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차 세계대전으로 숱한 인명을 살상했다. 또한 역사상 최대의 위조지폐 작전에도 개입하여 외환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
살로몬 소로비치는 독일 군부에 의해 '위조의 제왕'으로 명성을 떨친다. 그는 독일 경찰에 체포된 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타고난 그림 실력과 예술적 재능으로 나치 친위대 간부들의 초상화 등을 그려주며 호감을 산다.
덕분에 다른 수용자들보다 나은 생활을 누리던 소로비치는 수용자 중에 전직 인쇄 기술자, 은행 직원들과 함께 나치의 대규모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 작전에 투입된다.
실패하면 죽음뿐인 그 작전에서 탱고 선율이 흐르는 '우아한' 작업 환경과 탁구대 등 다른 수용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이 이들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영국 파운드에 이어 미국 달러까지 완벽한 위조를 눈앞에 둔 이들은 삶과 영혼의 양심이라는 선택 속에서 갈등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 방화 '기생충'에서 연세대학교 재학증명서를 위조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독일 군부가 소로비치에게 영국 화폐를 위조하여 영국 경제를 무너뜨린다는 계획을 넘어 위조 달러까지 만들라는 지시는 미국경제까지 혼란에 빠뜨리려는 술수였다.
이에 교도소에 수감된 소로비치와 위조지폐 팀은 일순 망설이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나치를 돕는 행위이긴 하되 그들의 요구처럼 완벽한 가짜 돈을 만들지 못하면 자신들은 총살당하기 때문이다.
정의와 목숨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결국 감쪽같은 위조 달러 지폐를 만든다. 그럴 무렵 전쟁은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다. 영화 '카운터페이터'는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가 소로비치를 비롯한 유대인 수용자 140여 명을 투입해 벌인 대규모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전인 '베른하트 작전'을 토대로 만들었다.
소로비치는 자신이 만든 위조달러를 도박판에서 일부러 다 잃어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생각이 들면 매주 로또복권을 석 줄 산다. 3천 원이 들어가는데 이는 식당에서 마시는 소주 값 4천 원보다 1천 원이 '싸다'.
물론 입때껏 당첨의 소원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복권을 사는 궁극적 목적은 다소 불순하다고 생각한다. 불로소득(不勞所得)을 꾀하는 때문이다. 어쩌면 소로비치를 이용하여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만든 독일 나치의 군부 책임자와 같은 개념이랄 수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1월 15일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거 아니냐 라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날(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선언한 데 이은 청와대 참모들의 강경 발언이 쏟아진 셈이다.
십팔번(18번)이나 내놓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그러나 실패로 끝났다. 이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들어 오른 서울의 아파트 가격만 무려 43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폭등한 덕분에 불로소득으로 쾌재를 부른 이도 있을 것이다.
반면 그런 줄에 서기는커녕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여 우울한 이도 존재한다. 그들에게 있어 위조지폐나 복권의 1등 당첨은 그야말로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다'는 뜻을 지닌 사자성어 구한감우(久旱甘雨)와 같은 존재라 할 것이다.
여하튼 *'십팔번'의 본래 의미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재미있고 우스꽝스럽다'고 소문이 나고, 부동산 시장 역시 정부를 비웃는 배신의 부메랑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비웃음이 잦아지면 무시와 멸시로까지 연장된다. 일을 안 하는 데도 불로소득이 펑펑 생긴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이자 어떤 병폐이며 적폐(積弊)다.
*십팔번 : 이 말은 본디 우리말에서 나온 표현이 아니라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다. 일본의 '이찌가와[市川]라는 배우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교요겡[狂言]'이라는 극이 있다. 그 극은 신구(新舊)각각 18번까지 있으며, '노오가꾸[能樂]'라는 고유 가면극의 막간에 보여 주는 촌극(寸劇)이다. 그리고 그 촌극마다 번호가 있는데, 그 중에 18번이 가장 재미있고 우스꽝스럽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일제 잔재를 보여주는 말이니만큼 애창곡이라든지 다른 적당한 말로 바꿔 쓰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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