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도시하천 즐기기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도시하천 즐기기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0-11-30 08:27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송복섭 교수
송복섭 교수
여러 이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라고 해야 고작 동네를 걷는 정도지만, 차들로 넘쳐나는 대로를 건너지 않고 두 바퀴를 돌면 거의 8천보에 가까워 운동량이 제법 된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걷는다. 특히 심야에 걷는 일은 다른 이의 의도치 않은 시선도 피할 수 있고, 나름 야경도 즐기면서 사색에 집중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야행도 여러 날이 되다 보니 단순하고 지루해졌다. 매일 보는 광경이 거기서 거기고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 더미를 피해야 하는 수고도 필요하며 행여 취객을 만날라치면 은근히 신경도 쓰인다. 그리하여 밤 운동을 주말 하천걷기로 바꾸었다.

가을 계절을 이용하여 나간 첫 하천 나들이는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평평하게 정비된 산책로 옆 수풀 사이로 물이 흐르고 굵은 조약돌이 쌓인 여울에서는 청명한 울림 물소리가 반향을 만들고 있었다. 얕고 투명한 물가를 주의 깊게 살피며 작은 물고기를 물결과 구별하는 일도 감동이었다. 오리 한 쌍을 만나는 건 일도 아니고 백로에다 목을 움츠리고 물고기를 응시하는 왜가리도 볼 수 있었다. 풍광이 아름다운 목 좋은 곳에는 영락없이 길가에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운동복 차림에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커피와 함께 한참을 멍 때리다 돌아왔다.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이었다. 밤 운동이 몸 건강을 위함이었다면 하천걷기는 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어느 도시나 사람 사는 공간 사이로 하천이 흐른다. 도시가 하천을 끼고 발달한다는 사실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한때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실개천이 차지한 땅이 아까워 그 위를 콘크리트로 덮은 다음 도로나 주차장으로 썼다. 이제는 복개하천을 복원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하천 복원은 새로운 주민 쉼터를 조성하고 지역 명소로 발전시켜 상권 활성화와 지역 가치상승의 효과를 낳는다고 추진하는 측은 홍보한다. 하상도로도 마찬가지다. 하천 둔치를 교차로와 신호등 없이 질주하며 시간을 단축하는 이점을 따르다 보니 하천으로 사람이 접근하는 일이 어려웠다. 자동차 창 넘어 철을 따라 변하는 꽃이나 풍경을 즐기는 정도가 그나마 전 시대에 비해 나아진 일상이었다. 이제는 하상도로에서 차가 물러나고 주민의 쉼터로 재편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도시하천을 편히 이용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에는 홍수로부터 물을 다스려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한 때문도 있었다. 여전히 도시하천에는 치수와 이수의 개념이 대립한다. 기후변화의 여파라고는 하는데 올해는 유독 물난리가 많았다. 순식간에 만물을 쓸어버리는 강물을 볼라치면 식겁한 일이지만 일 년 중 며칠을 위해 남은 날들을 다 포기하고 산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 게다가 충분한 관제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면야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AI와 IOT 등 첨단 기술도 이런 데 쓰라고 개발하는 것 아닌가?



도시하천을 시민의 쉼 공간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 볼거리가 있다. 그저 메뉴얼에 따라 하상을 정비하고 산책로와 운동시설을 설치하는 정도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누가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계획과 설계가 필요하다. 바르게 가꾸고 이용하는 데에는 지속가능한 유지관리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조사와 설계도 고려할 만하다. 매일 하천을 산책하는 지역주민이 누구보다 그 장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무엇이 필요한지도, 그리고 어떻게 유지 관리해야 하는지도 웬만한 전문가보다 낫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공모를 비롯해 그 과정을 시민이 만들어가는 축제로 계획해봄 직하다.

하천을 산책하다 보니 성가실 일이 하나 있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난데없이 따르릉 소리와 함께 자전거가 길을 비켜 달라 아우성이다. 헬멧에 제법 전용복장을 갖춘 이가 좀 느리게 비켜줄라치면 째려보고 달아난다. 새롭게 도시하천을 정비할 경우에는 자전거와 보행자를 엄격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교통수단이 새롭게 등장하니 둔치에 생기는 자전거도로에는 이들도 포함해 새로운 도시교통수단으로 인정해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2.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 유성선병원 변승원 전문의, 산부인과내시경학회 학술대회 우수상
  4. 대전시의사회, 성분명 처방 의무화 반대 성명…"의약분업의 기본 원칙 침해"
  5. 자치경찰제 논의의 시작은..."분권에 의한 민주적 통제 강화"
  1. 함께 노래하는 대전 의사들 20년 맞이 정기공연…디하모니 19일 무대
  2. 아산시 소재 고등학교에 나흘 사이에 2번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3. 나에게 맞는 진로는?
  4.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5. 대전대덕우체국 노사 재배 고구마 지역에 기부

헤드라인 뉴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충청 메가시티 잇는 BRT… 세계적 롤모델 향해 달린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 '바로타' 이용자 수가 지난해 1200만 명을 돌파, 하루 평균 이용객 3만 명에 달하며 대중교통의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복청은 '더 나은 바로타'를 위한 5대 개선 과제를 추진해 행정수도 세종을 넘어 충청권 메가시티의 대동맥으로, 더 나아가 세계적 BRT 롤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청장 강주엽·이하 행복청)은 행복도시의 대중교통 핵심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BRT '바로타'를 세계적 수준의 BRT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17일 밝혔다. 행복청에 따르면..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32사단 과학화예비군훈련장 세종에 개장… '견고한 통합방위작전 수행'

육군 제32보병사단은 10월 16일 세종시 위치한 예비군훈련장을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한 훈련시설로 재개장했다. 제32보병사단(사단장 김지면 소장)은 이날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 과학화예비군훈련장 개장식을 갖고 시설을 점검했다. 과학화예비군훈련장은 국방개혁 4.0의 추진과제 중 하나인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그동안 예비군 훈련 간 제기되었던 긴 대기시간과 노후시설 및 장비에 대한 불편함, 비효율적인 단순 반복형 훈련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추진됐다. 제32보병사단은 지난 2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가치 재확인… 개방 확대는 숙제

조선시대 순성놀이 콘셉트로 대국민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주·야간 개방 확대로 올라가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의 주·야간 개방 확대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간 개방은 '국가 1급 보안 시설 vs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가치 충돌을 거쳐 2019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제한적 개방의 한계는 분명하다. 평일과 주말 기준 6동~2동까지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 30분, 오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빛으로 물든 보라매공원

  • 나에게 맞는 진로는? 나에게 맞는 진로는?

  •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유성국화축제 개막 준비 한창

  •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 이상민 전 의원 별세에 정치계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