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어궁동에서는 경계를 허물고 포용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어궁동에서는 경계를 허물고 포용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 승인 2024-03-10 16:26
  • 신문게재 2024-03-1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김규용
김규용 교수
풍수지리 명당으로서 노인이 물에서 고기를 낚는다는 어옹수조(漁翁水釣)의 어은(魚隱)과 활처럼 생겼다는 궁동(弓洞)의 지명은 백제시대부터 거슬러 올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의 유적은 대전광역시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유성구 행정관할의 어은동과 궁동을 공동생활중심과 혁신의 공간으로 합쳐서 어궁동이라는 명칭으로 일컫는다.

1980년대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 캠퍼스가 지역의 앵커기관으로 정착하면서 양 캠퍼스를 잇는 축이 형성되었다. 이 축을 중심으로 한빛아파트 입주민과 지역상인,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의 학생이 함께하는 실제 생활중심권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2021년 대한민국 제2호로 건립된 기술창업 스타트업 공간인 '대전팁스(TIPS)타운'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지역 내 혁신기관의 역량·경험을 집결시키는 생태계의 기반이 강화되었다.

그간 언론을 통해서 혁신창업생태계로 거듭나는 어은동, 궁동이 소개되었고 창업지원정책과 지역의 혁신적 변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었다. 현재까지 여러 참여주체와 지원사업으로 공간자원과 인적자원의 형성이 상당히 조성되었다.

대학가 주변의 문화와 풍속이 달라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상업적 유흥과 먹거리로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소비적 공간에서 소소하더라도 창의적 즐김거리와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어궁동은 조그마한 텃밭에 생명체가 모여들고 생태계가 확장되는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네의 인접한 건물을 기능적으로 연결하고, 건물간의 공간과 건물 안팍으로 연계하여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마주칠 수 있도록 마을공간을 확장하여 활용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주민소유의 부동산 가치를 지역관리회사와 공유하고 공간운영의 공동오너십으로 지속가능한 협력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인접 건물을 연계한 열린 공간이 조성되고 여기에 전시 및 스타일 체험, 외부 이벤트와 오프라인 임시매장(Pop-up Store), 개방형 쉼터, 내부 교류공간 등으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개인의 참여와 가치가 제조와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개인의 가능성을 소중하게 인정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작은 조직에서 혁신을 배우는 교육의 장(마을 캠퍼스, Open Campus), 실험의 장(Open Test Bed)이 그것이다. 마을에서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의 제공과 현장 기반의 일(창업)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마을의 캠퍼스 공간은 확보된 건물을 기능적으로 연결하여 창업주택, 협업공간, 판매공간, 오피스, 스튜디오, 실험실, 라운지 등 다양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거리형 캠퍼스로 조성되어 간다. 여기에 인문과학융합, 커뮤니티디자인, 동네 컨텐츠, 사진영상, 다도, 메이커, 생태학 등 창의적 생산계열을 실험실, 캠퍼스, 연구실로 연계되고 지원된다. 어궁동은 누구나 접근과 참여가 쉽고 소외되지 않도록 포용적 협업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포용적 협업의 생태계는 지역가치창업가(Local Creator)의 사업적 활동을 통해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어궁동의 포용적 혁신발전이 인근 주변으로 확산되도록 지산학의 협업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간 우리 지역은 훌륭한 인적자원과 주요한 정부출연기관이 위치하고 있으나 지역사회와 약한 연결로 혁신이 일어나지 못하였다. 지역의 미흡한 정주환경과 한정된 지원 기회, 협업의 인적자원이 연결되지 않아 젊은 청년세대들이 지역의 삶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실정이었다. 아울러, 우리와 같은 기성세대와 기득권들은 젊은 청년세대들을 수월성 위주의 약육강식 교육과 치열한 경쟁, 기회 불균형의 틀에 몰아 놓고서도 청년세대의 사회성과 협업성의 결여, 세대 간 불통을 우려하는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어궁동에서 젊은 청년세대의 공존과 협업, 존중의 감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성세대로서 부끄러움의 몫은 나의 것이라 하더라도 경계를 허물고 지역적 가치를 창출하는 포용적 지역혁신의 미래와 품격있는 삶이 여기에 있다는 희망이 있어 감사하다.

/김규용 충남대 스마트시티건축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2.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3.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4.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5. 수능 앞 간절한 기도
  1. [한 장, 두 장 그리고 성장] 책을 읽으며 사람을 잇고 미래를 열다
  2. 고물가에 대전권 대학 학식 가격도 인상 움직임…학생 식비부담 커질라
  3. 대전 2026학년도 수능 응시자 1만 6131명… 교육청 "수험생 유의사항 필독해야"
  4.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5. 충남 청년농 전용 '임대형 스마트팜' 첫 오픈… "돈 되는 농업·농촌으로 구조 바꿀 것"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