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47. 전쟁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47. 전쟁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12-07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엄청난 규모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통계마다 숫자는 다르지만 우크라이나의 사망자는 35~40만 명으로 알려져 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만 5천 명을 넘었다고 보도되는데, 그중에서 70퍼센트가 아동과 여성이라고 합니다. 영상 매체를 통해서 참혹한 전쟁의 참상을 지켜보는 세계인들은 격앙되지만 속수무책일 따릅니다. 각국에서 도로에 몰려 나와 '종전'이나 '평화' 촉구 시위를 하는 게 고작이지요.

이런 장면을 지켜보면서 '전쟁은 인간의 본성인가'하는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기적 인간' 또는 인간의 '악한 본성'이라는 프레임을 부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어느 사상가의 주장에서 작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최초의 인류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인류 문명의 역사를 탐구해 온, '지금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상가'로 알려진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전쟁과 재난 등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인간은 어김없이 '선한 본성'에 압도되어 왔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브레흐만은 독일의 '영국 대공습'을 소환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348대의 독일 폭격기가 영국 해협을 횡단하면서 '영국 대공습'이 시작되었는데, 9개월에 걸쳐 런던 지역에만 8만 개 이상의 폭탄이 투하되었고 100만 채의 건물이 파손되었으며 4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물론 이 사실 자체가 엄청난 재앙이지만, 그는 대공습에 대한 설명에서 "영국인들은 기이하게도 평온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관찰자들의 증언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백만 명이 정신적 충격의 피해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우려하였는데, 매우 이상한 일이지만 그런 환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슬픔과 분노가 있었던 것은 분명했지만, 정신병동은 비어있었고 오히려 대중의 정신건강이 향상되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한 역사학자는 "영국 사회는 많은 면에서 대공습으로 인해 강해졌다. 히틀러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브레흐만은 "폭격을 가할수록 문명의 껍데기는 점점 두꺼워졌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지요.

브레흐만은 위와 같은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의와 함께 '사격을 거부하는 병사들'이라는 명제를 제시했습니다. 즉 전투에서 병사들은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임에도 80퍼센트 이상이 "전쟁의 의무를 거부하고 총을 쏘지 않았다"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경험이 없어서도, 무서워서도 아니고 인간이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것은 다름 아닌 폭력이라는 것이지요.

브레흐만은 대령 출신으로 역사학자인 새뮤얼 마셜의 연구를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는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총을 쏩니다. 그러나 새뮤얼 마셜 대령이 태평양과 이후 유럽 전선에서 군인 집단을 계속 인터뷰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병사 중 15퍼센트에서 25퍼센트 만이 실제로 사용하고", "장교가 감시하고 있을 때만 총을 쏜다"라는 것입니다. 마셜은 "300명이 넘는 병사들로 이루어진 대대(大隊)에서 실제로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36명 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미국 게티즈버그 전투에서도, 프랑스 군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명백한 결론은 "대부분의 병사들이 적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간들이 얼마나 악독하면 이런 전쟁을 일으키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쟁은 카리스마를 가진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일부 엘리트들의 도움을 받아 정략적으로 자행하고 있으나, 인간의 선한 본성의 대서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인천 미추홀구, ‘시 특색 가로수길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3. 강성삼 하남시의원, '미사강변도시 5성급 호텔 유치' 직격탄
  4. 대전시, 6대 전략 산업으로 미래 산업지도 그린다
  5. [특집]대전역세권개발로 새로운 미래 도약
  1.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2. 대전상의, 청양지회-홍성세무서장 소통 간담회 진행
  3.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4. 9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전 토론과 협의부터" 공개 요구
  5. 이장우 시장 맞은 충남대병원, "암환자 지역완결형 현대화병원 필요" 건의

헤드라인 뉴스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도시 체질개선 통한 'NEXT대전' 만들기 집중

민선 8기 대전시가 도시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며 'NEXT대전'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근대도시를 거쳐 철도 중심 도시와 과학도시를 거치면서 150여만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대전에 공간은 물론 산업과 문화 구조를 변화시키며, 미래 일류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대전시는 기존에 갖고 있던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한 과학도시에서 6대 전략 산업 'ABCD+QR(나노·반도체, 바이오, 우주, 국방, 양자, 로봇·드론)'을 중심으로 육성하면서 기술 사업화에 초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게 안산, 교촌, 원촌, 장대도첨, 탑립·..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