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백호 윤휴의 개혁정신과 단재 신채호의 독립정신

[춘하추동] 백호 윤휴의 개혁정신과 단재 신채호의 독립정신

최창희 (사)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이사

  • 승인 2020-05-26 16:45
  • 수정 2020-05-26 16:45
  • 신문게재 2020-05-27 1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최창희
최창희 ((사) 단재 신채호 선생 기념사회회 이사)
지난 5월 20일은 조선후기 개혁가로 알려진 백호 윤휴 선생이 사사된지 3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필자가 백호 선생을 주목하는 이유는 백호 선생이 젊었을 때 대전에 살았고 현재 백호의 묘가 대전 사정동 보문산 자락에 있다는 것 외에 백호 선생의 개혁정신과 단재 신채호 선생의 독립정신이 닮았다는 것 때문이다.

백호 윤휴는 17세기의 천재적인 산림학자이면서 실천적인 경세가였고 백성들과 함께한 개혁가였다. 특히 주자성리학의 교조적 권위를 누렸던 조선후기의 경학에서 독자적인 학문체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문난적으로 몰려 정치적, 사상적 숙청을 당하였고 조선말까지 신원이 회복되지 못하여 문집조차 출간되지 못했다. 윤휴는 조선의 금기어였으며 현재까지도 철저히 금기시된 인물이다.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 그런 상대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 그리고 실제로 죽여왔던 시대, 다른 생각을 허용하지 않았던 경직된 사회에서 개혁을 이야기한 인물이 윤휴였다.

병자호란시기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항복한 이듬해인 1638년 22살 윤휴는 모친을 모시고 공주 유천으로 이사하여 28살 여주로 이사할 때까지 6년여동안 대전에 머물면서 독서에 열중하였다. 병자호란으로 신하로서의 부끄러움을 자책하고 그 치욕을 씻을 때까지 벼슬에 나가지 않겠다며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결코 그 치욕을 잊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실제로 윤휴는 북벌을 다짐하고 정치계에 나오기 전 38년동안 벼슬을 하지 않았다. 윤휴는 어린시절부터 스스로 깨달아 학문에 뜻을 두었고 마음을 세우고 행실을 닦는데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전 유천시절부터 학문으로 명성이 알려지면서 송시열, 송준길, 이유태, 윤문거, 윤선거 등 당대의 명유들과 당파를 초월한 교분을 맺게 되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외부침략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국방체계와 군사적 대응능력으로 인해 조선 사회체계의 변화를 요구하였다. 지배층의 무능을 여실히 목격한 피지배층들이 체제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었다.변화의 요구는 크게 성리학 유일사상의 폐기와 신분제의 완화였다.

윤휴는 조선을 부국강병체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국가권력이 토지와 백성을 빠짐없이 파악하고 양반들의 특권을 어느 정도 제한하며 군대 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윤휴는 말로만 북벌이 아니라 군비확충을 위해 세금이 면제되는 토지를 없애고 호포제를 실시할 것을 건의하였다. 이는 양반과 상민을 불문하고 누구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으로 기득권 양반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단순한 세금제도 차원이 아니라 그 이상의 사회 질서를 흔들 수 있는 개혁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윤휴의 개혁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배의 벌에 이어 사약을 받게 되었다.

1928년 11월 미결수 신분이던 단재 신채호 선생은 대련경찰서로 면회온 조선일보 이관용에게 3권의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하였다. 하버트 웰스의 '세계문화사'와 '에스페란토문전', 그리고 '백호문집'이 그것이었다. '백호문집'은 일제강점기 1927년 진주용강서당에서 윤휴의 8세손 윤신환 등이 간행하였는데, 1680년 백호 사사후 집안의 몰락으로 간행을 보지 못하고 그 후손들에 의해 비전되어 오다가 간행한 것이었다. 단재 선생은 '백호문집'을 통해 주자학에 반기를 들었던 윤휴의 저항적 선비정신과 개혁사상을 배우고자 했던 것이다. 필자는 윤휴의 행동적인 개혁성향은 독립운동의 준비론과 외교론을 비판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에게까지 그 맥락이 이어져왔다고 생각한다. 이시대 이나라 위정자들은 역사를 잘 이해하고 국민들이 어떤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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