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영감(靈感, Muse) 잡아두기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영감(靈感, Muse) 잡아두기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5-02 07:2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예술가에게 창의성은 절대적이다. 예술가 뿐 아니다. 문화예술 향유의 시대 창의성은 모든 사람, 모든 일에 성공과 행복의 열쇠가 된다.

사업할 때 일이다. 거래처 사장이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 발상과 시각이 자유분방, 남다른 사고력을 보여줬다. 사물 또는 매사 허투루 보지 않는다. 뛰어난 관찰 능력으로, 특이 사항이나 차이점을 쉽게 발견한다. 발견하면 지나치지 않고 진지하게 살피고 궁리한다. 어느 날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누가 옆에서 자기 생각을 받아 적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수시로 좋은 생각이 수없이 떠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잊게 되니 안타깝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니, 그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누구나 새로운 생각이 찾아오지만 붙들어 두지 못하고 날려 보낸다. 대부분 그것을 인식조차 못한다. 때문에 창의적 사고가 정리되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된다. 심지어, 20세기 심리학에서는 창의성이 무의식의 영역에 있다고 보지 않던가?

창의성 개발을 위해 확산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하여, 꿈을 정리해 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다. 생각같이 쉽지 않았다. 비몽사몽간이니 그대로 잠자는 경우가 많았고, 의식한다 해도 자다가 일어나 필기구를 챙겨 기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하다. 아주 생생하여 두어 차례 기록한 경우가 있을 뿐이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고 문득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잡아두기 위해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자. 휴대전화를 늘 들고 다니지 않는가? 녹음하면 된다. 해보니 안성맞춤이다. 녹음된 것을 정리하며, 신선함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창작활동에 자신감이 붙었다.

대가는 천부적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곧잘 회자된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노력하면 누구나 최고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하지 않았던가? 과대망상일지 모르지만 영감(靈感)이 천재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보면, 영감은 창조적인 열정의 상태에서 오는 초자연적인 감각, 신에게 계시 받은 것 같은 감정 등으로 정의 된다. 영혼에 대한 감각을 느끼는 마음의 기능이요, 이지적인 사고 과정인 도리 등을 거치지 않고, 직감적으로 인지되는 심리적 상태이기도 하다.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 등 사람이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로 얻은 착상, 번쩍임이다. 어떻게 정리되던 창조적 계기가 된다.

창의성 발로의 또 하나는 환경이다. 좀 생뚱맞은 예하나 들어보자.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 ~ 1973, 스페인)는 살아생전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영광을 누린 몇 안 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부, 명예, 사랑 모두 마음껏 누렸다. 심지어 권력 까지도. 정치적 권력은 아니지만 예술적 권위는 대단했다. 현대미술의 창시자에서 나아가 현대미술 그 자체가 되었다. 수시로 변하기는 하지만, 현재도 100대 고가 작품 중에 15점이 랭크돼 있을 정도다.

피카소는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 중에 잘 알려진 여인만도 7명이나 되며, 하나같이 초상화를 남겼다. 그의 미적 영감이 그 여인들로부터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여자 없이 한시도 살 수 없었던 사람처럼 보인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1만 3,500여 회화작품 중 70%이상에 여성이 등장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비뇽의 처녀들>, <게르니카>, <우는 여인> 등을 떠올려 보라. 모두 피카소의 여인이 등장한다. <게르니카>에 등장하는 절규하는 여인, <우는 여인>은 5번째 여인 도라 마르(1907 ~ 1997, 프랑스)가 모델이다.

천성적으로 무의식 활동에 탁월한 경우도 있겠으나 영감은 쥐어짜내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영감, 의도적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영감을 붙잡아 두는 것이 관건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 연수구, 지역 대표 얼굴 ‘홍보대사 6인’ 위촉
  2. 시흥시, 별빛 축제 ‘거북섬’ 점등식
  3. 행정수도와 거리 먼 '세종경찰' 현주소...산적한 과제 확인
  4. 대전 방공호와 금수탈 현장 일제전쟁유적 첫 보고…"반전평화에 기여할 장소"
  5. 호수돈총동문회, 김종태 호수돈 이사장에게 명예동문 위촉패 수여
  1. [경찰의날] 대전 뇌파분석 1호 수사관 김성욱 경장 "과학수사 발전 밑거름될 것"
  2.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비인간적 범죄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3. "아산으로 힐링 가을여행 오세요"
  4. ‘가을 물든 현충원길 함께 걸어요’
  5. "일본에서 전쟁 기억은 사람에서 유적으로, 한국은 어떤가요?"

헤드라인 뉴스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사실상 큰산 넘은 CTX… 행정수도 완성에 발맞춰야

대전과 세종, 충북을 급행철도로 연결하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가 민자적격성조사 문턱을 넘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위한 CTX의 조기 개통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황 의원은 2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국가철도공단·에스알(SR)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50번에는 행정수도 세종 완성이 있고, 그 주요 내용을 보면 전국 접근성 개선에서 서울에서 1시간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접근 가능한 교..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2025 AAPPAC 대전총회 개막…"지역의 영감이 세계로 확산되다"

과학과 예술의 도시, 대전시가 세계 공연예술의 중심에 우뚝 섰다. 2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대전총회'가 3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지역적 영감에서 세계적 영향으로(From Local Inspirations to Global Influences)'를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세계 20개국 80여 개 공연예술 기관 관계자가 참석해, 지역이 품은 창의성과 상상력이 세계로 확산되는 길을 함께 모색했다. 첫 번째 세션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컬처'에서는 한국 문화예술이..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방사능 위협 여전한데…유성구 뭐했나

대전 유성구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원자력안전 교부세 신설이 수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후 올해 초 또다시 관련법이 제출됐지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 나아가 144만 대전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인데 행정당국의 이슈파이팅 부족으로 현안 관철은 멀기만 해 보인다. 21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대전유성을)이 대표발의 한 이른바 '원자력안전교부세법'(지방교부세법 일부개정안) 7월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현재 위원회 차원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최고의 와인을 찾아라’

  •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즐거운 대학축제…충남대 백마대동제 개막

  •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두꺼운 외투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