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상상과 집중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상상과 집중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5-1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하나에 쏟을 수 있는 힘으로 집중력이기도 하다. 취사선택 능력이라 할 수도 있다. 집중력의 질에도 차이가 있다. 집중력이 탁월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 산만한 사람이 있다. 끈기나 인내, 자제력하고도 관련이 있어 집중 시간 또한 제각각이다. 의식, 수면, 섭생, 습관 등 생활환경 및 방식에도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첨단 기술이 조종하거나 약탈해 가기도 한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시기도 다르다. 어린 시기에 집중되면 자연스런 성장에 도움이 되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늦게 깨달아 부단한 노력으로 큰 업적을 쌓은 사람도 있다. 조금 다른 의미이기는 하나, 노자 41장에 나오는 "큰 그릇은 더디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다.

대학교수로 정년퇴직한 벗이 학창시절 이야기를 한다. 너무 가난한 나머지 집안일 도우며 공부하다보니 좋은 대학에 가지 못했다. 진학 후 곰곰이 생각하니 살길은 오직 하나, 공부밖에 없더란다. 공부와 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감내하며 집중하였다. 명문대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석박사과정 마치고 교수가 되었다. 마음먹는다고 누구나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에게 잘 맞는 탁월한 선택, 부단한 노력 때문이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필자는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을 신뢰하는 편이다. 논리수학, 언어, 공간 지각, 신체 운동, 대인 관계, 음악, 자기 성찰, 자연 친화, 실존적 지능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능이 존재하고, 저마다 하나 이상의 우수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돋보이는 지능의 발견과 그에 적합한 일의 선택이 중요하다.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우수한 분야를 찾아 노력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능은 문화와 상황에 의존하기 때문에 절대적이 아니고 발전 변화하는 것에도 주목하자.



또 하나 있어야 하는 것이 이상이다. 이상은 안목이 있어야 한다, 안목은 지적사유는 물론 상상력에 의존한다. 합리성과 이성을 추구해왔던 과거에 상상력은 설자리가 없었다. 사실은 그 이성적 사유가 오늘날의 상상적 사유인데 말이다. 상상력과 이성은 사유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오랜 기간 수많은 사유를 거친다. 임정택 저 <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에 의하면 상상력은 인간의 삶에 항상 수반된 본질적 현상이다. 오히려 이성적 생각에 앞서 먼저 상상했는지 모른다. 지속적인 인류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상상력은 인류 문명과 문화를 가동해온 원동력이며 에너지다.

상상력은 흔히 불가능, 비이성적, 비현실적, 환상적, 몽환적, 기이하고 엉뚱한 것과 동일시한다. 몽상, 공상, 환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무용지물이 아니라 거기에 가능한 새로운 단초가 있다. 영감 또는 직감과 비슷하다. 상상력은 무한대의 우주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우주이다.

하나 더 옮겨보자. 과거가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기술을 개발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시대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상상력으로 수렴된다. 인문·예술분야는 물론이고 기업 경영과 자연과학에서도 상상력과 창의성이 강조된다. 임정택 교수의 말이다. "21세기 상상력이 이전 세대 상상력들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분야 간의 융합이다. 산업혁명 이후 세분화, 전문화되어온 분야들이 21세기에 이르러서 서로 대화하며 만나기를 시도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이뤄온 성과와 변화들이 제각기 따로 가는 것보다는 다른 분야와 융합해 총체적으로 모색될 때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융합과정에서 상상력은 더욱 확대되고 거대해질 수 있다."

어려서 하늘을 나는 꿈은 누구나 한번쯤 꾸었을 법하다. 상상하고 집중한 사람이 비행기를 만들었다. 상상력은 우리 존재와 삶에 필수적이다. 뿐인가, 문화와 문명 모두 상상력의 소산이다. 우리 능력의 한계가 상상력의 한계임을 알자. 상상력이 해방된 사회에 살고 있다.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은 더욱 아니다. 상상력을 키워보자. 자신의 우수한 지능을 찾아 집중하고 상상하자. 상상은 또 다른 상상을 부른다.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자.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전공의 돌아온 대학병원 '활기' 속에 저연차 위주·필수과목 낮은 복귀율 '숙제'
  2. 충청권 의대 중도이탈자 증가…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수도권행 심화
  3. "탈시설을 말하다"… 충북장애인인권영화제 4일 개최
  4. 합참의장에 진영승 공군 전략사령관 내정, 군내 4성 장군 전원 교체
  5. [2026 수시특집-나섬이가 소개하는배재대] 장학금 받고 유학 가고… 공부는 ‘카공족’ 공간에서
  1. 인천의 '극지연구소'는 부산 이전 불발...세종시는?
  2.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게임 좋아하던 중학생, 게임 개발자가 되다
  3. [2026 수시특집-배재대] 1863명(정원 내) 선발… "수능최저 없애고 전과·융합전공 자유롭게"
  4. 서천 호우주의보 발효…충남 남부 중심 매우 강한 비
  5. 자신의 금융정보 넘겨 대포 통장·폰 개설 도운 20대 실형

헤드라인 뉴스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국비확보 또 ‘쓴잔’

대전시가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인 4조 7309억 원을 확보했지만, 일부 현안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따내지 못해 사업 정상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와 웹툰 IP 클러스터, 신교통수단 등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과 직결된 것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예산 확보를 위한 총력전이 시급하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된 대전시 사업은 총 9개다. 앞서 시는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운영지원 사업비(29억 6000만 원)와 웹툰 IP 첨단클러스터 구축사업 15억 원..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도지사 "환경부 장관, 자격 있는지 의문"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천댐 건설 재검토 지시를 내린 김성환 환경부 장관을 향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천댐 건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김돈곤 청양군수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지사는 1일 도청에서 열린 2026 주요정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 김 장관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화력발전 폐지 지역에 대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그의 반대로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화력발전을 폐지하고 대체 발전을 추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하는 사람이 지금 환경부 장관에 앉아 있다. 자격이..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시 '국가상징구역+중앙녹지공간' 2026년 찾아올 변화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30년 완성기까지 '국가상징구역'과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1일 세종시 및 행복청의 2026년 국비 반영안을 보면, 국가상징구역은 국회 세종의사당 956억 원, 대통령 세종 집무실 240억 원으로 본격 조성 단계에 진입한다. 행정수도 추진이란 대통령 공약에 따라 완전 이전을 고려한 확장 반영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내년 국비가 집행되면, 국회는 2153억 원, 대통령실은 298억 원까지 집행 규모를 키우게 된다. 국가상징구역은 2029년 대통령실,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추석 열차표 예매 2주 연기

  • 마지막 물놀이 마지막 물놀이

  •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