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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
양육 여건이 안 되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떠난 것을 두고 범죄 여부를 따지기 전에 베이비박스 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떠오르지 못하게 한 현실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6월 28일부터 출생 미신고 아동 59명에 대해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22명의 아이의 소재 파악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행방이 불분명한 출생 미등록 아동은 부모의 조사 거부, 입양 등의 여러 원인이 있는데 대부분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비박스에 유기돼 정부와 지자체가 아이를 찾지 못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아이들을 베이비박스에 두고 온 부모들을 '아동 유기'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데, 유기죄를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있는 2개의 베이비박스는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 시설이기 때문에 아이를 두고 가는 행위 자체는 처벌 된다. 그러나 법이 명시돼 있음에도 여전히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둔 것이 '유기'인지 혹은 '보호 의뢰'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자녀를 키울 여건이 없는 부모가 아이를 보호해줄 수 있는 시설을 찾아 보냈다는 것은 아닌 아동 보호 의사를 가진 행위라는 것이다.
2021년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은 영아유기로 기소된 20대 친모의 선고를 유예했는데, '항암치료 중으로 양육이 쉽지 않았고, 도움의 손길이 닿는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점'을 참작하기도 했다.
베이비박스 운영을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제재 없이 해당 시설이 운영될 경우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고, 법이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는 유기를 방조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온 것이 무죄인지 유죄인지 밝히는 것보다 이 시설이 활성화 될 수밖에 없던 환경을 바꿔야 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이다. 정부는 자녀를 두고 간 부모의 탓만 할 뿐 아이들이 버려지는 것을 예방할 어떠한 복지·보호 체계를 만들지 않았다.
특히 산모의 출산 아이를 기를 여건을 충족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미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 최후의 보루로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를 처벌하기보다는 유기를 막을 충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이한범 대덕구의사회장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맡기는 모든 행위를 범죄화하면 오갈 데 없는 산모와 아이는 더 위험해지고 음지로 향하게 된다"라며 "산모가 임신하고 출산, 양육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보호정책을 마련해 온전한 가정을 꾸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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