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빈 곳으로 흐르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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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빈 곳으로 흐르는 변화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12-04 18:18
  • 수정 2020-12-04 18:2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얼마 전 놀이에 대한 글을 쓰며, 재미요소가 겨루기, 신명, 우연성, 표현욕과 성취감 충족이라 했다. 보는 재미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거기에 흥미와 참신성이 더해져야 한다. 기왕이면 보는 이가 선호하는 것이 돋보여야 한다.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다. 불구경, 싸움구경도 빠질 수 없는 구경거리다. 일정한 규칙이 있는 스포츠보다 새로움과 의외성이 많고 크기 때문이리라.

팬더믹(pandemic)으로 공황(panic)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국민께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려는 것일까? 기자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려는 것일까? 정국이 참 흥미진진하다. 너무 지나치고 길어져 되레 지루하거나 환멸을 느끼지 않을까 염려된다.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하는 것과 도전은 다르다. 도전은 확실한 목표와 계획으로 일에 임하는 것이다.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것이다. 등 떠밀려 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가 없다. 피동적으로 타의에 따르는 것과도 다르다. 바람처럼, 물처럼, 이쪽도 저쪽도 의지가 없다, 그저 빈곳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어느 것일까? 어느 곳으로 갈까?

시쳇말대로 사회학에는 정답이 없다. 대개 성공의 지름길로 목표의식을 운운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확고한 목표 아래 변함없는 의지로 열정을 다해 첫 목표에 이르는 이가 얼마나 있으랴. 물론, 목표가 있어야 실패도 있다. 목표가 있어야 방향성이 있고, 노력의 대상이 설정된다. 끊임없이 바뀌더라도 없는 것 보다 나은 이유다.

실패만 변화를 낳는 것은 아니다. 등 떠밀려 한다고 잘 못되는 것도 아니다. 크게 이루지 못할 것도 없다. 열정이 담긴 깨어있는 의식이 중요하다. 최근 예술가 관련 서적을 뒤적이다 메모한 것 중에 관련 내용이 있어 옮겨본다.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 1841 ~ 1919, 프랑스 화가)는 13세부터 도자기 공장에서 일한 도자기공이었다. 기계화에 의한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자 일자리를 잃었다. 방수천이나 부채 등에 그림을 그려 돈을 벌었다. 박물관 옆에서 기거하며 대가 그림 모사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화가가 되었다.

하이든(Joseph Haydn, 1732 ~ 1809, 오스트리아 작곡가)은 어려서부터 노래를 잘 불러 성 슈테판 소년합창단, 장크트슈테판 대성당 성가대 단원으로 활동했다. 덕분에 음악지식과 악기를 익힐 수 있었다. 목소리가 대단히 고와, 지휘자는 카스트라토(castrato)가 되기를 권하기도 했다. 17세 변성기에 목소리가 완전히 바뀌어 성가대에서 쫓겨난다. 악기 연주 등 음악관련 허드렛일로 연명하다 곡을 쓰기 시작, 작곡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로부터 세계적인 음악가로 거듭난다.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 ~ 1875, 덴마크 작가)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몰두했던 연극과 문학을 통하여 14세에 연극배우가 되고자 수도 코펜하겐으로 무작정 상경한다. 미성 덕에 어찌어찌 국립극장에 들어갔으나 곧 변성기가 찾아와 지속할 수 없게 되자 대본을 쓴다. 다양한 글쓰기에 도전했지만 맞춤법, 철자법 등이 엉망이어서 혹평을 듣곤 한다. 민담이나 설화를 토대로 쓰던 당시의 동화와는 다른,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창작동화를 쓰면서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된다. 생전에 문명을 떨치는 몇 안 되는 대가가 되었다.

안데르센 동화 한편 안 읽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160여 편에 달하는 그의 동화를 설령 지면으로 읽지 않았다 해도, 다른 매체로 재구성된 것이 많아 누구나 접하게 된다. 동서고금, 남녀노소 모두가 즐긴다. 누구나 인정하고 환호하는 동화작가지만 뜻밖에 그는 독신으로 아이를 키워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한 말이라고 한다. "내 평생 어떤 아이도 무릎에 앉혀 보지 않은 사람이다. 내 동화는 아이들과 함께 성인들을 위한 것이다. 아이들은 내 동화의 줄거리를 보고 즐거워한다. 인생을 살아본 성인이 되어야 비로소 동화 속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다. 상황에 따라 마음에 와 닿는 것이 다르지 않은가? 아이 키우며 다시 보게 될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옴을 절로 느낀다. 뿐인가? 동화내용이 곧잘 사회화두나 사회현상 비유로 인용되기도 한다. '엄지공주', '인어공주', '백조',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잠자는 숲속의 소녀', '성냥팔이 소녀' '나이팅게일' 등 헤아릴 수 없다. 책 내용 대부분이 작가 내면의 외로움 극복을 비롯하여, 그 자신이 체험하고 고민한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느 것을 중점적으로 보느냐?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는 독자 외에 누구로 부터도 사랑을 받지 못한다. 부모님 사랑도 없었지만, 그마저 11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재혼하며 그의 곁을 떠난다. 사랑도 짝사랑이 전부다. 만나는 여인마다 퇴짜를 맞는다. 그 때마다 작품 쓰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순정파였을까? 첫사랑 여인의 편지로 목걸이를 만들어 평생 목에 걸고 다니고, 세 번째 여인의 별지를 앨범에 넣어 가슴에 간직하고 다녔다 한다. 외로움과 시린 아픔이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있다. 알고 읽으면 내용이 보인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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