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콜레라·이질 예방에서 시작한 대전상수도…그때 그시절 여행

  • 사회/교육
  • 환경/교통

[알쓸신잡] 콜레라·이질 예방에서 시작한 대전상수도…그때 그시절 여행

1930년대 인구증가·우물 오염으로 필요성 대두
세천에 수원지·판암동에 정수장, 대전역전 관로
급속여과방식에 염소소독으로 위생에 초점

  • 승인 2021-09-20 08:31
  • 수정 2021-09-20 10:49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상수도 대전
대전 동구 세천 상수도수원지댐과 판암동 배수장 모습. (사진=대전시청 제공)
일제강점기 대전에 상수도가 설치된 것은 콜레라 수인성 전염병 유행과 지하수 오염에 따른 위생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증가와 인쇄업과 철공소의 산업화에 따른 지하수 오염을 피할 수 없었고, 동구 세천에 수원지를 만들어 지금의 판암동에 정수장을 마련한 게 대전상수도의 시초가 됐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대전에서 개최된 '대전의 의료와 위생' 학술대회에서 대전상수도를 중심으로 위생 정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하고 발표했다.

▲생활용수와 유행병 예방을 위해

인구증가에 따른 생활용수가 부족해지고 콜레라 등의 유행병으로 피해가 커지면서 상수도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졌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수도가 설치된 것은 1906년 수도국이 조직되고, 경성(1908년), 인천(1910년), 목포(190년), 평양(1910년) 순으로 상수도가 마련됐다. 영국인과 미국인 기술자에 의해 마련된 경성 상수도를 제외한 인천, 목포, 평양 상수도는 모두 일본인 기술자에 의해 설계돼 구축됐다. 충청권에서는 공주와 청주에 1923년 수도가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강경(1924년), 대전·논산(1933년), 조치원·천안(1935년), 장항(1937년), 제천(1941년) 순으로 일제시대 수도가 마련됐다.

이연경 학술연구교수는 "일제강점기 상수도 부설은 일본거류민의 수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라며 "1930년대에 이르면 공업도시들을 비롯해 지방중소도시로 확대돼 전체 85개 도시에 상수도가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식수부족·지하수 오염 못 피해

공주와 강경보다 대전에 상수도 설치가 늦은 것은 상대적으로 대전에 수질이 좋고 전염병 위험이 낮았기 때문이다. 1917년 발간된 '조선대전발전지'에서는 "대전의 수질이 좋고 양호해 지하 1.2~1.5m만 파고 들어가면 맑은 물이 솟고, 전염병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이때 대전의 인구는 1100호에 5000여 명이었다. 그러나 1929년 3월 조선일보 '대전시내 음료수 불량 상수신설 긴급'이라는 기사에서 "대전군 대전시내 우물의 수질검사를 했더니 60% 이상의 우물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중대한 문제로 삼고 상수도를 급속히 신설하기 위해 각종 조사하는 중이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1915년 대전에 6000여 명이 머물던 게 1930년 2만1000명까지 늘어나면서 충분한 식수를 확보할 수 없었고, 1919년께 콜레라의 대유행 그리고 인쇄업과 철공소 등이 들어서면서 오염이 커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당시 대전에서는 대부분 식수를 우물에서 확보했는데 우물의 위생은 경찰과 면이 공동으로 관리했다"며 "충남도청의 대전 이전이 결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상수도 부설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세천리에 수원지·판암동은 정수장

충남도는 1931년 5월 조선총독부의 상수원설치 사업 인가를 받고 그해 12월 실시설계를 마친 후 곧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1931년 '대전읍 상수도 공사실시설계 인가신청서'에 따르면 예정급수량은 일평균 100㎥, 1일 총급수량 2000㎥으로 예정급수 인구는 대전 전체의 50%인 2만 명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때 장래 급수량의 증가를 예상해 인구 4만 명에 급수할 수 있도록 증설 계획도 함께 입안됐다.

세천수원지_1973--_1
대전 세천 상수도 수원지 모습.  (사진=대전시청 제공)
수원지는 대전군 동면 세천리의 식장산 계류에 저수지를 만들고, 수원지를 보호할 수 있도록 주변에 숲을 급히 조성하고 민가 13호와 농토를 매입했다. 송수관은 내경 250㎜의 철관을 사용해 세곡리의 서쪽 고개를 통과해 경부선 1등 도로를 따라 외남면 산소리(판암동)의 정수장으로 향했고, 송수관 전체 길이는 4093m이었다. 정수장에서 나온 배수본관은 구경 250㎜로 1등 도로를 따라 상업학교 앞에서 좌측으로 꺾어 본정으로 향했으며, 각각 200㎜ 1개, 150㎜ 2개, 100㎜ 2개의 배수관으로 분기했다. 가장 큰 200㎜ 배수관은 본정통으로 직진해 역전에서 좌로 꺾어 춘일정을 거쳐 목척리까지, 나머지 배수관은 군청, 도청, 헌병대, 보병대까지 계획됐다. 1933년 9월 준공돼 그해 10월 도청 앞에서 통수식을 개최했고, 1933년 4월에는 수원지에 꽃과 나무를 심는 유원지 조성계획이 발표됐다.

▲근대식 상수도시설 첫선

대전상수도는 근대식 기술을 접목한 정수방식을 도입해 황산알루미늄을 사용해 응집시킨 후 여과시키는 방식으로 하루하룻밤에00~400척을 여과할 수 있었다. 대전상수도 급속여과법은 완속여과법에 비해 그 속도가 40배 빠르고 여과면적도 1/4밖에 필요하지 않아 짧은 시간에 여과된 급수량을 확보하는 데 쉬웠다.

산정우물 _1972--_0
1972년 대전 산정우물. 주요 식수원으로 쓰인 우물이 오염돼 콜레라와 이질 등이 발생하면서 상수도 조성계획이 본격화됐다.  (사진=대전시청 제공)
염소소독법도 이때 도입됐는데 콜레라, 이질 등 오염된 물에서 전파되는 전염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원수지를 높은 곳에 설치하고 정수장을 낮은 곳에 마련해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었고, 수질 역시 한강 상류의 경성부 수원지보다 낳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연경 교수는 "식민지 상황에서 대전 상수도 급수 구역과 급수전 분포 등을 살펴보면 (조선인과의)차별이 존재하고 저수지 조성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잃는 어려움도 발생했다"며 "위생 확보를 위해 보급률 50%를 목표로 상수도를 조성했으나 실제 결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여겨진다"라며 "과거 다른 지역에서 시행착오를 보완한 근대적 수도시설을 도로를 따라 단기간에 설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둔산·송촌 선도지구 공모 마감…과열 경쟁 속 심사 결과 촉각
  2. 대중교통 힘든 대덕연구단지 기관들도 차량 2부제 "유연·재택 활성화해야"
  3. 경부고속철도 선형 개량 공사에 한남대, 국가철도공단 수년째 마찰
  4. [춘하추동]상식인 듯 아닌 얘기들
  5. 與 충남지사 양승조-박수현 세종시장 이춘희-조상호 결선行
  1. 8일부터 공공기관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 시행
  2. 안전공업 참사, 화재경보기 누가 껐나 '스위치 4개 OFF'
  3. 학령인구 감소 속 이공계 대학원생 늘었다… 전문가 "일자리 점검 필요"
  4. 유가족에게 쫓겨나는 안전공업 대표
  5. 세이브더칠드런 중부지역본부, 대전 지역 아동 지원 위한 Localisation 본격 추진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공약 `국립치의학연구원` 결국 공모로… 충남 국회의원 뭐했나?

대통령 공약 '국립치의학연구원' 결국 공모로… 충남 국회의원 뭐했나?

20·21대 대통령 충남지역 공약으로 포함된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이 결국 공모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공모 추진을 공식화하면서다. 지역 내에선 도와 지역 의원이 설립근거를 마련한 국가연구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에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여당 소속 천안지역 국회의원 모두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라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 국립치의학연구원(이하 연구원) 설립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광역지자체는 충..

베이커리 카페·주차장 가업상속공제 제외... 대전서도 혜택 제외 많아지나
베이커리 카페·주차장 가업상속공제 제외... 대전서도 혜택 제외 많아지나

최근 대전과 근교에서 제빵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우후죽순 들어선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비교적 설치가 간단하고 단순 유지만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가 사설 주차장은 앞으로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대형 카페나 기업형 베이커리가 상속과 증여 과정에서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점검하라는 지시 이후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잇단 지적에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빵을 만들지 않는 베이커리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가업 경영 인정 기간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충청권 상장기업, 중동 전쟁 여파에 시총 31조 8191억 원 증발
충청권 상장기업, 중동 전쟁 여파에 시총 31조 8191억 원 증발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충청권 상장사의 성장세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기계·장비 업종과 금융업의 약세가 두드러지며, 이들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한 달 사이 31조 8191억 원 감소했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7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2026년 3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87조 5043억 원으로 전월(219조 3234억 원)보다 14.5% 감소했다. 이 기간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시총은 12.5%, 충북은 17.9%의 하락률을 보였다. 대전·세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8일부터 공공기관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 시행 8일부터 공공기관 2부제·공영주차장 5부제 시행

  • 유가족에게 쫓겨나는 안전공업 대표 유가족에게 쫓겨나는 안전공업 대표

  • 중동전쟁 장기화에 요소비료 수급 불안 중동전쟁 장기화에 요소비료 수급 불안

  • 꿈돌이 선거택시 대전 도심 달린다 꿈돌이 선거택시 대전 도심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