는 소중한 길이었다.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만큼 더 이상 훼손 없이 이대로만 보존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역사는 잊히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잊을 뿐. /이해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문화동 국방부 땅 매각 검토될듯…꽃마을엔 대체부지 확보 요청도
  2.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3. 지역정책포럼 '이재명 정부 출범과 지역과제' 잡담회 개최
  4.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5. [월요논단] 대전 야구.축구, 흥행은 성공, 결과는 불만
  1. 대전교육청 리박스쿨 관련 단체 민간자격증 소지자 16명 확인
  2. [홍석환의 3분 경영] 잘할 수 있다는 믿음
  3. [편집국에서] 안전 이별 했어?
  4. [오늘과내일] 대전 칼국수와 나가사키 짬뽕의 인문학적 교류 가능성
  5. 2026년 지방선거 향하는 세종시 정치권...'시장 선거' 구도는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이전 지방선거 메가톤급 뇌관되나

李정부 해수부 이전 지방선거 메가톤급 뇌관되나

이재명 정부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추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제9회 지방선거를 흔드는 메가톤급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탈(脫) 세종이 현실화되면 직접적 타격을 입는 충청권을 넘어 인천, 호남까지 연쇄 충격파가 우려되면서 전선확대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앞으로 5년간 국정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갖고 본격 가동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의 PK 대표 공약이었던 해수부 부산 이전도 조만간 구체화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선 경제성장수석 산하에 신설되는 해양수산..

"팔지도 않은 집에 세금을?" 대전 재초환 둘러싸고 `설왕설래`
"팔지도 않은 집에 세금을?" 대전 재초환 둘러싸고 '설왕설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선 올해 입주한 서구 용문1·2·3구역 '둔산더샵엘리프' 재건축 사업이 적용대상으로 꼽히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전국 58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대전에선 용문1·2·3구역이 유일하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이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대 절반을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를 두고 용문1·2·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재초환 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

[대입+] 문과 침공 현실화… 인문계·교대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생`
[대입+] 문과 침공 현실화… 인문계·교대 합격생 절반 이상이 '이과생'

2025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인문계 학과와 교대 정시 합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학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수학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로 인해,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인문계 학과에 대거 교차 지원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본격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15일 종로학원 분석결과 수도권 주요 17개 대학(서울대·고려대 등 비공개)의 인문계 학과 340곳 중 정시 합격생 가운데 55.6%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으로 나타났다. 수학..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