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때 스페인독감 충청권 2만명 사망, 일제 보건·의료 조선인 차별"

  • 사회/교육
  • 건강/의료

"3.1운동 때 스페인독감 충청권 2만명 사망, 일제 보건·의료 조선인 차별"

황상익 서울대 명예교수 대전서 발표
1919~1920년 충청 조선인 절반 감염
전통의술 핍박·도립의원엔 조선인 소수

  • 승인 2021-09-17 12:12
  • 수정 2021-09-20 11:25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인동장터
일제강점기 대전지역 최초의 독립운동인 3·16 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 모습. 1919년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하며 충청권에서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칭되는 1910년대 스페인독감 유행 때 일제강점기 충청남·북에서만 2만 여명이 숨지고 콜레라 환자도 1728명이 발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이 3.1운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되는 와중에 충청권에서 대유행과 피해규모를 규명해 주목을 끈다.

대전시사편찬위원회가 역사문화학술대회의 일환으로 개최한 '대전의 의료와 위생' 세미나에서 황상익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의학사(醫學史) 차원에서 펜데믹을 분석했다.



▲3.1운동때 독감·콜레라 대유행

황 명예교수는 일본 내무성이 1922년 발행한 '유행성 감모'를 분석해 1918년 가을부터 1919년 1월까지 스페인 독감이 한반도에서도 크게 유행해 사상자가 크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1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18년 미국와 유럽에서 발발해 세계적으로 2000만~5000만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20세기 최악의 펜데믹 전염병이다.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이 3.1운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는 '유행성 감모'에 기록된 환자와 사망자 통계를 통해 1918년 가을부터 이듬해 1월까지 전국에서 조선인 13만9137명, 일본인 1297명이 숨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조선인 인구 1670만 명 중에 74만 명이 감염됐을 정도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했고, 사망률과 치명률이 충남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충남·북 조선인 인구 184만 명 중에 99만 명이 스페인 독감 환자였고, 이중 1만89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는 충남에서 13명에 이르렀고, 환자 100명당 2명이 숨질 정도로 치명률이 아주 높았다고 분석했다.

또 3.1운동 열기가 여전히 남아 있던 1919년 8월부터는 한반도에 다시 콜레라가 창궐해 1만6617명의 환자가 발생해 1만1339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이때 충남은 1919년 612명, 1920년 483명 등 모두 1095명이 콜레라에 목숨을 잃었다.

▲일제강점기 보건의료 차별 극심

황 교수는 이어진 발표에서 일제강점시기 조선인들이 보건·의료 면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았고, 보건의료 체계에 비용을 댔을 지언정 혜택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인의 법정 전염병 사망자가 조선에 있는 일본인보다 대폭 축소 통계되어 있는데 일제 당국이 조선인 법정 전염병 환자와 사망자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00218-001-01
옛 충남도립의료원의 1962년 모습. 일제가 세운 병원이나 조선인들의 이용은 극히 저조했다.  (사진=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 제공)
황 명예교수는 "조선인에 관한 법정 전염병 통계들은 일제가 조선인 전염병 문제를 철저하게 방치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라고 밝혔다.

또 일제는 일본 본토와 달리 식민지에서는 전통의사를 구분하고 차별했는데 1913년 의생규칙을 제정해 전통의사를 의사가 아닌 의생(醫生)이라는 명칭으로 양성을 억제해 자연 감소하도록 했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를 인용해 충청남북도의 경우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의생 1명당 건강을 돌봐야 할 주민은 6000여명이나 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제는 강점 기간 관립·도립의원을 증설해 1943년에는 도립의원이 전국 47개까지 늘었으나 의사는 대부분 일본인(81%)이었고, 조선인 병원장은 한 명도 없었다는 점도 자료조사를 통해 밝혀냈다.

조선총독부 통계를 통해 도립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일본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조선인 이용자는 매우 미미했거니와 시기가 지나도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황 명예교수는 "일제는 자신들이 좋은 통치를 해서 조선의 발전을 가져왔고 조선이 근대화됐고 문명국가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주장하나 보건의료 측면에서도 도립 의료기관 설치와 운영을 위한 비용만 부담했을 뿐 혜택은 거의 누리지 못했다"라며 "일본인들을 위한 의료기관이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4.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5.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1.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2.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