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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과 맞닿아 있는 유성 구즉초등학교(사진=학부모 제공). |
아이들이 등교하는 길에서 보면 바로 보이는 가까운 곳이었다. 선우 씨가 더 충격에 빠진 이유는 집회 현장에서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 사용한 곡이 장례 행진에나 사용하는 장송곡이었기 때문이다.
자가를 등교한 후 집회 현장으로 찾아가 주최 측에 항의했으나, 경찰서에 적법하게 신고하지 진행하는 합법적 집회니 방해하지 말라는 대답만 들었다.
초품아로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무분별한 노동조합 집회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와 바로 맞닿은 곳일지라도 경찰에 신고만 하면 문제없이 집회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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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즉초등학교가 유성경찰서로 보낸 공문. |
코로나19 사태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뒤늦게 등교하자마자 학교 주변에서 열리고 있는 집회 소음과 광경에 구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뜻이다. 이에 집단으로 경찰청과 해당 초등학교, 시 교육청 그리고 해당 건설사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소음 강도를 줄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구즉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이제 겨우 개학해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장송곡이나 빨간 머리띠 두른 집회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면서 "아침부터 등굣길에 펼쳐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건설사, 구청, 주민센터, 시청, 경찰서 등에 문의해도 데시벨 측정하고 집회 측에 소리를 줄이라는 게 전부"라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런 집회를 허용한 경찰은 학교랑 얼마나 가까운 곳인지 알고 집회 금지 구역 법률을 알면서 집회를 허락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해당 건설현장 아파트 건설사에서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악의적인 이런 집회를 열고 상황을 악용해 노조들이 이기적으로 이권을 챙겨가는 것이 최근에 더 심각해진 듯하다"면서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노조 지부에서도 집회하려고 달려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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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집회를 위해 모인 노조 차량. |
구즉초등학교 관계자는 "교감 선생님과 서부교육청 과장님이 직접 와서 학습권 방해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뒤 경찰서에 해당 장소에서 집회를 금지해달라고 공문을 통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부교육청 담당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 교육청에 보고하고, 기관 대 기관으로 업무 협조를 하겠다"고 했다.
집회 주최 노조 측은 경찰과 학교, 그리고 학부모의 요청에 잠시 양보한 것이라며, 언제든지 같은 방식으로 집회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잠시 양보한 상태로 집회를 신고한 기간에 맞게 언제든지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경찰서 담당자는 "집회 및 시위 법률과 초·등교육법에 따라 학습권 침해가 뚜렷하다고 판단된다면 집회 제한을 통고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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