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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인문학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대학의 어학 계열 전공이 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바꾸거나 통폐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대학 중 국어국문학과가 설치돼 있는 곳은 충남대와 목원대 뿐이고, 타 학과와 통합된 학교가 더 많다. 배재대는 한국어문학과로 운영하고 있으며, 한남대는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를 통합, 국어국문창작학과로 명칭을 바꿨다. 대전대도 마찬가지로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가 '국어국문창작학과'라는 하나의 전공으로 묶여있다. 우송대와 한밭대의 경우 국어·국문을 다루는 학과가 설치되지 않았다.
대학들의 이런 통폐합은 고육지책이라는 분위기다.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 또한 신입생들의 인문학 계열 기피 현상도 학과 축소, 통폐합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립대 국문과 졸업생 박 모 씨는 "입학 할 때부터 선배들에게 국문과는 굶는과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말이 좋아서 이 학과에 입학했는데, 취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찬밥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국어국문학 뿐 아니라 어학 계열 전공들은 신입생 모집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거나, 폐과되는 경우도 있다. 한남대 독일어문학과는 지난 2013년 폐과를 결정한 이후로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고 있으며, 프랑스어문학과는 일어일문학과와 '일본·프랑스어문학과' 라는 이름으로 통합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현재 해당 학과는 외국어문학부로 운영, 일본어와 프랑스어 중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어학을 비롯해 어학 계열 전공들이 대폭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국학의 한 분야인 국어학, 국문학을 연구하는 학과가 지속적으로 축소된다면 취업 위주의 학과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학문 연구보다는 취업 대비에 중점을 맞추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대학 경영 차원에서 비인기 학과를 유지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소수 학과를 위한 지원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의 근본적인 역할인 학문 연구를 위해서는 어학을 비롯한 인문학 계열 전공 유지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수익 한남대 국어문화원장은 "국어가 민족과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인데, 국문학과가 축소되는 것은 우리 사회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학문의 다양성을 위해서 여러 학과들이 소규모라도 남아있어야 한다. 또한 인문학 계열을 소수 정원이라도 유지하는데 국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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