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놀이문화와 '어부오수도(漁夫午睡圖)'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놀이문화와 '어부오수도(漁夫午睡圖)'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10-23 18:22
  • 수정 2020-10-23 18:2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놀이도 중요한 삶의 영역이다. 거기에서 얻는 재미와 즐거움이 치열한 삶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양질의 삶과 성숙한 생의 바탕이 된다. 물론, 일이 없는 놀이는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의미 없는 행위가 되고 만다. 일이 힘들수록 놀이의 즐거움 또한 커진다. 일과 놀이가 조화되면 일이 곧 놀이가 되고, 놀이가 곧 일이 되기도 한다.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농경사회 이전에는 채집과 수렵, 어로가 주된 경제생활이었다. 당시로선 필수불가결한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식생활이 다양해지고 먹거리 확보가 용이해지면서, 오락적 요소가 강조된 것이 오늘날, 낚시와 사냥이다. 스포츠로 발전하기도 했다. 사냥도 낚시도 필자는 본격적으로 해 보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몇 차례 거들어 본 것이 전부이다. 마니아 이야기 듣다 보면,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게 된다.



놀이는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를 주는 것이 무엇일까? 겨루기, 신명, 우연성, 표현욕과 성취감의 충족이다. 낚시와 사냥은 이런 재미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다른 생명체와 겨루기를 한다. 포획 대상에 대하여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생활행태와 심리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아닌가? 과정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신명을 얻는다. 미치지 않으면 참맛을 느낄 수 없다. 이론과 달리, 심리 싸움에서 엇나가기 일쑤다. 우연성이 없으면 흥미는 반감된다.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철학과 이상을 실현한다. 더욱 깊이 성찰하게 된다. 무엇보다 진정한 사냥꾼은 야비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름의 정도를 지킨다. 포획하든 놓치든 결과에 대해서도 유쾌하게 수용하고 승복한다.

낚시는 어로에서 파생되기는 했지만, 반드시 물고기 낚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따라서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는 어부와 구분하기도 했다. 특히 동양에서는 많은 시인묵객(詩人墨客)이 풍류와 은일(隱逸)의 수단으로 즐겼다. 어은(漁隱)으로 비유되며 은일자로 상징되기도 하였다. 은일은 동양사상의 기반이 되는 유불선 모두에서 지향하는 바가 있다. 유가는 출사를 추구하는 하편, 청빈과 탈속 같은 이상향의 지향으로 은일을 택하기도 하였다. 당초에 탈속이 주된 화두였던 도가와 불교는 말할 것도 없다.



은일 방법 또한 다양하다. 은일이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다. 세월을 낚는 겉모습은 같아 보일런지 모른다. 강태공(姜太公)과 엄자릉(嚴子陵)의 고사를 보면, 강태공은 은근히 출사를 기다린다. 고기를 낚지 않고 사람을 낚은 것이다. 엄자릉은 진정 고기를 낚고 사람을 낚지 않는다. 강태공은 벼슬길에 올랐으나 엄자릉은 광무제(光武帝)의 수차례 권유를 단호하게 물리친다.

그러한 이유일까? 낚시와 관련된 시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심전심일까? 낚시를 소재나 주제로 한 그림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단원 김홍도가 활동하던 시기는 조변석개(朝變夕改) 정국이었다. 여차하면 생사나 신분이 달라진다. 작가가 은일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단원이 그린 조어도 〈도선도〉, 〈승류조어도〉, 〈어부오수도〉, 〈애내일성〉, 〈조환어주〉 등도 유가적 은일 시의도에 해당한다.

rtrtr
〈어부오수도(漁夫午睡圖)〉, 김홍도, 지본담채, 29?42cm, 개인 소장
단원이 그린 시의도 중에 '어부오수도(漁夫午睡圖)'를 보자. 늦은 봄일까? 강바람 건들 불고 살포시 비가 내린다. 물고기와 씨름하면 무엇하랴. 낚싯대 거두었다. 팔베개하고 누워 하늘을 본다. 사람은 배에게, 배는 물살에 몸을 맡긴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림에 어울리는 활달한 필치로 '유하전탄야부지'라 썼다. 원래 두순학(杜荀鶴, 846~907, 중국 당나라 시인)의 시로 마지막 구절이다. 시 전체를 감상해 보자, 윤철규저 『시를 담은 그림, 그림을 담은 시』를 참고하면 아래와 같다.



山雨溪風卷釣絲 강산에 비 오고 강바람 부니 낚싯줄 거두고

瓦?蓬底獨斟時 배안에 들어가 막사발 술잔 기울이네

醒來睡著無人喚 술 취해 잠들어도 깨우는 사람 없으니

流下前溪也不知 앞 여울로 흘러가는 줄도 모르네.



엮시 단원 작으로 낚시하고 귀가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조환어주(釣還漁舟)에 담은 시는 아래와 같다. 모두 강태공이 됨을 경계하고자 했을까?



是非不到釣魚處 시비가 고기 낚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데

榮辱常隨騎馬人 영욕은 항상 벼슬아치를 따라 다니네.



김홍도 사유 세계를 엿보게 한다. 어느 하나 깊이 깨우치지 못했지만, 살면서 다양한 예술을 접하고, 예술인을 경험하다보니, 두드러진 공통점이 발견된다. 상대적으로 독서량이 많고 성찰이 깊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영상물이 놀이의 전부가 되어가는 시대이다. 팬더믹으로 더 공고해지지나 않을까, 건전성을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영상물은 폐쇄성과 은밀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놀이문화도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202009250100205640007814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파멥신' 상장 폐지...뱅크그룹 '자금 유출' 논란 반박
  2. "중부권 산학연 역량 모은 혁신 벨트 구축 필요"…충남대 초광역 RISE 포럼 성료
  3. [사설] 지역이 '행정수도 설계자'를 기억하는 이유
  4. 대전교도소 수용거실서 중증 지적장애인 폭행 수형자들 '징역형'
  5. 2월 충청권 아파트 3000여 세대 집들이…지방 전체 물량의 42.9%
  1. 대청호 수질개선 토지매수 작년 18만2319㎡…하천 50m 이내 82%
  2. [사설] 대전·충남 통합, 여야 협치로 풀어야
  3.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4. 2025 대전시 꿈드림 활동자료집 '드림이쥬3'
  5. 대전·세종·충남 작년 수출 1000억불 돌파 '역대 최대'… 우리나라 전체 1/7 차지

헤드라인 뉴스


선거 코앞인데…대전·충남 통합시장 법적근거 하세월

선거 코앞인데…대전·충남 통합시장 법적근거 하세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 등록이 다음 주부터 시작되지만, 통합시장 선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일선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과 달리 통합시장 선출을 위한 제도적 준비는 하세월로 출마 예정자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현재로선 통합시장 선거에 깃발을 들고 싶어도 표밭갈이는 대전과 충남에서 각개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7일 대전·세종·충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은 다음달 3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를..

대전 주요 외식비 1년 새 6% 인상... 도시락 싸는 직장인 많아졌다
대전 주요 외식비 1년 새 6% 인상... 도시락 싸는 직장인 많아졌다

대전 주요 외식비가 1년 새 많게는 6% 넘게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김치찌개 백반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음식으로 등극했고, 삼겹살을 제외한 7개 품목 모두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며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이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시스템 참가격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대전 외식비는 삼겹살 1인분 1만 8333원이 전년대비 동일한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 7개 품목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오름세를 보인 건 김밥으로, 2024년 12월 3000원에서 2025년..

故 이해찬 전 총리 대전시민분향소 지역정치권 추모행렬
故 이해찬 전 총리 대전시민분향소 지역정치권 추모행렬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서거에 대전 정치권이 정파를 넘어 애도의 뜻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 인사들이 잇따라 시민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김제선 중구청장과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출근 전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오후 3시에는 박정현 대전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장철민·장종태 국회의원,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당원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