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 구즉초 등교길에 장송곡... 학부모들 “해도 너무하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대전 유성 구즉초 등교길에 장송곡... 학부모들 “해도 너무하다”

학교 옆 공사현장서 노조 집회 계속 진행
단체로 관·서 등에 민원 넣었으나 해결 안돼
교육청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협조"

  • 승인 2020-06-04 16:02
  • 수정 2020-06-04 16:13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구즉초2
공사현장과 맞닿아 있는 유성 구즉초등학교(사진=학부모 제공).
# 지난 1일 아침 8시께 대전 유성구 봉산동의 구즉초등학교로 자녀를 등교시키던 학부모 이선우(39) 씨는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학교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 앞에서 한 노동조합 일행이 빨간 옷과 두건을 두르고 큰 소리를 내며 집회를 열고 있었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길에서 보면 바로 보이는 가까운 곳이었다. 선우 씨가 더 충격에 빠진 이유는 집회 현장에서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 사용한 곡이 장례 행진에나 사용하는 장송곡이었기 때문이다.



자가를 등교한 후 집회 현장으로 찾아가 주최 측에 항의했으나, 경찰서에 적법하게 신고하지 진행하는 합법적 집회니 방해하지 말라는 대답만 들었다.

초품아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무분별한 노동조합 집회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와 바로 맞닿은 곳일지라도 경찰에 신고만 하면 문제없이 집회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측
구즉초등학교가 유성경찰서로 보낸 공문.
4일 대전지방경찰청과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봉산동의 구즉초등학교 옆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조합이 신고한 집회 기간은 1달이다. 집회를 신고한 노조 측은 지난 1일 아침 6시 전후로 첫 집회를 시작했고, 현재는 노사 간 협상으로 집회는 멈춰있는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뒤늦게 등교하자마자 학교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집회 소음과 광경에 구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뜻이다. 이에 집단으로 경찰청과 해당 초등학교, 시 교육청 그리고 해당 건설사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소음 강도를 줄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구즉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이제 겨우 개학해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장송곡이나 빨간 머리띠 두른 집회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아침부터 등굣길에 펼쳐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건설사, 구청, 주민센터, 시청, 경찰서 등에 문의해도 데시벨 측정하고 집회 측에 소리를 줄이라는 게 전부"라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런 집회를 허용한 경찰은 학교랑 얼마나 가까운 곳인지 알고 집회 금지 구역 법률을 알면서 집회를 허락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해당 건설현장 아파트 건설사에서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악의적인 이런 집회를 열고 상황을 악용해 노조들이 이기적으로 이권을 챙겨가는 것이 최근에 더 심각해진 듯하다"면서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노조 지부에서도 집회하려고 달려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집회 차량1
지난 2일 집회를 위해 모인 노조 차량.
이런 상황에도 대전교육청 담당자는 보고조차 받지 못했고, 해당 초등학교에 학습권 피해와 관련해 공문만 보내는 등 소극적 대처도 아쉽다는 목소리다.

구즉초등학교 관계자는 "교감 선생님과 서부교육청 과장님이 직접 와서 학습권 방해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뒤 경찰서에 해당 장소에서 집회를 금지해달라고 공문을 통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부교육청 담당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 교육청에 보고하고, 기관 대 기관으로 업무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

집회 주최 노조 측은 경찰과 학교, 그리고 학부모의 요청에 잠시 양보한 것이라며, 언제든지 같은 방식으로 집회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잠시 양보한 상태로 집회를 신고한 기간에 맞게 언제든지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경찰서 담당자는 "집회 및 시위 법률과 초·등교육법에 따라 학습권 침해가 뚜렷하다고 판단된다면 집회 제한을 통고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1.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2.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3.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4.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5.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