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비상계엄령은 '자발적 각성'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비상계엄령은 '자발적 각성'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4-12-23 15:21
  • 신문게재 2024-12-24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소설가
김재석 소설가
우리 현대사 한페이지에 기록될 12.3 비상계엄 선포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었다. '2024년 한국에서 이런 일이….' 누구나 놀란 가슴으로 하는 말이다. 나는 리히터 규모 5 정도 되는 지진-문이 흔들리고 건물에 작은 피해가 생김-이 한반도를 덮친 느낌이었다.

21세기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이룩했다고 자부하는 한국에서 대화와 타협, 선거를 통한 국면 타개가 아닌 총을 든 무장군인이 국회에 난입한 사건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암담했다.

야당의 빠른 계엄 해제 의결 처리와 국회 앞에서 육탄으로 계엄군을 막은 시민들의 희생정신, 민주시민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군인들의 소극적인 태세가 합쳐, 비상계엄 사태가 불발로 끝나기에 망정이지 국회의원이 끌려가고, 우발적인 총성이라도 울렸다면 이 나라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비상계엄 사태의 정점에 서 있는 윤 대통령은 '그날'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지금은 국회의 탄핵 가결로 대통령직이 정지된 상태지만 여전히 국민 마음속에는 여진이 남아있다. 내란 선동을 하고도 너무나도 당당한 그의 태도에 또 뭔 꿍꿍이를 꾸미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기 그지없다.



요즘 SNS에 '비상계엄령'을 풍자한 말 중에 '나는 사랑 때문에 OO까지 해봤다. 답은 계엄', 이란 표현이 '좋아요'를 많이 받고 있다. 그날, 야당의 집요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세에 빡쳐서 주먹을 한 번 휘둘러 본 것일까? 윤 대통령의 그간 태도로 본다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음 직하다. 윤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관련 담화(11월7일 명태균-대통령부부 불법선거개입 의혹 관련)에서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를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에게 욕 안 먹고 원만히 하길 바라는 일을 국정농단이라 한다면 그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란 말을 한다.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말 위에는 농염한 감정선마저 흐른다. '이 오빠가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널 지켜줄게!' 하는 '희대의 로맨티시스트'인가 싶은 느낌을 받게 했다. 그런데 이건 애교 수준의 표현이고, 정작 드러내놓고 한 행동은 '계엄'이란 방식의 폭거였다. 근대 이전에나 가능한 '폭군'의 모습이었다.

15세기 프랑스에서도 폭군은 있었고, 당시 법률가였던 라 보에시는 <자발적 복종>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라 전체가 폭군에 대한 복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는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그런데 이 간단한 처방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들은 오히려 시민으로의 자유를 물리치고 스스로 굴레를 찬다.' 이런 현상을 라 보에시는 '자발적 복종'이라고 불렀다. 민중의 오래된 노예적 관습과 이념적 편향-오늘날에는 극우, 보수, 진보, 좌파 등으로 불린다-이 역설적이게도 민중을 폭정의 협력자로 만드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는 나라의 안녕과 헌법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다. 이것을 망각하면 이념적 편향에 휘둘려 극우적 선동가인 '희대의 로맨티시스트인 폭군에게 자발적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날'의 사건은 '자발적 복종'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이념적 편향에 빠지면 얼마든지 망상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시민들이 자각했다. 어쩌면 '그날'의 사건으로 이 시대가 우리에게 '자발적 복종'이 아닌 '자발적 각성'으로 깨어나길 요구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똑똑한 지도자가,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외면한 사이, 세계는 기후위기와 전염병, 무역전쟁, 더 나아가 세계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K-문화를 넘어 K-스피릿(시민정신)으로 세계인이 놀랄 상생문화를 한국인이 보여줘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역 유흥가 '아가씨 간판' 배후 있나? 업소마다 '천편일률'
  2.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어디서든 걸을 수 있는 환경 만들겠다"
  3. 728조 예산전쟁 돌입…충청 與野 대표 역할론 촉각
  4.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자연과 함께 일상 속 피로 내려놓길"
  5.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가을 도심 산행의 매력 흠뻑
  1. [오늘과내일] 대전시의회, 거수기 비판을 넘어설 마지막 기회
  2.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구봉산에 물든 가을, 함께 걷는 행복"
  3.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건강은 걷기부터, 좋은 추억 쌓기를"
  4. [월요논단]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이 대전을 바꾼다.
  5. [2025 구봉산 둘레길 걷기행사] "산처럼 굳건하게 아이들이 자라기를"

헤드라인 뉴스


대전역 철도입체화사업 선정될까… 국토부 종합계획 반영 목표 사활

대전역 철도입체화사업 선정될까… 국토부 종합계획 반영 목표 사활

국토교통부가 2월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를 지정한 데 이어 12월 추가 지하화 노선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대전역 철도입체화 사업이 추가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국토부 선도지구에 대전이 준비한 두 사업 중 대전 조차장 철도입체화 사업(약 38만㎡)만 선정됐지만, 이번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철도 지하화 대선 공약과 해당 지역 개발 여건 강화 등으로 대전역 철도입체화사업(12만㎡)이 반영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월 '철도 지하화 및 통합개발 특별법'을 제정한..

[꿀잼대전 힐링캠프 2차] 캠핑의 열정과 핼러윈의 즐거움이 만나다
[꿀잼대전 힐링캠프 2차] 캠핑의 열정과 핼러윈의 즐거움이 만나다

늦가을 찬바람이 부는 11월의 첫날 쌀쌀한 날씨 속에도 캠핑을 향한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중부권 대표 캠핑 축제 '2025 꿀잼대전 힐링캠프'가 캠핑 가족들의 호응을 받으며 진행됐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꿀잼대전 힐링캠프는 대전시와 중도일보가 공동 주최·주관한 이벤트로 1~2일 양일간 대전 동구 상소오토캠핑장에서 열렸다. 이번 캠핑 역시 전국의 수많은 캠핑 가족들이 참여하면서 참가신청 1시간 만에 마감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행운을 잡은 40팀 250여 명의 가족들은 대전지역 관광명소와 전통시장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재명 대통령, 4일 `2026년 728조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이재명 대통령, 4일 '2026년 728조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를 찾아 2026년 정부 예산안 편성 방향을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 예산안 심사 개시에 맞춰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예산안 편성의 당위성 등을 설명한 후 국회의 원활한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서 8월 29일 전년도(673조 원)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슈퍼 예산안 편성 결과를 발표했다. 총지출 증가율(8.1%)은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경제 성장을 위한 인공지능(AI)과 연구·개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여섯 개의 점으로 세상을 비추다’…내일은 점자의 날

  • 인플루엔자 환자 급증…‘예방접종 서두르세요’ 인플루엔자 환자 급증…‘예방접종 서두르세요’

  •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