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빈집은 늘어나는데…소유주 반대로 빈집 정비 사업 실적은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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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빈집은 늘어나는데…소유주 반대로 빈집 정비 사업 실적은 저조

대전 내 방치 빈집 3847곳
정비 진행된 곳은 27곳에 불과

  • 승인 2022-05-15 11:36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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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삼성동 내 방치된 빈집 (사진=정바름 기자)
5월 14일 오후 대전 동구 삼성동. 이 동네에는 사람이 나가고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이 곳곳에 있다. 구청의 도움을 받아 수도와 전기가 끊긴 지 오래된 한 단독주택을 찾았다. 조심스럽게 녹슨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낮임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소름이 돋았다. 마당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아 죽은 가지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고 부서진 바닥 사이로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낡은 주택 자재들과 전 주인이 쓰던 오래된 물건들이 방치돼 있었는데 곰팡이 핀 벽과 천장에 힘없이 매달린 허름한 천들은 음산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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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삼성동 내 방치된 빈집 (사진=정바름 기자)
발걸음을 옮기니 건축 자재들이 잔뜩 쌓여있는 또 다른 빈집이 보였다. 철재가 그대로 보여 흉물스러울 정도였는데 사람이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마당에 죽은 가지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니 공사가 중단된 지 한참은 지나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저 집은 공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 거의 방치된 수준인 거 같다"며 "저런 집들 때문에 동네가 더 낙후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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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삼성동 내 방치된 빈집 (사진=정바름 기자)
이처럼 지역 내 방치된 빈집들이 늘면서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빈집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유주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정비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동 외에도 현재 대전에는 주인 없이 방치된 빈집들이 3847곳에 달한다. 자치구별로 동구 1079곳, 중구 882곳, 서구 442곳, 유성구 921곳, 대덕구 523곳이다. 2019년부터 대전시와 5개 자치구는 빈집 정비사업을 진행해 철거하거나 활용이 가능한 빈집들은 공용주차장이나 주민들을 위한 미니 텃밭 등으로 조성하고 있다.



범죄가 발생할 수 있어 동네의 치안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빈집 정비를 위해 대전시에선 자치구마다 6000만 원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집당 약 1500만원 정비 예산이 드는 만큼 1년에 3~4곳 정비를 목표로 하지만 지난 3년간 정비한 곳은 27곳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5곳, 중구 11곳, 서구 7곳, 유성구 1곳, 대덕구 3곳이다.

각 자치구는 빈집을 주차장 등 공공목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빈집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관심을 두는 사람이 적다"며 "특히 삼성동은 재개발 얘기가 나오고 있어 동의하는 소유주가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유성구청 관계자 역시 "정비 사업이 진행되는 3년간은 쓰지 못하고 활용돼도 공공 목적으로 활용되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소유주들이 동의를 잘 하지 않는다"며 "작년에는 힘들게 설득을 해서 1곳을 간신히 정비했다"고 토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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