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다문화] 병원 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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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다문화] 병원 미아

  • 승인 2025-08-31 13:22
  • 신문게재 2025-01-04 1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일 중 하나가 병원이었다.

어디에 가면 좋은 것인지, 무슨 과에서 진찰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몸의 상태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도, 큰 벽이 된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할 때는 아직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거나 친구에게 물어 병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플 때는 검색할 기운조차 없이 그냥 누워 있고 싶어진다. 그럴 때 곁에 남편이나 시부모님 같은 의지할 사람이 없으면 정말 불안하다.

일본에서는 두드러기나 화상 같은 피부 문제는 망설이지 않고 피부과에 간다. 그런데 한국에서 '피부과'라고 검색하면 미용 관련 클리닉이 일반적이다. 피부 잡티, 주름 개선, 레이저 치료. 물론 치료를 하는 병원도 있지만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치과도 마찬가지여서 충치 치료보다는 미백이나 교정 등 미용 목적의 시술이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미의식이 아주 높은 나라다. 거리를 걸으면 미용클리닉과 피부과가 곳곳에 있고 간판도 화려하다. 그러면서도 '당장 치료해달라'는 환자에게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더욱이 증상을 한국어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통증의 종류와 장소, 발병 경위. 머릿속에서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다 보면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몸이 안 좋을 때일수록 그 답답함은 커진다. 외국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병원 리스트나 진료과의 차이를 설명한 가이드, 외국어 대응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망설일 시간도 불안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 나날들 속에서 문득 생각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계속돼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생명의 위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당연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하루빨리 세상이 평화로워지고 누구나 안전한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한국의 의료나 미용 기술은 세계적으로 평가가 높다. 그 혜택을 외국인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도록--그리고, 그 안심이 온 세상에 퍼지기를 바라고 있다.
오노이쿠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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